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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Jan 09. 2017

관계전문가 양창순"건강한 까칠함은 정신적 탄력성 의미"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는 교과서 속 명제가 무색할 정도로 사회생활이 힘들다는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 이들은 하나같이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동안 이들에게 한줄기 빛과 같은 책이 있었다. 인간관계 심리학 베스트셀러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양창순/ 다산북스/ 2016년 개정증보판)다.


우리나라에서 몇 안 되는 '관계 전문가'로 꼽히는 정신과 전문의 양창순(양창순정신건강의학과 원장 겸 마인드앤컴퍼니 대표) 박사가 쓴 책이다. 이 책은 2012년 출간 이후 이미 30만 부가 팔려나갔고, 얼마 전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독자 곁으로 돌아왔다. 책은 '상처받지 않고 사람을 움직이는 관계의 심리학'이란 부제 그대로 인간관계에서 어려움에 부딪쳤을 때 헤쳐나갈 비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한 해 동안 사람들에게 치인 스트레스를 풀어야 할 것 같은 지난해 마지막 날을 하루 앞두고 양창순 박사가 운영하는 서울 중구 마인드앤컴퍼니에서 그를 만났다. 양창순 박사는 질문마다 조용한 목소리로 조곤조곤 설명했다. 꼭 내담자에게 관계 컨설팅을 하듯이.


"우리가 외국어를 배울 때 굉장히 연습을 많이 하잖아요. 인간관계도 한 번에 되는 게 아니고 꾸준한 연습이 필요한데 한두 번 해보고 상처받으면 '나는 인간관계를 잘 못해', '나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타입이 아니야' 하면서 자기 세계로 들어가거나 반대로 튀려고 부자연스럽게 행동해요. 인간관계도 외국어 배우듯이 하면 좋겠어요."


새해를 맞아 다시 사람 속으로 뛰어든 많은 독자들을 양창순 박사가 안내하는 관계의 심리학 세계로 초대한다.



"나르시시즘은 인간의 핵심 심리... 인간은 인정받고 싶어하는 존재"

 
Q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가 30만 명의 독자를 만났습니다. 그처럼 많은 사랑을 받은 까닭은 무엇일까요?


사람들이 인간관계에 대해 그만큼 힘들어하는 거죠. 학교 다닐 때 인간의 심리가 뭔지,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안 배우잖아요. 그런 걸 생각해보지 않다가 막상 대학에 진학하거나 직장에 가서 부딪치는 게 인간관계잖아요. 무조건 참아야 하나 아니면 내 주장을 펴야 하나, 갈등이 있으니까 누군가가 정리 좀 해주길 바란 거죠. 요즘 인간관계나 심리 관련 책이 많이 나오지만 제 책은 상담 사례가 많이 나와서 더 공감하기 쉽다고 해요. 사례들은 상담한 서너 명을 한 명으로 만드는 식으로 각색을 했는데, 사람들이 대개 비슷하죠. 아파트 301호나 302호나 똑같듯이.


Q 공황장애나 우울증 같은 질환들이 익숙해질 정도로, 갈수록 사람들이 관계맺기를 더 힘들어하는 것 같아요.


우리 어렸을 땐 다 대가족이었잖아요. 방도 혼자 못 쓰고 같이 부대끼면서 살았는데 지금은 아니죠. 또 과거엔 사는 것도 고만고만해서 비교할 것도 단순했지만 현대는 사회도 복잡해지고 인터넷에 들어가면 바로 남과 나를 비교하게 되잖아요. 도시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크고요. 10명 만나는 것하고 1000명 일하는 데서 받는 거하고 스트레스가 다르잖아요.


그리고 전에는 안 만나고 싶으면 안 만나, 하면서 내가 선택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단체 카톡처럼 강제로 해야 하는 관계들도 많아져서 갈등의 소지가 더 늘었죠. 집전화밖에 없을 때는 전화를 안 받으면 집에 없나 보다 했지만 이제는 핸드폰을 24시간 하니까 '이 친구가 내 전화 안 받는 거 아냐. 내 카톡 왜 안 보지?' 하면서 모든 게 즉각적으로 됐죠. 그러면서 더 불안해지고요.


Q 책에서 인간관계에도 테크닉이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어떤 테크닉을 익히면 좋을까요?


보편적으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원리가 있는데 그걸 알아야 해요. 제가 계속 책을 쓰는 까닭도 인간의 핵심 심리인 나르시시즘을 알리기 위해서죠. 인간이 얼마나 인정받고 칭찬받고 싶어 하는 존재인지를요. 인간은 얼마나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 하는가. 우리는 그걸 알면서도 안 하잖아요. 쑥스럽다고. 그걸 안 하면서 뭔가를 얻으려고 하니까 잘 안 되는 거죠.


또, 우리가 외국어를 배울 때 외국사람과 대화를 잘 하려면 상대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알아야 하잖아요. 리스닝(듣기)이 중요하죠. 그처럼 인간관계에서도 상대 얘기만 잘 들으면 그에 맞춰 주고받을 수 있는데, 대부분 상대 얘기는 안 듣고 '저 친구 얘기 끝나면 나는 무슨 얘기를 할까'만 생각하니까 인간관계가 잘 안 되죠.




'건강한 까칠함'을 위한 솔루션... '멈추고 조절하고 벗어나라'


Q 이번 개정증보판에는 ‘인간관계를 이루는 기본적인 8가지 심리 유형’을 추가했던데 심리 유형을 알면 뭐가 좋을까요?


사람들이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잘 몰라요. 그럴 때 내가 어떤 유형과 가까운지 알면 도움이 되죠. 사람들이 '어떻게 해야 인간관계를 잘하는 건지' 묻는데 우리가 때와 장소에 맞춰 옷을 갈아입듯이 인간관계도 때와 장소에 맞춰서 적절하게 하면 돼요. 내가 이 사람들하고 어울리고 싶으면 어울리고, 혼자 있고 싶으면 혼자 가고. 적극적으로 주장할 일이면 주장하고 내 의견보다 저 사람 의견이 맞으면 그를 따르고.


그처럼 적시적소에 맞춰야 하는데 사람들은 그러지 못하죠. 어떤 때는 상대에 순응해야 되는 줄 알면서도 자존심 때문에 내 주장을 하고, 어떤 때는 혼자 있고 싶으면서도 친구들이 왕따 시킬까봐 두려워서 어울리면 그게 다 부담스러운 거잖아요. 인간관계도 삶의 한 부분이어서 자연스러워야 하는데도. 인간은 요지경 같아서 각자에게 그 8가지 유형이 다 있지만 그것들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게 중요해요.


Q 대인관계 해결책으로 '건강한 까칠함'을 내놓으셨어요. 건강한 까칠함이란 무엇인가요?


인간관계를 맺을 때 크게 두 가지가 걸려요. 외부에서 나를 비판하지 않으면 내가 나를 들볶죠. 그런 외부나 내면의 적으로부터 공격받아서 흔들릴 때 얼마만큼 빨리 내 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가. 그런 정신적인 탄력성, 정신적인 힘을 얘기한 거예요.


Q '건강한 까칠함'을 갖기 위한 5단계 솔루션도 제시했는데 간략하게 설명해주세요.


1단계로 SCE(Stop, Control, Escape. 멈추고 조절하고 벗어나라) 법칙이라고 했죠. 우리가 위험한 길이면 가려다가도 멈추잖아요. 내 생각이라고 해서 그냥 빠져버리면 그것도 위험한 길이거든요. 그럴 때 SCE 하라는 거예요. 일단 멈추고 위험한 길이면 과감히 돌아 나오듯이 위험한 생각에서 탈출하자는 거죠. 죽는 날까지 노화 안 하는 동물이 새예요. 새들은 위험하면 바로 날아가잖아요. 스트레스가 없죠. 그런 새도 실 한 오라기에 묶이면 못 날아가는데, 인간이 오만 가지 생각으로 자신을 묶으면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겠어요? 그럴 때 SCE법칙을 써야죠.


2단계는 대인관계에도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거예요. 남의 평가나 비판에 대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내가 남의 눈에 어떻게 비쳐지고 있는지 볼 필요는 있어요. 사람들이 날 싫어할 때는 거울로 내 얼굴을 비춰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는 것처럼 모니터링을 해야죠. 3단계는 인간관계를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그리고 간결하고 명료하게' 하자는 거예요. 누가 부탁하면 거절 못하고 미적대고 답변만 미루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게 가장 안 좋은 거절법 중 하나죠. 때론 단호한 게 나을 때가 있어요.


4단계는 인간관계도 가지치기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모임만 가면 총무 하는 사람, 때마다 몇 백 명씩 좋은 글 보내는 사람들은 처음엔 좋겠지만 나중엔 그게 자기를 옭아매요. 밖에서 에너지 다 쏟고 와서 집에서는 잠만 자면 가장 가까운 가족과의 관계는 멀어지잖아요. 나무가 가지가 너무 많으면 자라지 못하는 것처럼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예요. 마지막은 삶은 직선이 아니라는 거예요. 사람들이 인간관계에서 상처받는 게 다 ‘삶이 직선이길 바라서’예요. 곡선일 수 있고, 갔다가 돌아올 수도 있는 건데.


Q 책에서 기질적으로 화가 많은 사람이 있다는 걸 보고서 상담 때만 기질이나 성격 검사를 할 게 아니라 평소에 해두면 인간관계를 맺을 때 좋겠다 싶었어요.


정말 좋죠. 요즘은 조직이나 기업에서도 많이 활용해요. 특히 리더들한테요. 왜냐하면 우리가 화는 만만한 사람한테 내잖아요. 위로 올라갈수록 만만한 사람들이 많아져서 화를 더 내게 되니까요. 그럴수록 화를 더 잘 다스려야죠. 제가 화를 불에 비유했는데 불이 적절하게 있으면 따뜻하고 밝지만 과하면 다 태우듯이, 인간관계를 다 태우는 게 분노에요. 그래서 책에 분노 표현법을 써놨고요.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관계전문가 양창순 "건강한 까칠함은 정신적 탄력성 의미"]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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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신정임(북DB 객원기자)

사진 : 신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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