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이야기했던 ‘도쿄 북트럭’의 실물을 보기 위해, 작년 6월(굳이 덧붙이자면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되기 바로 직전 달)에 도쿄에 다녀왔다. 우선 구글 번역기의 도움을 받아 도코 북트럭의 주인장 미타 슈헤이 씨에게 연락을 취했다. 하지만 바로 답장이 오지 않았고, 메시지 답장을 기다리는 며칠 동안 나는 성급하게 도쿄행 비행기 티켓과 숙소 그리고 동행자까지 정하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도쿄 북트럭 없는 도쿄 여행을 하게 되었다.
북트럭 페이스북 페이지와 여러 책을 참고했을 때 주말에는 거의 매주 출점하고 있어서 주말로 예약했거늘… 나의 오산이었다. 그리고 북트럭 외에 책방으로 상시 운영된다고 생각했던 ‘미타상점’도 지금은 폐점한 상태라고 한다. 미타 씨와 주고받은 메시지 내용을 옮기면 다음과 같다.
도쿄 북트럭 페이스북 메시지 캡처. 처음엔 영어로 보냈다가 일본어로 바꿔서 다시 보냈다.
(구글 번역기로 돌려서 분명 이상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일본어를 전혀 할 줄 모른다.)
나 : 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인입니다. 6 월이나 7 월에 당신의 book truck을 방문하기 위해 일본에 가려고 하는데요. 혹시, 영업 쉬는 날은 있습니까? 또는 휴가를 계획하고 있다면 알고 싶어요! 꼭 방문해보고 싶습니다.
미타 : 안녕하세요. 답장이 늦어져 버려 죄송합니다. 영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본어로 실례하겠습니다. 일본에 계시는군요! 뵙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6 월 출점이 적고, 도쿄의 이벤트는 예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또한 7 월은 아직 계획이 확정되지 않습니다 만, 7 월 6 일 7 일 도쿄의 오모테 산도에서 출점이 정해져 있습니다. 7 월 20 일 21 일 나가노입니다. 그렇지는 아직 출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불확정 요소가 많아서 죄송하지만 검토하실 수 있습니다까요? 잘 부탁드립니다.
나 : 친절한 답변 감사합니다 :) 번역이 잘못 있던 것 같고, 다시 말씀드리면, 저는 한국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나는 선생님이 항상 모든 주말에 출점했다고 착각하여 선생님을 6 월 22 일에 만날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이날은 book truck보기 어렵습니까? (난 이미 [6.20 출국 6.22 귀국] 비행기 티켓을 구입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뵙고 싶네요! 아, 혹시 '미타 점」은 운영합니까? 질문이 많아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미타 : 답변 감사합니다. 번역에 엇갈림이 있었다 같네요. 실례했습니다. 평소에는 주말에 출점하고 있는데, 6 월은 일본이라고 장마이므로 이벤트가 적은 것과 다른 프로젝트가 바쁘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출점을 적게 하고, 출점이 없을 때는 book truck 가게의 상태 않고, 6 월 22 일 출점이 없기 때문에 보시는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또한 고정 점포로 운영하고 있었다 "三田商店"몇 년 전에 폐점하고 말았습니다. 원치 않고 죄송합니다.
나 : 알았습니다. 7 월에 가고 싶지만 내가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메시지를 수신하기 전에 비행기 / 숙박 시설을 예약한 것이 후회됩니다. (친구와 함께 일본에 갈 예정이므로 취소할 수 없다. 혼자였다면 취소하고 다음에 갈 수 있었을 텐데...) 지금까지 설명해 주시고 관심 가져 주셔서 감사 있습니다. 언젠가 반드시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우선 멀리서 당신을 응원합니다.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나 : 안녕하세요 미타 씨. 내 여행의 목적은 실제로는 90 % 미타 씨 방문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아쉬움에 다시 연락드립니다. 혹시 6.20~22 기간 동안 미타 씨가 가능한 시간대에 30 분 정도 나에게 시간을 내어 주실 수 있나요? 당신에게 편안한 장소에 내가 가려고 합니다. 이동 서점 (book truck)을 나타내는 것이 곤란하다면 보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한국에 유사한 사례가 없고, 미타 씨의 이동 서점이 매우 멋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타 씨 만나고 싶습니다. 언어가 서툴지 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신변 보호를 위한 정보) 저는 한국인 여성 직업은 현재 회사원입니다. 번거롭게 해서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장마라니! 그렇다. 습기 가득한 날, 책들을 밖에 내놓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취소하고 미타 씨의 일정에 맞추고 싶었지만, 당시 회사원이었던 나는 스케줄을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고, 숙소는 취소 환불 불가인 데다, 같이 가기로 한 친구를 난감하게 할 수 없어서 그대로 가게 되었다. 북트럭은 못 봐도 미타 씨는 뵙고 싶었는데… 아 참 일본어 못하지… 그럼 안되려나 고민하던 차에, 조금 질척거린 느낌이 나는 마지막 메시지에 미타 씨도 바쁘셨는지 답장하지 못하셨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여행 목적을 살짝쿵 변경해 됴쿄 책방 탐사를 하기로 했다.
아래에 그때 찍은 사진들과 간단한 메모를 정리해봤다. (사진이 적거나 흔들린 게 많다. 사진 찍기 죄송해서..)
아오야마 북 센터
규모가 좀 있는 서점이지만, 일반 대형서점과는 다른 서가 구성이 눈에 띈다고 해서 갔는데, 일본어를 못하는 나는 조금 어리둥절했다.
유토레히토
독립출판물의 성지라고 불리는 곳. 한 켠에는 어떤 작가의 책으로만 구성된 평대가 있었고, 벽면은 넓게 작품 전시 형태로 꾸며져 있었다. 눈에 띄는 독립출판물이 많았다.
카우북스
고즈넉한 동네에 자리 잡고 있던 카우북스. 문고본 책이 입구에 쫙 진열되어 있는걸 보는 것만으로 뭔가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이었다. 여기서부터는 이렇게 대충 봐서는 안 되겠다 싶어 스마트 렌즈를 사용해 책장에 일본어로 쓰인 설명을 번역해보며 다녔다. 오래된 책들도 많았는데, 굉장히 고가여서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고민 끝에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 씨 이야기> 일본어판을 득템했다. 저 예쁜 포장지를 보라!
D&DEPARTMENT STORE PROJECT
한남동에 있는 디앤디를 인상 깊게 봐서 여행 목록에 넣어둔 도쿄 디앤디. 지하철 잘못 타서 공항까지 갈뻔하다가... 용케 찾아갔다. 1층은 마트 겸 식당. 2층에 도쿄 디앤디.. 그런데 이날 뭔가 오픈한 것 같지 않은(?) 분위기였다. 갑자기 직원분이 구경하는 나에게 일본어로 뭐라 말을 걸기도 했는데, 순간 당황해서 '칸코쿠..' 그랬더니 나를 그냥 내버려 뒀다. 손님이 한 명도 없었고, 나는 고요하게 관찰했다.
덴로인 서점
'책방을 잡지처럼' 운영하고 있다고 해서 제일 궁금했다. 매달 편집회의를 거쳐 서점 한편의 서가를 사람들이 직접 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월간 덴로인'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독서모임이나 워크숍, 동아리활동 등이 이뤄지고 있는 듯했다. 사람들의 애정어린 손길이 담긴 서가는 정말이지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밥과 음료도 판매하길래 슬슬 배가 고파져서 점심을 먹었다. 외지인이 책방에 와서 사라는 책은 안 사고 밥을 먹으니까 신기했는지 서점 직원분께서 영어로 말을 거셨다. 나에 대해 물어보셔서 한국에서 책방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음.. 책방은 책방이지!
북갤러리 포포타메
그림책을 위주로 판매하는 책방이었다.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가득해서인지 들어가자마자 따뜻한 기운이 느껴졌다. 서점에는 주인분과 친구분이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작은 외국인인 나는 큼큼거리며 찬찬히 둘러보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음악이 들려.. 자꾸 서점에서 한국 음악이 나오는 것 아닌가?! 보다 보니 한국 책도 있었다! 우와! 그리고 귀여운 책 하나를 골라서 계산하려는데 사장님 친구분이 갑자기 '한국어'로 말을 거셨다! 알고 보니 한국에서 유학을 하셨던 것! 사장님도 한국에 관심이 많으시다고 했다. 우연한 만남, 우연한 웃음. 지난 언리미티드 에디션(UE11) 때 사장님께서 한국 오신 거 보고 진짜 인사드리고 싶었는데 용기가 없어서 못했다. 나란 사람...
책방 비앤비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곳. 근데 이때쯤 좀 지쳐가지고..맥주를 마시지는 못했다. 기억도 조금 가물하고..책은 정말 많았다...
루트북스
야생의 느낌이 물씬 나는 책방 겸 카페. 시원시원한 식물들과 손으로 뚝딱뚝딱 만든 느낌이 나는 멋진 서가들이 잘 어우러져 있었다.
진보초 거리 어느 서점에서 구매한 귀여운 미니 노트들
진보초 헌책방거리
진짜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고서'부터 소소한 헌책들까지 다양하게 만나볼 수 있었다. 사진 찍기가 엄하기도 했고, 점점 사진을 안 찍게 되어 책방 사진은 없다....
모리오카
일주일에 한 권의 책만 파는 책방. 실제로 한 권의 책만 판매하고, 내부가 갤러리처럼 꾸며져 있었다. 작은 공간임에도(아니 그래서인가?) 사람들이 북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