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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Dec 16. 2016

당신도 '연장된 미성년자'입니까?-
<비참한 대학생활>

                          

대학생의 현실은 정면으로 바라보기 힘들 정도로 고통스럽다. ‘풍요로운 사회’에서 대학생은 현재 극단적인 빈곤에 처해 있다.

활짝 만개한 인생의 황금기여도 모자랄 20대 초중반의 대학 시절을 우리 대학생들은 그리 행복하게만 보내고 있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학비를 직접 벌어야 하는 일명 '흙수저'들을 비롯해 '헬조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거의 모든 대학생들이 학점 관리보다는 취직을 위한 각종 '스펙'을 쌓고 '자소설'(자기소개서+소설) 쓰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고,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청년 실업의 심화로 이미 대학은 학문을 전하는 곳이 아닌 취업 준비 기관으로 전락한 실정입니다.

대학교와 고등교육 기관들은 하급 간부와 중간 간부를 속성으로 키워내는 공장으로 변화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미 50년 전(!)에 프랑스에서는 청년 문제와 대학의 위기와 관련해 문제를 제기하며 대학생들의 저항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있었죠. 때는 1966년 가을, 스트라스부르대학 총학생회는 대학의 비참한 현실을 마주하여 문제점을 분석한 끝에 대학의 변질을 고발할 필요성을 통감하는 한편, 오로지 자신의 결핍에만 관심이 있는 대학생들의 사회의식을 고양해야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들은 상황주의자 인터내셔널 간부들과 토론을 통해 소책자를 하나 만들어내지요. 그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De la misère en milieu étudiant considérée sous ses aspects économique, politique, psychologique, sexuel et notamment intellectuel et de quelques moyens pour y remédier

우리말로 옮기면 '경제적, 정치적, 심리적, 성적, 특히 지적인 측면에서 사유한 대학생들의 비참함과 이를 치유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들'입니다.

대학생들 스스로의 손에 의해, 대학생들을 위해 쓰인 이 소책자는 새로운 혁명의 방향을 제시하는 격문이자 시국선언이었습니다. 스트라스부르 캠퍼스 곳곳에 뿌려졌던 이 책은 곧 영어, 독일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네덜란드어, 그리스어, 러시아어, 스웨덴어, 중국어 10개 언어로 공식 출판되어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갔지요.(그 외에도 일일이 확인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언어로 축약본이나 개작 번역본이 비공식적으로 인쇄되었다고 합니다.)

 
이번에 50주년을 맞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책세상에서 <비참한 대학 생활>이라는 표제로 출간되었습니다. 그 내용이 몹시 날카롭고 신랄해 저는 (이미 졸업했는데도) 찔리는 구석이 많더라고요.


특히 '1장 치부를 드러내 더욱 수치스럽게 만들자'는 마음 단단히 먹고 읽는 것이 좋습니다. 사정없이 수치스러워질 수 있으니까요.(1960년대 프랑스의 대학 및 대학생들의 비참한 상황을 제시하고 있는데 왜 저는 자꾸 저의 대학 시절이 오버랩 되는 걸까요.)

▲ 미래의 예상 가능한 비참한 특성 앞에서, 대학생은 자신의 현재를 향해 고개를 돌려 허망한 특권의식으로 현재를 치장하고 싶어 한다.

▲ 심각한 빈곤이라는 자신의 경제적 상황 때문에, 대학생은 매우 보잘것없는 '생존' 방식을 강요받는다. 그러나 자신의 존재에 항상 만족하면서, 대학생은 자신의 자명한 비참함을 궁핍을 체험하는 차원의 보헤미안적인 고유한 ‘생활양식’으로 여긴다.

▲ 대학생은 '대중문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유통시킨 중요하고 어려운 일련의 텍스트들의 문고판을 구입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다만 대학생은 읽을 줄을 모른다. 그저 바라보면서 그것들을 소비하는 것에 만족한다.

책을 사놓고 왜 읽지를 못하냐며... (머릿속에 휘리릭 떠오르는 책들 어쩔 거냐며...)


이 책의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은 "무책임하고 온순하며 '연장된 미성년자'"라고 표현하고 있는 대학생과 대학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당대의 진보 지식인, 과시적인 소비문화, 심리상담소 등 전방위를 향해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2장 사상의 실현만으로는 부족하니, 현실이 자신의 사상을 도출하게 하자'에서 네덜란드, 미국, 영국, 소련, 동유럽, 일본 등 당대 세계 곳곳에서 펼쳐졌던 청년 저항운동의 성과와 한계를 분석하고, ‘3장 아무것도 되돌릴 수 없게 할 상황을 창조하자’에서는 기존 혁명운동 조직들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일상생활 혁명의 지침들을 제시합니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우리를 가두고 있는 사회와 삶의 가장 자유로운 변화이다.

이 책이 결론으로 제시하는 '일상생활의 혁명'은 '놀이와 같은 혁명적 축제'입니다. 실제로 약 1년 반 뒤에 68혁명이 전개되는데, <비참한 대학 생활>에서 제시한 일상생활의 혁명은 "상상력에게 권력을", "금지하는 것을 금지한다"와 같은 슬로건을 내건 68혁명의 신호탄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당신도 ‘연장된 미성년자’입니까? - <비참한 대학생활>]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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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양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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