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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Dec 07. 2016

"수준 높은 관객들, 평론가보다 무섭다"

뮤지컬배우 김소현 작가 인터뷰


                      



뮤지컬 배우 김소현은 무대 위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한 배우다. 동시에 여전히 무대가 가장 두렵고 그 어떤 평론가보다도 관객들의 평가에 긴장하는 배우다. 데뷔 후 15년 동안 1,500회 이상의 공연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여전히 ‘욕심과 내려놓음’의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고 고민한다.


첫 에세이 <THINK OF ME>(에이엠스토리)를 출간한 뮤지컬 배우 김소현을 지난 11월 11일, 서울시 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번 에세이의 제목 'THINK OF ME'는 데뷔작 '오페라의 유령' 속 뮤지컬 넘버로, 그녀가 무대 위에서 처음 노래했던 곡이자 지난 15년간 가장 많이 불렀다는 노래의 제목과 같다. 언제나 자신을 생각해줬으면 하는 관객들을 향한 마음을 담았단다. 


뮤지컬 '팬텀' 공연을 앞두고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는 그녀는 인터뷰 도중 '작품 노트'를 꺼내 보여주기도 했다. 매 작품에 임할 때마다 대본 필사부터 작품, 인물에 관련된 모든 자료와 느낌을 기록해둔다던 그 노트다. 배우로서 자신의 1분 1초를 기록했던 이 노트가 있었기에 뮤지컬 배우 김소현의 지난 15년을 담은 에세이가 완성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지난 15년의 시간을 압축한 에세이를 그녀와 함께 펼쳐보며 배우로 살아온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 시간 동안에도 '작품 노트'는 곁에 함께 놓여 있었다. 그 작은 노트가 그녀에게 처음 무대에 섰던 그날의 떨림과 긴장을 늘 상기시켜주는 듯했다.



"만나서 수다 떠는 것처럼 편하게 읽어주시기를"


Q 축하를 먼저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제5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11월 7일) 여우주연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놀랐어요. 엄마는 제가 노미네이트된 것도 모르셨는데… '내 인생에 여우주연상을 또 받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 했거든요. '명성황후' 20주년 공연을 하면서 배우들도 스태프들도 너무 많은 고생을 했어요. 그것에 대한 격려의 의미라고 생각해요.


Q 첫 에세이네요. 워낙 활발히 활동하셨기 때문에 지금에서야 에세이가 나온 것에 대해 의아해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아휴, 아니에요. 작년에 <모차르트와 세계명작>이라는 동화책 출간 때문에 지금 출판사와 작업을 하게 됐는데, 그때 에세이 제안을 받았을 때도 "내가 무슨 에세이냐"고 그랬거든요.(웃음) 내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뮤지컬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다룰 수 있어서 가능했던 일이에요. 책에 소개할 작품을 선정하는 것도 너무 힘들더라고요. 책 표지에 제 얼굴이 들어가 있어서 굉장히 부끄러워요. 책을 읽는 독자 한 분 한 분과 만나서 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은 느낌이라 쑥스럽기도 하고. 그냥 저 만나서 수다 떠는 것처럼, 혹은 옆에서 제가 하는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것처럼 편하게 읽어주셨으면 좋겠어요.


Q 배우 김소현이 어떤 시간을 거쳐왔는지 작품별로 정리가 돼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더라고요. 작품 선정에 있어서 고민이 많으셨다고 했는데, 15년의 시간을 한 권에 담으려니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겠네요.


이번 책 준비하면서 지난 작품들을 다 찾아봤는데, 그 시간이 저에게는 굉장히 뜻깊었어요. 작가님들을 존경하게 됐고요.(웃음) 나는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이렇게 정리하는 것만 해도 힘든데,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작가님들은 얼마나 힘드실까 싶더라고요.


출판사에서는 이번 책의 콘셉트를 조금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실제로 저는 굉장히 털털하고 푼수때기 스타일이라서 책도 친숙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간극을 조절하는 것에 시간이 좀 필요했어요. 데뷔 15년차가 됐다고 해도 전문가라고 할 수 없고 연출도 아니기 때문에 작품에 대해서 독자에게 가르친다는 느낌보다는 무대 안과 밖에서 내가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진솔하게 털어놓고 싶다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했어요.


Q 책의 제목이 'THINK OF ME'인데 지금까지 가장 많이 불렀던 뮤지컬 넘버(오페라의 유령 – 'Think of Me')이기도 하죠. 책의 제목으로 결정한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네. 데뷔 후 무대 위에서 처음으로 노래했던 곡이에요. 배우는 결국 관객이 찾아줘야 존재할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 의미들이 담겨 있어요. 조금 오그라들 수는 있지만(웃음) '날 항상 생각해주세요' 그런 의미인 거죠. 첫 미팅 때 이 제목이 나왔는데 제목만큼은 아무 고민 없이 결정이 된 것 같아요.



Q 작품에 들어갈 때마다 작성한다는 '작품 노트'에 대한 애정이 굉장해 보였어요. 대본을 필사하고,맡은 역할과 작품에 대한 세세한 감정 하나하나를 적어두는 건데, 정작 첫 작품이었던 '오페라의 유령' 때의 작품 노트는 분실하셨다고 해서 굉장히 안타깝더라고요.


그 이후로도 몇 개 잃어버렸는데, 정말 돈을 주고라도 다시 찾아오고 싶어요. 그 정도로 저에게는 소중한 거라서 생각할 때마다 너무 마음 아프죠. 지금은 ‘팬텀’ 연습을 하고 있어서(11월 11일 인터뷰 기준) 팬텀 작품 노트를 갖고 다녀요.

배우는 내가 맡은 캐릭터를 온전히 이해하고 연기해서 관객을 설득해야 하거든요. 백지 상태에서 한 인물을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준비가 끝도 없어요. 인물과 관련된 것은 모두 찾아보고 경험해보려고 노력하고요. 실존 인물인 경우에는 더 많은 조사를 해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가 그 인물을 잘못 해석하고 전달하게 될 수도 있으니까 너무 미안해져서요. '명성황후' 할 때도 그랬고 '마리 앙투아네트' 할 때도 그렇게 준비를 했어요. 맡은 인물을 어느 누구보다도 사랑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애정을 갖게 되죠.


Q 해당 인물이 살았던 당시의 미시사까지 찾아보신다고요.


그럼요. 왜냐면 그 시대의 에티튜드를 전혀 모르니까요. '명성황후' 할 때는 조선 여성들에 대한 야사도 다 찾아봤어요. 만화도 많이 봤는데, 의외로 만화에는 연기할 때 참고할 만한 표정들이 많아요. '마리 앙투아네트' 할 때는 <베르사유의 장미>를 다시 찾아봤고요.


Q '명성황후'란 작품으로 제5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셨는데요. 고고학자를 꿈꾸던 소녀였기 때문에 명성황후라는 작품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는 부분이 흥미로웠어요. 아무래도 실존 인물에 대한 관련 자료를 찾는 과정에서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인가요?


네, 그렇죠. 어릴 때 미국에 잠깐 살았는데, 박물관에 가는 게 정말 즐거웠어요. 화석을 처음 봤는데 그런 것들이 너무 흥미롭고 재밌는 거예요. '난 이걸 꼭 해야 되겠다' 그런 생각이 있어서 한때 고고학자를 꿈꿨어요. 경복궁을 가도 완전히 다른 환경, 다른 옷을 입고 있는 우리가 몇 백년 전에 조선시대 사람들이 밟았던 그 땅을 밟고 있는 게 신기하고… 관심사가 이러니까 한 인물에 대해 연구를 할 때도 조금 다각도로 파고드는 거죠. 한 인물이 살았던 시대를 연구하고 공부하는 것들이 너무 재밌어요.


Q 마리 앙투아네트 역을 연기했을 당시의 글을 보면, 감정소모가 컸던 게 느껴져요. 비극적인 삶을 살았던 여인이기도 하고 아이를 빼앗긴 아픔을 가진 여자이기 때문에 엄마로서 느끼는 바도 더 컸을 것 같고요.


(감정소모가) 엄청났어요. 저는 연기를 배우지 못했기 때문에 내가 진짜라고 생각하고 연기하지 않으면 남들도 그렇게 느끼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온전히 몰입을 하는 편인데, 그래서 더 그랬던 것 같아요. 하도 그러니까 이제는 어떤 병이 생겼냐면, 예를 들어 책을 읽다가 종이에 손을 베어요. 그러면 저도 모르게 아프다는 생각보다 '아, 손을 베이면 이런 리액션이 나오는 구나'라는 생각을 하는 거예요. 되게 놀랐어요, 저도. 그런 관찰을 하고 있더라고요. 직업병이 생긴 것 같아요.


Q 또 하나의 전환점이 되어준 역할이 '마이 페어 레이디'의 '일라이자' 역인데, 이 작품으로 제14회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을 당시의 글이 인상깊었어요. 슬럼프에 빠져 있던 시기였다고 하셨는데 그 역할이 어떤 전환점이 되어주었는지 궁금하네요.


개인적으로도 힘든 시기였기 때문에 그 작품이 더 소중했던 것 같아요. 물론 그 이후로도 힘든 순간이 몇 번 있었는데 그때 처음 그런 슬럼프를 겪었기 때문에 더 크게 느껴지고 소중하기도 하고 그랬죠. ‘마이 페어 레이디’는 원작이 영화인데요,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외국어 발음에서 나오는 특유의 코믹 요소들이 많은 작품이에요. 연출님이 미국분이셔서, 저와 남자 주인공 연출 셋이 영문 대본, 한글 대본을 놓고 어떻게 하면 한국말로 이 요소들을 잘 살릴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어요. 정말 대본을 같이 만들었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나눴어요.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뮤지컬배우 김소현 "수준 높은 관객들, 평론가보다 무섭다"]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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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임인영(북DB 기자)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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