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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Nov 25. 2016

"죽을 때까지 행복한 부모가 되고 싶다"

피아니스트 권순훤 작가 인터뷰

        


가수 보아의 큰오빠로 유명한 피아니스트 권순훤이 태교 책을 냈다. '피아니스트가 웬 태교책?'이라는 의문을 갖는 독자들도 많으리라. 하지만 권순훤은 보아의 큰오빠일 뿐만 아니라 '산모들의 오빠'이기도 하다. 클래식 음악을 대중에게 친근하게 전하기 위해 그는 '이지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태교 음악회'도 그 일부분이다. 해설이 없는 연주 위주의 공연을 하는 대부분의 클래식 음악가들과는 달리 권순훤은 연주 중간중간 재미있는 해설을 많이 곁들이는 새로운 형식의 콘서트로 관객들과 소통하고 있다. 


일반 대중에게는 아직 피아니스트보다 '보아의 큰오빠'로 더 유명하지만, 클래식 음악계에서 그는 보아의 큰오빠라는 프리미엄이 필요없을 정도로 실력 있는 음악가로 인정받고 있다. 클래식 음악을 뿌리로 그가 하고 있는 일만 해도 6~7개나 된다. 음원 및 음반 제작 전문업체인 네오무지카 대표이자 서울예술종합학교 겸임교수로서 500여 곡의 음원을 발매했고, 연간 수십여 회의 공연과 강연을 진행한다. 


여러 권의 음악 교재 저자로 이름을 올렸는가 하면, 2014년에는 클래식 음악과 명화 이야기를 결합한 에세이 <나는 클림트를 보면 베토벤이 들린다>(쌤앤파커스)를 써서 10쇄 이상을 찍은 베스트셀러 저자이기도 하다.  

이번에 펴낸 태교책 <아가야, 지금 이 음악 듣고 있니?>(덴스토리/ 2016년)는 임신 사실을 처음 알게 된 임신 5주부터 40주까지, 예비 엄마와 아빠들이 듣기 좋은 36곡을 추천하고 음악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또한 결혼도 하기 전인 서른 살에 덜컥 아이 아빠가 돼, 지금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을 키우는 소소한 일상이 가감 없이 담겨 있다.  


다른 태교 음악과의 차별점이라면 클래식 음악이 태교에 좋다고 해서 무작정 듣는 게 아니라, 음악에도 T. P. O.가 있다는 관점으로 풀어냈다는 점이다. 즉, 옷은 때(time)와 장소(place)와 목적(occasion)에 맞게 입어야 하듯이, 태교 음악도 임산부의 기분과 몸 상태, 태아의 발달 상황에 맞춰 들으면 좋다는 것이다. 책에는 권순훤이 소개하는 36개의 클래식 음악 가운데 20곡이 들어 있는 CD가 부록으로 들어 있는데, 절반 이상을 직접 연주해 녹음했을 정도로 남다른 애정을 기울였다.


Q 클래식 음악이 태교 음악으로 사랑받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요?  


혹시 10년 전 가요 생각나는 거 있으세요? 잘 기억이 안 날 거예요. 그만큼 생명력이 짧다는 거죠. 그런데 클래식 음악은 어떤가요? 바흐는 400년 전 사람이고, 베토벤과 쇼팽은 200~300년 전 음악가예요. 그 긴 시간 동안 많은 사람에게 연주되고 감상되었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미 예술성과 생명력을 검증받은 거잖아요. 


요즘 음악은 복잡한 악기를 쓰다 보니 굉장히 자극적이에요. 하지만 클래식은 전부 어쿠스틱 악기예요. 인간이 건반을 두드리거나, 줄을 마찰하거나, 입으로 불거나, 손으로 두드려서 직접 만들어내는 소리거든요. 그래서 듣기에 편안하고 태교 음악으로도 좋은 거죠. 특히 모차르트의 음악은 태아가 가장 편하게 반응하는 음역대가 몰려 있다고 해요. 


Q 음악에도 T. P. O.가 있다는 콘셉트로 책을 구성하셨다고요.  


임신한 후에는 다양한 상황이 벌어지잖아요. 특히 할 수 없는 게 무척 많아지죠. 예를 들어, 격렬한 운동도 못하잖아요. 하지만 시원하게 땀 흘리고 싶은 욕구가 있거든요. 이럴 때 그 상황에 어울리는 클래식 음악은 뭐가 있을까 고민하고 답을 준 거죠. (직접 피아노를 치며) 이 음악 들어보셨죠? 모 방송사 권투 중계 프로그램의 시그널로 나오는 음악인데, 로베르 플랑케트가 작곡한 '상브르와 뫼즈 연대 행진곡'이에요. 기왕 듣는 거 운동할 때는 이런 음악을 들으면서 기분을 내보면 좋잖아요.



"스무 살 아들을 채무자로 만든 부모님… 우리 집안엔 공짜가 없어"


Q 수많은 태교 음악 책이 있잖아요. 이 책의 차별점은 어디에 있을까요?  


경험에서 나왔다는 점이에요. 경험만큼 강한 설득력이 있을까요? 다양한 음악 경험과 육아 경험이 녹아 있다는 점이 제 책에서 내세울 만한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Q 이쯤에서 궁금한 게 있습니다. 부인이 임신했을 때 태교 음악을 많이 들었나요?  


제가 막 음악가로 데뷔해서 정신없이 일할 때 아내가 임신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솔직히 태교에 신경을 많이 못 썼어요. 제가 매일 연습을 했기 때문에 아기가 많이 듣긴 했을 텐데, 체계적으로 해주진 못했어요. 아마 그 아쉬움에서 이 책을 썼는지도 모르겠어요. 


Q 서른 살에 아빠가 돼 지금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인데, 어떤 아빠인지 궁금해요.  


요즘 '프렌디'(Friend+Daddy)라는 말도 있던데, 저는 친구 같은 아빠라고 생각해요. 아들이랑 매일 놀면서 같이 보내요. 저는 아들이랑 노는 게 재밌어요. 아빠라는 존재가 일만 하고, 집에서 잠만 자고, 가족 위한다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거 다 포기하고 힘들게 살면 그걸 보고 자란 아이는 나중에 아빠가 되기 싫을 것 같아요. 좀 철없어 보여도 같이 놀고, 술 취하면 격하게 안아주기도 하는 그런 아빠가 아이에겐 더 좋은 아빠가 아닐까 해요. 그리고 어차피 몇 년 남지도 않았어요. 중학교 가면 아이가 아빠랑 안 놀아준대요(웃음). 


Q '끼 많은 보아 삼남매'로 유명하잖아요. 남동생인 권순욱씨도 뮤직비디오 감독이고요. 아들을 키우는 원칙이 있다면요? 


저는 일단 건강하게 컸으면 좋겠어요. 한 30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학벌 좋으면 성공했어요. 하지만 이제 학벌이 차지하는 비중이 많이 줄었어요. 오히려 건강한 신체와 다양한 경험이 더 중요해졌어요. 제가 음악 공부 하면서 주변에서 수없이 봐왔잖아요. 그래서 전 아들에게 공부보다 건강한 것을 목표로 운동도 많이 시키고 실컷 놀게 해요. 놀다보면 또 새로운 게 나오잖아요. 


물론 아내가 학원을 몇 군데 보내긴 하지만, 저는 학원 보낼 시간에 아들이랑 놀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자주 데리고 다니자는 주의예요. 제가 자동차를 좋아해서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는데, 새벽 다섯 시 반에 아들을 깨워서 같이 가요. 30대쯤의 차들이 함께 모여서 드라이브도 하고 단풍길도 보여주면 아이가 정말 좋아해요.  

그렇다고 절대 '오냐오냐' 하지 않아요. 시쳇말로 '빡세게' 키웁니다. 하기로 한 건 끝을 봐야 해요. 절대로 중간에 포기하도록 놔두지 않아요. 얼마 전에는 청담동에서 저희 부모님이 사는 양수리까지 30킬로미터를 아이가 전동차를 운전하고 갔다 왔어요. 저는 뒤에 발판을 만들어 올라타고요. "넌 우리나라에서 30킬로미터를 넘게 운전한 최초의 초등학생일 거야"라고 엄청 칭찬해줬어요. 그러면 아이의 기준점이 높아지거든요. 경험을 한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자신감은 천지차이라고 생각해요. 


올해 초에는 아들과 단둘이 중국 만리장성에도 갔어요. 엄청 추웠죠. 그런데도 끝까지 올라가기로 약속했기 때문에 꼭대기까지 갔다 왔어요. 제가 늘 강조하죠. "하기로 한 건 해야 남자"라고요. 대신 약속을 지키면 저도 아이가 원하는 보상을 꼭 해줘요. 뭔가를 갖고 싶으면 먼저 뭔가를 해야 해요. 저희 부모님도 저희를 그렇게 키웠거든요. 우리 집안에는 공짜가 없어요.(웃음) 


Q 아들과 꿈꾸는 미래가 굉장히 많은 것 같아요.  


책에도 언급한 부분인데. '죽을 때까지 행복한 부모'가 되려고요. 부모에게는 여러 유형이 있대요. 죽을 때까지 행복한 부모, 80세까지 행복한 부모, 60세까지 행복한 부모, 40세까지 행복한 부모 등요. 40세까지 행복한 부모는 ‘아이의 학벌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부모’래요. 아이를 명문대에 보내면 우쭐하죠. 그런데 과도한 사교육비로 이미 가정 경제는 파탄이 난 상태입니다. 게다가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결혼을 하고 나서도 끊임없이 부모에게 손을 벌린다고 해요. 


반면 아이의 자립심을 길러주면서 행복한 시간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주는 부모는 죽을 때까지 행복한 부모가 되는 거죠. 저도 자립심을 키워주는 교육에 올인하고, 아이가 스무 살이 넘으면 부모에게 손 안 벌리게 할 거예요. 저희 부모님과 똑같이 할 거예요. 저희 부모님은 대학교 1학년 1학기 등록금 딱 내주고 지원을 끊으셨어요. 1학년 2학기엔 제 이름으로 대출을 내줬죠. 스무 살에 아들을 채무자로 만들더라고요.(웃음) 


그러니까 정신이 번쩍 나는 거예요. 2학년 때부터는 무조건 장학금을 받았어요. 대학 때 제 별명이 '권선생'이었어요. 대학 4년 동안 온갖 아르바이트를 해서 1억이 넘게 벌었거든요. 그때부터 가계부를 썼어요. 지금도 갖고 있습니다. 아들에게 물려줄 거예요. "아빠가 이렇게 빡세게 살았단다. 너도 해야 해" 하면서 자랑스럽게 내밀어야죠.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피아니스트 권순훤 “죽을 때까지 행복한 부모가 되고 싶다”]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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