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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이 Mar 28. 2023

결국 오늘도 나는 결제했다

계속 결제하게 만드는 기업의 속임수

간간이 취미생활로 동영상 편집을 하고 있다. '필모라 원더쉐어'라는 편집 프로그램을 2년 전에 구입해서 일기 대신 기록해 보는 중이다. 취미부자라 내가 해봤자 얼마나 하겠어-라고 내심 생각을 했다만, 정말 6개밖에 만들지 않았다. 작심삼일인 나는 오늘도 자책만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대부분 유튜버들은 '어도비 프리미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나는 당시 초보자로서 사용하기 조금 어려워 쉬운 프로그램을 찾던 중이었다. 월 구독료도 2만 원 대로 부담이 되었다. 기능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터라 저렴한 프로그램을 써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던 중 '필모라'를 찾았다. 확실히 어도비보단 부족했지만, 가격이 합리적이었다. 어도비는 평생 사용권을 60만 원에 구입해야 하는 반편, 필모라는 10만 원으로 저렴했다. 동영상 편집을 평생 하진 않겠지만, 월 정기 구독권이 5천 원 정도로 2년을 쓰면 뽕뽑는 가격이라 충분히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짧지 않은 고민을 뒤로하고, 어쩌면 큰 마음을 먹고 10만 원을 투자했다. 


오랜만에 동영상 편집이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프로그램을 열었다. 자동 업데이트가 되더니 버전 11이 12가 되었다. 뭔가 깔끔해진 모양새였다. 플랫폼이 쓰기 더 편해졌다고 느끼며, 3일 걸릴 편집을 앉은 그 자리에서 뚝딱 만들어버렸다. 와, 업데이트 잘했네- 감탄하며 랜더링(편집한 동영상을 빼내는 작업)을 클릭하니 결제하라는 문구가 뜨는 것이었다. 응? 나 평생이용권 샀는데?


안내문구를 자세히 보니 버전이 바뀌는 큰 업데이트가 되어 이전 버전은 계속 써도 되지만, 새로운 버전은 돈을 더 내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이미 편집한 영상은 아래 버전의 프로그램에서 열리지 않았다. 내가 4시간 동안 엉덩이가 쥐 나며 가만히 앉아 편집한 영상을 날리자니 화가 났다. 다행인지 아닌지 이전사용자들에게는 특별 할인을 해서 39800원만 더 내라고 하는 게 아닌가. (4만 원도 아니고 39800원이다) 그럼, 난 14만 원을 내고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건데!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생각해 봤다. 2년 전에 결제하면서 속으로는 '앞으로 물가가 오를 건데, 이 사람들은 이렇게 팔아서 장사가 되나?'라고 생각했더랬다. 괜한 걱정이었다. (누가 누굴 걱정한 건지.) 회사는 회사였다. 전략적이었다. 어차피 계속 업데이트를 할 거였고, 업데이트할 때마다 돈을 청구하면 되는 거였다. 나는 바보였다. 그렇게 나는 앞으로도 계속 결제하겠지...


근래에 여행도 많이 다니고, 날이 좋아지면서 또 여행을 계획하면서 통장에 구멍이 난 듯 돈이 숭숭 새던 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은 또 컴퓨터가 결제해 달란다. 내가 만든 소중한 영상이 세상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울었다. 눈을 꼭 감고 '오늘까지만 돈 쓴다.'라며 굳게 결심했다. 결제는 쉽다. 엄지손가락으로 지문만 터치하면 되었다. 그렇게 내 39800원이 증발했다.


매일같이 물가상승을 피부로 느끼는 요즘이다. 슈퍼에서 오이도 못 사겠다. '사람들이 비혼을 당했다'라고 하는데, 결혼 준비 따위가 돈이 정말 많이 든다.(갑자기?) 아침에 먹고 싶은 커피 한 잔 꾹꾹 참아 돈을 한 푼이라도 모아놔서 다행이지 싶다. 그런데도 돈이 없다. 매일같이 여기저기 돈 달라는 데는 참 많은데, 내 월급만 고자리 고대로다. 하하하. 프로그램한테까지 돈을 뜯기니 참 허탈한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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