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결제하게 만드는 기업의 속임수
간간이 취미생활로 동영상 편집을 하고 있다. '필모라 원더쉐어'라는 편집 프로그램을 2년 전에 구입해서 일기 대신 기록해 보는 중이다. 취미부자라 내가 해봤자 얼마나 하겠어-라고 내심 생각을 했다만, 정말 6개밖에 만들지 않았다. 작심삼일인 나는 오늘도 자책만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대부분 유튜버들은 '어도비 프리미어'라는 프로그램을 사용한다. 나는 당시 초보자로서 사용하기 조금 어려워 쉬운 프로그램을 찾던 중이었다. 월 구독료도 2만 원 대로 부담이 되었다. 기능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 터라 저렴한 프로그램을 써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던 중 '필모라'를 찾았다. 확실히 어도비보단 부족했지만, 가격이 합리적이었다. 어도비는 평생 사용권을 60만 원에 구입해야 하는 반편, 필모라는 10만 원으로 저렴했다. 동영상 편집을 평생 하진 않겠지만, 월 정기 구독권이 5천 원 정도로 2년을 쓰면 뽕뽑는 가격이라 충분히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짧지 않은 고민을 뒤로하고, 어쩌면 큰 마음을 먹고 10만 원을 투자했다.
오랜만에 동영상 편집이 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프로그램을 열었다. 자동 업데이트가 되더니 버전 11이 12가 되었다. 뭔가 깔끔해진 모양새였다. 플랫폼이 쓰기 더 편해졌다고 느끼며, 3일 걸릴 편집을 앉은 그 자리에서 뚝딱 만들어버렸다. 와, 업데이트 잘했네- 감탄하며 랜더링(편집한 동영상을 빼내는 작업)을 클릭하니 결제하라는 문구가 뜨는 것이었다. 응? 나 평생이용권 샀는데?
안내문구를 자세히 보니 버전이 바뀌는 큰 업데이트가 되어 이전 버전은 계속 써도 되지만, 새로운 버전은 돈을 더 내라는 것이었다. 심지어, 이미 편집한 영상은 아래 버전의 프로그램에서 열리지 않았다. 내가 4시간 동안 엉덩이가 쥐 나며 가만히 앉아 편집한 영상을 날리자니 화가 났다. 다행인지 아닌지 이전사용자들에게는 특별 할인을 해서 39800원만 더 내라고 하는 게 아닌가. (4만 원도 아니고 39800원이다) 그럼, 난 14만 원을 내고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건데!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시 생각해 봤다. 2년 전에 결제하면서 속으로는 '앞으로 물가가 오를 건데, 이 사람들은 이렇게 팔아서 장사가 되나?'라고 생각했더랬다. 괜한 걱정이었다. (누가 누굴 걱정한 건지.) 회사는 회사였다. 전략적이었다. 어차피 계속 업데이트를 할 거였고, 업데이트할 때마다 돈을 청구하면 되는 거였다. 나는 바보였다. 그렇게 나는 앞으로도 계속 결제하겠지...
근래에 여행도 많이 다니고, 날이 좋아지면서 또 여행을 계획하면서 통장에 구멍이 난 듯 돈이 숭숭 새던 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은 또 컴퓨터가 결제해 달란다. 내가 만든 소중한 영상이 세상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울었다. 눈을 꼭 감고 '오늘까지만 돈 쓴다.'라며 굳게 결심했다. 결제는 쉽다. 엄지손가락으로 지문만 터치하면 되었다. 그렇게 내 39800원이 증발했다.
매일같이 물가상승을 피부로 느끼는 요즘이다. 슈퍼에서 오이도 못 사겠다. '사람들이 비혼을 당했다'라고 하는데, 결혼 준비 따위가 돈이 정말 많이 든다.(갑자기?) 아침에 먹고 싶은 커피 한 잔 꾹꾹 참아 돈을 한 푼이라도 모아놔서 다행이지 싶다. 그런데도 돈이 없다. 매일같이 여기저기 돈 달라는 데는 참 많은데, 내 월급만 고자리 고대로다. 하하하. 프로그램한테까지 돈을 뜯기니 참 허탈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