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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Dec 15. 2016

[베스트셀러 돋보기]혼자 읽기 아까운 '윤답장'의 밑줄

<자존감 수업>

사랑을 지키려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매번 고개를 떨구는 이유 중 하나는 결정적으로 '내가 사랑스러운 사람'이라는 사실 하나를 잊기 때문이다. - <자존감 수업> 49쪽

12월 초부터 내 SNS에 '오늘의 밑줄'이라는 포스팅을 올리기 시작했다. 책매거진 기자라는 직업 때문에 아무래도 남들보다는 책을 많이 읽게 된다. 읽다 보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읽고 싶은 구절이 보이기 마련이다. 감탄하며 밑줄을 친 문장들을 혼자만 알고 있기는 너무 아까워서, 구독자가 몇 되지도 않는 개인 SNS에라도 올려야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동안 할까 말까 고민하던 포스팅을 결국 실천하게 만든 책이 있다. <자존감 수업>(윤홍균/ 심플라이프/ 2016년). '베스트셀러 돋보기' 기사를 쓰기 위해 읽기 시작한 책인데, 어느 순간 '일'을 잊은 채로 한 문장 한 문장 몰입하게 됐다. 인터파크도서 11월 종합 베스트셀러 3위. 8월 25일 출간 이후 9월 8위, 10월 3위로 꾸준히 '톱10'을 유지한 비결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저자 윤홍균은 윤홍균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이다. 경향신문, 한국일보, 레이디경향, 월간 생로병사 등에 글을 쓰면서 '글 쓰는 정신과 의사'로 알려졌다. EBS '부부가 달라졌어요' 자문의와 교통방송 '귀로 듣는 처방전' 상담의로 활약하기도 했다.


그를 '결정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것은 블로그였다.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정신과'의 문턱을 높게만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윤홍균 원장은 그런 이들을 위해 블로그와 이메일로 적극적으로 소통했다. 그에게 '윤답장'이란 별명이 생긴 것은 그 때문이다.(심지어 그의 블로그 주소도 'blog.naver.com/yoonreply'다. '윤리플라이', '윤답장'.)


사실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에 대한 대중서는 이미 무수히 출간돼 있다. 그 많은 책들 가운데 독자들이 <자존감 수업>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독자는 이런 성격의 책을 선택하면서, 세 단계의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게 된다. 바로 ▲ 자존감이란 무엇인가 ▲ 자존감은 왜 중요한가 ▲ 자존감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것이다. 세 단계의 질문에 대해 저자는 '비유'와 '경험', 그리고 '실천'이라는 특징을 앞세워 답변했다.

간결한 정의와 일상의 비유

<자존감 수업>의 첫 번째 특징은 비유다. 나는 윤홍균 원장에게 새 별명을 붙여주고 싶었다. '윤비유'. 그는 '이 사람이 정말 정신과 의사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유적 표현을 잘 활용했다. 그 비유는 일상 속에서 나온 것이다. 정신과 의사에게 정신의학의 개념이나 용어는 몹시 쉽고 익숙하겠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는 아무래도 어렵다. 글쓰기는 한마디로 '나만 아는 얘기를 남도 알게 하는 것'이다. 저자는 잘 알지만 독자는 잘 모르고 어려운 이야기를, 윤홍균 원장은 '일상의 비유'를 통해 쉽게 전달한다.


저자는 자존감을 "감정적으로는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이고 "이성적으로는 스스로 결정하고 자신의 결정을 존중하는 능력"(287쪽)이라고 정의한다. 그리고 저자는 자존감을 집에, 부정적 감정을 악천후에 비유해 아래와 같이 설명한다.

자존감은 집 같은 것이다. 아무리 현실이 고되고 힘들어도 집이 안락하면 잘 견딜 수 있다. 마음을 공격하는 수많은 비난과 비교, 열악한 외부 상황은 일종은 악천후다. 자존감이 견고해야 안전하게 피할 수 있고, 몸과 마음을 추스를 수 있다.(298~299쪽)

윤홍균 원장은 어떤 개념을, 일상의 비유를 통해 간결하게 정의하고 설명하는 것에 탁월한 재주를 갖고 있다. 간결한 정의는 머릿속에 강렬하게 들어와 박힌다. 일상의 비유는 먼 곳의 추상적인 개념을 가까운 곳의 구체적인 현실로 인식하게 해준다. 저자에 대한 평가가 너무 후하다고 생각되는가. 책에서 찾은 몇 개의 문장을 아래에서 더 읽어보길 바란다.

▲ 감정을 조절하는 행위는 자동차 운전과도 같다. 멋진 차를 가졌어도 운전을 못하거나 차가 내 말을 듣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154쪽) ▲ 창피함은 마음의 벌통 같다. 창피함을 건드리면 봉인되어 있던 분노, 열등감, 상처가 함께 터져 나온다.(162쪽) ▲ 낮은 자존감은, 말하자면 몸에 붙은 군살과 같다. 쓸모없는 지방층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 근육을 만들어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271쪽)

자존감 낮은 청년이 정신과 의사가 되기까지

두 번째 특징은 '경험'이다.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은 적어도 이 책 앞에서는 거짓말이 될 것 같다. <자존감 수업>은 제 머리를 잘 깎다 못해 아예 이발사가 된 중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윤홍균 원장은 프롤로그에서부터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정신과 의사가 쓴 "나는 자존감이 매우 낮은 사람이었다"(10쪽)라는 문장. 독자 입장에서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는 고등학교 입시에 낙방했다. 대학 입시에도, 심지어 재수학원 입시에도 낙방했다. 매일 술을 마시고 담배와 게임에 빠져 살던 시절도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자존감을 무너뜨렸다 일으키기를 반복하는 과정이었다"(10쪽)라고 표현한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이어서 "정신과 의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동안 많은 이론과 기술을 터득했다. 그리고 그것들을 나 자신에게 접목해왔다."(11쪽)라는 문장을 읽을 때, 자연스럽게 독자는 '이 사람 이야기를 더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진솔한 자기 고백이 공감과 신뢰를 만드는 것이다.


저자 자신의 경험 이야기는 책 전반에 두루 등장하지만, 특히 책의 초반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존감은 무엇이고 그것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설명하는 부분이다. 다른 누구의 이야기가 아닌 저자 본인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설득력은 배가된다. '어? 이 사람도 나랑 똑같았잖아? 그런데 어떻게 극복했지?' 하는 생각이 들면, 독자는 계속해서 책장을 넘겨보게 된다.


'윤비유' 선생을 따라 나도 비유로 설명하자면, 저자는 '수포자'(수학포기자) 출신의 수학교사 같다. 수학을 지지리도 못하던 학생이 부단한 노력으로 수학교사가 됐다. 그래서 자신의 경험과 이론적 연구를 잘 융합해, 수학을 포기하려는 학생들의 입장에서 수업을 이끌어가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을 쓰는 '지금'의 이야기도 솔직하게 담았다. 의사로서 완벽한 상담자의 모습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역시도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독자의 경험과 접속하려 한 것이다. 아래에 인용한 이야기는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을 설명하면서 저자가 고백한 것이다.

정해진 한도의 에너지를 넘어가면 이 동기부여는 불안과 부담감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이 책을 쓰면서 나는 좋은 책을 써야 한다는 생각에 묶여 한동안 한 글자도 쓰지 못한 채 시간을 보냈다.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 어깨에 힘이 들어갔고, 독자들에게 훈계를 하는 나를 발견했고, 결국 판매가 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 까지 겹쳐 글쓰기를 전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78쪽)

걷고, 표정 짓고, 혼잣말 하라

세 번째 특징은 '실천'이다. 앞서서 나는 독자들이 이런 책을 집어들 때 품게 되는 세 단계의 질문을 이야기했다. 바로 ▲ 자존감이란 무엇인가 ▲ 자존감은 왜 중요한가 ▲ 자존감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것. 보통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까지는 무난하게 찾아낼 수 있다. 하지만 관건은 세 번째 질문이다. '그래서,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


안타깝게도 우리는 어떤 문제의 대책으로 다시 그 문제가 거론되는 방식의 이야기를 자주 듣게 된다. 어느새 세상에 너무도 흔해진 무슨 멘토라는 이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저는 자존감이 낮아서 걱정이에요. – 그럼 큰일 나요. 자존감을 높여보세요.' '저는 매사에 불만투성이예요. –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져보세요.' 술자리에서 만난 동네 형님들도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자존감 수업>은 독자들이 그런 허무함을 느끼지 않도록 확실히 '실천'을 강조했다.


이 책은 모두 7장(章)으로 이뤄졌다. 그 가운데 6장 '자존감 회복을 위해 극복할 것들'과 7장 '자존감을 끌어올리는 다섯 가지 실천'에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담았다. 그리고 각 장을 이루는 글들이 끝날 때마다 '자존감 향상을 위해 오늘 할 일’이라는 실천법을 짤막짤막하게 소개했다.


책의 마지막에 소개한 '뇌를 행복하게 하는 세 가지 행동'만 이곳에 옮긴다. ▲ 자신을 존중하는 사람처럼 걷기 ▲ 나를 사랑하는 듯이 표정 짓기 ▲ 혼잣말 하기가 바로 그것이다. 윤홍균 원장은 "인간의 뇌는 이 세 가지 행동을 할 때 활발하게 기능한다"며 "뇌가 가장 활발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일 때 자존감을 향상시키면 변화가 이루어진다"(302쪽)고 설명했다.


그가 소개하는 실천법은 대개가 아주 사소한 것들이다. '정말 이런 실천으로 자존감이 높아지나?'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물론 판단은 독자 개개인의 몫이다. 다만 실천하지 않고 고개만 갸우뚱거리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앞서 인용한 문장에서 저자는 "감정을 조절하는 행위는 자동차 운전과도 같다"고 했다. 자존감을 높이는 실천에 대해서도 그는 자동차 운전에 비유해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모두 유능한 운전자가 되시길, 그러기 위해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시길 바란다.

책을 읽는 것은 운전을 잘하기 위해서 운전 설명서를 읽는 것과 같다. 설명서만 열심히 읽고 외운다고 운전을 잘할 수는 없다. 아무리 머릿속에 지식이 가득해도 손과 발이 훈련되지 않으면 유능한 운전자가 될 수 없다.(248쪽)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베스트셀러 돋보기] 혼자 읽기 아까운 '윤답장'의 밑줄 - <자존감 수업>]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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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최규화(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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