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경인 작가 인터뷰
돌이켜보면 참으로 무모했다. 사람을 무조건 믿을 만큼 어리지도 순진하지도 않으면서 “무조건 오른다”는 말을 그렇게 쉽게 믿어버리다니. 주변에 귀 얇은 사람들만 있는지 이런 식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솔직히 재무제표를 보고 투자한다는 사람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그때 누군가 "주식투자를 하려면 우선 재무제표부터 보라"고 한마디만 해줬어도 피 같은 돈을 잃지는 않았을 텐데. <재무제표 모르면 주식투자 절대 하지 마라>(베가북스/ 2016년)의 저자 사경인 데이토리 대표는 재무제표를 보지 않고 주식투자를 하는 것은 "땅을 보지 않고 땅을 사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며 정신을 번쩍 나게 한다. 또한 이 책을 읽고 책값 이상을 버는 방법 중 하나로 "주식 투자는 나랑 안 맞는 것 같으니 하지 말자"라는 결론을 내려도 좋다고 말한다.
기업의 재무 상태를 기록한 문서인 재무제표. 주식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재무제표를 보는 게 가장 기본이라는 의견은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실제로 저자는 10년간 재무제표와 공시자료만 가지고 꾸준히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학계와 증권가에서는 '재무제표 무용론'이 득세를 하고 있다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불과 2~3년 전까지만 해도 일반인들에게 주식을 권하지 않던 그가 마음이 변해 ‘아들에게 주식을 가르치겠다’며 책까지 쓰게 된 까닭은 무엇인가?
삼일회계법인 회계사 출신인 사경인 대표는 데이토리라는 회사를 설립해 ‘데이터 뒤에 숨은 스토리’를 읽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1월 13일 서울 여의도 한국경제TV에서 사경인 대표를 만나 과연 재무제표는 수익률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숫자만 보면 경기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재무제표를 어떻게 접근하면 좋은지 등 알토란 같은 정보를 캐냈다.
Q 단도직입적으로, 재무제표는 수익률에 어떻게 도움을 주나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투자 시 손실을 줄여주는 가장 좋은 수단입니다. 투자하다 보면 종목에 따라 이익이 나기도 하고 손실이 나기도 하는데, 손실 폭을 줄이면 수익률이 올라갑니다. 일반인들이 투자하는 걸 보면 대부분 어디서 듣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중국 수출을 할 거다', '신제품이 출시되면 대박이다' 등요. 그런데 그 정보들이 회사 또는 누군가가 스스로 하고 싶은 이야기인 경우가 많아요. 하고 싶지 않은 나쁜 이야기는 절대 안 합니다.
일례로 중국 수출을 하긴 하지만 이익은 크게 나지 않아 막상 남는 건 별로 없다든지, 신제품이 출시는 되지만 이걸 개발하느라 수년간 쏟아 부은 돈을 거두려면 오래 걸린다는 이야기는 쏙 빼놓는 거죠. 하지만 재무제표는 일정한 기준에 맞춰 작성해야 하고, 회계사나 감사인들이 걸러내고 보기 때문에 회사가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도 할 수밖에 없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재무제표는 기업의 안 좋은 부분을 걸러낼 수 있는 좋은 방법입니다.
Q 그런데도 증권가에서 '재무제표 무용론'이 득세하고 있는 이유는 뭔가요?
이것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하나는 학계에서 하는 이야기로 '효율적 시장가설'이라는 게 있어요. 어떤 정보가 시장에 알려지면 이미 그 정보는 쓸모가 없어진다는 거죠. 누구나 다 아는 정보가 됐기 때문에 이런 종목으로는 이익을 낼 수 없다는 거죠. 재무제표는 보통 한두 달 있다가 나오거든요. 이제 와서 그걸 본다고 얻을 게 없다는 거죠. 그게 맞다면 재무제표만 가지고 투자하는 저 같은 사람이 수익을 내면 안 되거든요. 그런데 저는 꾸준히 수익을 내고 있거든요.
이미 '효율적 시장가설'이 안 통하고 실제로 시장이 효율적이지 않다는 건 여러 가지로 증명이 됐어요. 그런데도 이걸 주장하는 사람들은 그래야 자기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회원들로부터 일정한 회비를 받아 정보를 알려주는 그런 사람들이죠. 고객들에게 정보가 있다고 주장하면서 차트 분석, 테마주, 분석주 같은 걸 만들어서 계속 제공해야 돈값을 하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재무제표는 석 달에 한 번씩 나오는데 이걸 갖고 이야기하면 1년에 네 번밖에 할 이야기가 없잖아요.
사실 주식투자의 본질은 기업을 사는 거예요. 회사의 지분을 취득하고 권리를 가져가는 것이거든요. 땅을 산다고 하면 땅을 분석해야지 권리증인 문서를 분석해 무슨 도움이 되겠어요. 주식도 마찬가지거든요. 회사가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분석해야지 얼마에 팔렸고 누가 샀다는 걸 매일 분석하는 것은 부동산에서 땅문서를 분석하는 것과 다르지 않거든요.
그런데 사실은 투자시장에서 주인공들이라 할 수 있는 증권사도 재무제표가 아닌 다른 걸로 투자해야 유리해요. 증권사는 수수료로 돈을 벌어요. 고객들이 이익이 나든 손해가 나든 많이 사고 팔아야 돈을 버는 구조입니다. 고객들이 재무제표를 보고 3개월에 한 번씩 주식을 사고팔면 증권사는 망합니다. 이렇게 학계와 증권사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다 보니 재무제표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가 오도된 거죠.
Q 그럼 재무제표만 볼 줄 알면 손해는 안 본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재무제표도 속일 수가 있어요. 그래서 조심해야 해요. 일부분만 보고 팩트로 생각했는데 나중에 뒤집어지는 결과가 나오니까요. 그런데 대부분 손익계산서만 보기 때문에 그래요. 상당수가 얼마나 이익이 났는지만 보고 다 봤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지만 감사보고서는 적게는 수십 페이지에서 많게는 수백 페이지에 이르러요. 팩트가 아닌 걸 꾸민 흔적을 찾아야 해요. 가령 건전한 회사는 모든 항목이 균형이 잘 맞아요. 그런데 거짓으로 꾸민 회사들의 재무제표는 어딘가 어색한 모양이 나타날 수밖에 없어요.
2년 전 대우해양조선의 경우 손익계산서는 좋은데 현금흐름표가 이상한 거예요. 뭔가 이상했죠. 사람들에게 들어가지(주식을 사지) 말라고 했어요. 결론적으로 재무제표가 팩트는 아니지만 전반적인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가 됩니다. 제가 '올림픽 종목'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는데, 코스닥은 4년마다 이익을 올려야 관리종목에 들어가지 않을 수 있어요. 그런데 3년 연속 적자였다가 4년째 이익이 났다면 의심할 수 있죠. 이런 건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니까 기본적인 것 몇 가지만 알아도 손실을 막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Q 책에서는 이익을 내는 방법보다도 손실을 줄이는 데 상당 부분을 할애하셨는데, 그 이유는 어디에 있나요?
책을 쓸 때 주된 독자를 주식을 처음 하는 분들이나 오래 했지만 기초가 없는 분들을 대상으로 했어요. 사실 1980년에 100포인트로 시작해서 현재 2000포인트까지 왔다는 건 20배가 올랐다는 의미거든요. 일부 손실을 본 사람도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수익이 20배가 나야 돼요. 그런데 수익을 내기는커녕 대부분 깡통을 찼거든요.
왜 수익이 안 나는가 봤더니 안 좋은 종목에 한 번씩 들어간 거예요. 잘나가다가 한 종목으로 망해요. 그런 것들을 뺄 수 있다면, 즉 손실이 나지 않는 방법을 알면 오랫동안 버티고 결실을 가져갈 수 있거든요. 저는 이것을 '낙법'에 비유하는데, 유도할 때 낙법부터 가르치는 것과 같은 이치예요. 넘어졌을 때 안 다치는 방법부터 가르치는 것처럼, 투자할 때 손실 내지 않는 방법을 알아야 그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어요.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사경인 "주식투자는 '유도'... 넘어질 때 안 다치는 법부터 배워야"]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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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이미회(북DB 객원기자)
사진 : 신동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