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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Jan 26. 2016

장서영이 알려주는 '엄마가 먼저 하는 글쓰기 교육'

* <초등 적기글쓰기>를 쓴 장서영 청어람독서코칭센터 소장과 글담출판사 편집부가 한 인터뷰를 북DB 독자들을 위해 이곳에 옮깁니다. - 편집자 주



아이들의 성장은 물만 주어도 잘 자라는 콩나물과는 다르다. 여유와 칭찬이 함께할 때 비로소 성장하는 아이들. <초등 적기글쓰기> 저자 장서영 청어람독서코칭센터 소장은 부모가 이 점을 놓치지 않아야 아이의 사고력도 쑥쑥 자란다고 강조한다. 현재 성장단계에 맞는 글쓰기 방법을 통해 아이의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법. <초등 적기글쓰기>를 통해 내 아이가 흥미를 잃지 않는, 즐거운 글쓰기 방법을 모색해보자.

Q <초등 적기글쓰기>를 집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선행학습의 부작용으로 인해 많은 아이들이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선행학습의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적기교육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아직도 글쓰기 교육에 대해서는 무지한 부모들이 많습니다. 글쓰기는 아이들의 사고력 신장에 큰 도움이 되는 학습 중 하나로, 지도방법에 따라 사고력을 향상시키거나 혹은 그르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의 성장발달에 따른 글쓰기 지도서를 집필하게 됐습니다. 또 현장에서 만난, 글쓰기를 힘들어 하는 아이들과 부모들의 이야기 때문에 이 책을 쓰게 되기도 했습니다.

Q 글쓰기 교육도 아이들의 성장에 맞춰 올바른 지도가 필요하단 말씀이시네요.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성장 중에 있고, 성장이란 신체, 정서, 인지 등 다양한 요소들이 함께 이루어져야 해요. 아이들의 연령에 따라, 학년에 따라 발달을 촉진시킬 수 있는 교육이어야 가치 있는 교육인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아이 개개인의 현재 성장 단계에 맞는 글쓰기 방법을 알려주고자 하는 데 힘을 실었습니다.

Q 아이들이 글쓰기를 힘들어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글씨 쓰는 것 자체도 힘들어 하는 아이들에게 유치원 때부터 독서 기록장과 일기 쓰기를 시키는 것이 요즘의 현실입니다. 아이들에게 생각을 물어보고 대답하게 하는 것 자체가 어렵게 다가오는 것은 당연해요. 말을 잘한다고 해서 생각이 풍부하거나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아이들은 보고 들은 것들을 빨리 캐치해서 내 것으로 만들 뿐, 그것을 생각하는 능력은 부족해요. 생각이란 것은 추론, 상상, 추측 같은 것들이 포함돼야 하는데 아이들이 그런 것까지 담아내기에는 역부족이죠.

초등학생의 경우에도 저학년과 고학년이 생각의 깊이 차이는 있겠지만 크게 다르지 않아요. 유아보다는 생각이 풍부해지지만 역시 그것을 글로 옮기기란 쉽지 않습니다. 글이란 것은 글감을 생각하고, 글쓰기를 멈추는 순간까지 단 한 순간도 생각을 멈춰서는 불가능한 일이에요. 이러한 글쓰기가 아이들에게 힘든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그래서 아이들은 글쓰기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입니다.

Q 그동안 선행학습의 안 좋은 사례도 만나보셨을 텐데요. 예전의 아이들과 지금의 아이들을 비교해본다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우선은 부모들의 인식이 많이 변화했어요. 학교에서 수행평가와 논술, 서술형 시험 출제 비중이 높아지면서 글쓰기의 중요성을 실감한다는 부모가 많아요. 아이들 역시 ’글쓰기는 잘 하고 싶은데 정말 하기 싫어요’라고 말할 때가 있어요. 이 말은 자신에게 글쓰기가 필요하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게다가 특목고에 진학하려는 아이들은 자기소개서가 당락을 결정짓기 때문에 글쓰기의 중요성을 더욱 잘 알고 있어요. 

그런데 단순히 예전과 지금의 아이들을 놓고 비교해본다면, 예전만큼 따라오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이유는 부모의 인식에 비해 글쓰기에 관한 지도나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겠지요. 글쓰기는 선행학습이나 단편적인 지식을 통해 한 번에 잘 하게 되는 게 아니에요. 글쓰기야말로 차근차근 훈련이 되어 내실을 갖춰가야 하는 것임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학원 때문에 시간에 쫓기는 아이들, 글쓰기에서 멀어져"

Q 이야기를 들을수록 부모들이 글쓰기의 중요성을 인지하는 것에 비해 가정에서는 연령 및 발달 수준에 맞는 글쓰기 지도를 하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만약 가정에서 글쓰기 교육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면 부모와 아이들이 글쓰기의 고통을 호소하지 않겠지요. 부모들 역시 수학이나 영어는 가르쳐도 글쓰기는 못 가르치겠다고 말합니다. 그 이유는 부모 스스로도 글쓰기를 어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Q 부모가 느끼는 글쓰기의 어려움은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까요?

오늘부터 아이와 함께 직접 글쓰기를 해보세요. 글이 짧아도 되고, 어떠한 형식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아이와 함께 ’어떤 걸 써볼까’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면서 글을 쓰다보면, 아이의 고충을 부모가 직접 깨닫게 돼요. 함께 하는 글쓰기는 부모 자녀 간의 갈등을 줄이고 마음을 열게 합니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힘이 깊어져요.

저녁에 거실에 모여 앉아 글 쓰는 가족, 이야기 나누는 가정을 만들어보세요. 실제로 관계가 좋아진 사례가 많고, ’우리 엄마가 달라 보여요’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많답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엄마의 변화도 좋지만, 엄마와 함께 글감을 찾는 등 이야기를 나누면서 글을 쓰기 때문에 글 자체가 풍성해져요. 이로 인해 글쓰기에 대한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Q 부모가 아이에게 글쓰기 지도를 할 때 가장 신경 써야 할 점은 무엇인가요? 

아이들의 발달은 천천히 이뤄집니다. 어른의 경우 글쓰기 교육을 했을 때 한 달 만에도 빠른 성장을 하는 분도 있어요. 하지만 아이들은 다릅니다. 한두 편의 글을 멋지게 완성했다고 해서 바로 다음 단계의 글쓰기를 하기는 어렵지요. 그 점을 유의하시고, 여유를 가지고 아이를 지켜보시기 바랍니다. 가장 신경 써야 할 점은 아이의 현재 상태를 잘 이해하는 일이지요. 아이의 성장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특히 인지와 정서 발달에 걸림돌은 없는지 살펴봐야 해요. 문제가 없다면 아이의 사고력도 꾸준히 발달하고 있는 것이겠죠.

그렇다면 아이의 사고력 발달을 촉진시켜줄 글쓰기를 할 기회를 마련해주세요. 시간이 없는 아이들은 글쓰기를 잘 할 수 없어요. 즉 아이의 현재 상태를 잘 파악해 수준을 가늠해주는 일과 시간을 주는 일은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일이지요. 또한 아이가 쓴 글로 능력을 평가하지 말고 글쓰기의 과정을 평가해야 합니다. 교육은 결과 중심이 아니라 과정 중심이어야 해요. 아이가 스스로 즐기면서 글을 쓰고 있는지를 관찰하고 그에 따라 격려해줄 때 효과가 높습니다.

Q 그렇다면 책에 흥미가 많고, 글쓰기를 잘하는 아이들에게는 어떤 점을 신경 써야 할까요?

책 읽기와 글쓰기에 흥미가 있는 아이들이 이러한 상태를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학년이 올라가면 으레 독서와 글쓰기에서 멀어져요. 아이 스스로 그러기보다는 늘어나는 학원 스케줄과 숙제 때문에 시간에 쫓겨 살기 때문이지요. 아이가 지금 잘 하고 있다면, 더 잘 할 수 있게 시간을 주고 여유롭게 바라봐 줘야 합니다. 아이는 스스로 성장하는 것이고, 부모는 곁에서 지켜봐 주면 됩니다.

Q 책의 첫 장을 넘기면, 적기글쓰기를 시작하여 효과를 본 엄마들의 소감이 나와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엄마들이 실천한 적기글쓰기가 아이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시나요.

엄마는 아이의 표정만 봐도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정도로 내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입니다. 아이의 생각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지도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바로 아이의 사고력 신장에 큰 도움을 주게 되지요. 물론 수준이 높아져서 일종의 기술을 가르쳐야 할 때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저는 처음 글쓰기는 엄마가 지도하길 권합니다.

생각해보면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가 결국은 가정에서 시작되는데, 글쓰기만 유독 고유의 전문성을 가진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일정한 형식이 있을 거란 틀을 깨고, 자연스럽게 자녀와 상호작용을 하다 보면 대화가 풍부해져요. 결국 아이의 눈빛이나 표정, 말투만으로도 자녀의 생각을 눈치 채주는 엄마가 아이에게는 가장 큰 교육자가 되겠죠.

Q 많은 엄마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행착오를 겪는 엄마들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점은 어떻게 극복하면 좋을까요?

엄마의 시행착오란 자녀의 수준을 너무 높이 평가할 때 찾아옵니다. 글쓰기는 절대 단기간에 발전될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해요. 또 같은 학년이라도 배경지식과 표현방법 등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사뭇 다르게 나타나는 게 글쓰기입니다. 따라서 아이의 현재 쓰기 수준을 잘 파악하되, 아직 어린 아이이기 때문에 잘 쓰기는 어렵다는 점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또한 아이들의 글쓰기란 발전을 보이다가도 다시 후퇴하는 듯한 인상을 줄 때가 있어요. 그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며 아이들의 성장과정이 그러합니다. 물만 줘도 잘 자라는 콩나물과 아이의 성장은 아주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고, 여유를 가지세요. 무엇보다 아이가 글쓰기를 잘하는 것보다 흥미를 잃지 않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칭찬과 격려를 잊지 말아주세요.



"자녀 수준 너무 높이 평가할 때, 엄마의 시행착오 온다"

Q 저자님은 읽기나 쓰기에 흥미가 없는 아이들을 어떻게 지도하시나요? 

독서에 흥미가 없고, 글쓰기에서도 성취감도 맛보지 못했던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대개 이러한 아이들에게는 아이의 학년을 무시하고 아이의 관심 분야의 책이되 훨씬 낮은 수준의 책을 읽게 해요. 충분히 재미를 느끼면 조금씩 수준을 높여가면서 보다 긴 글을 읽고 이해하도록 합니다. 스스로 그런 자신을 발견했을 때 아이가 독서 흥미를 제대로 느끼게 되지요. 그런데 글쓰기도 마찬가지예요. <초등 적기글쓰기>에서 소개한 대로 글쓰기 발달단계에 따라 지도합니다. 초보 글쓰기 단계에서 시작하여 천천히 다음 과정으로 안내하는데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년보다는 자기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았을 때 좋은 효과가 나타나죠.

Q 적기교육을 통한 성공사례를 이야기 해주신다면, 어떤 아이들이 있을까요?

학원을 거의 다니지 않고도 과학고에 간 아이도 있고, 좋은 대학에 간 아이들도 있어요. 적기교육을 통해 이런 좋은 사례가 나왔다고 생각합니다. 한 아이는 현재 대학생이 됐는데, 공부가 어렵지만 정말 재미있어서 아르바이트 할 시간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런 아이들을 볼 때 뿌듯하고 기특하죠. 어떤 교육이든지 부모주도형, 교사주도형이 되면 아이들은 힘들어 해요.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적기교육이 이러한 성공사례를 배출했다고 봅니다.

Q 현재 선생님께서는 아이들을 위한 어떤 교육을 하고 계신가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초·중·고등학생, 성인들을 대상으로 글쓰기 교육과 독서지도를 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도 있지만, 사실 나이가 어린 아이들을 지도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많아요. 독서나 글쓰기 교육은 초등학교 입학하기 전부터 올바르게 시작돼야 하기 때문입니다.

Q <초등 적기글쓰기> 외에도 아이들을 위한 글쓰기, 독서에 관한 책을 집필할 계획이 있으신가요? 

물론입니다. <초등 적기독서>를 쓰면서 적기글쓰기 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듯이, 이번 책을 쓰면서는 유아들을 위한 읽기, 글쓰기 지도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중에도 참고 도서들이 많이 출간돼 있지만, 과잉학습을 조장하는 책들도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유아들을 위한 올바른 읽기, 쓰기 지도서를 집필할 계획입니다.

Q 아이들을 직접 지도하면서 느낀 점과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이러한 책들을 탄생시켰네요. 앞으로는 저자님의 어떤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교육은 사회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사회는 빠르게 성장하거나 달라지고 있죠. 교육 역시 사회의 트렌드에 맞는 형태로 변화하기도 합니다. 반드시 유행에 맞는 교육법을 따르겠다는 말은 아니지만, 달라지는 아이들에 맞는 교육법을 꾸준히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변화하는 아이들의 성장에 따라 알맞은 교육법을 꾸준히 연구해 최적의 읽기·쓰기법을 나누며 살고 싶습니다. 그게 바로 제가 원하는 교육자의 삶입니다.


사진: 글담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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