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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Feb 21. 2017

"혼자 있어봐야 ‘함께’의 소중함을 안다"

음악치료사 구수정 작가 인터뷰

                 

※ 서울시여성보호센터 음악치료사 구수정 작가가 신간 <가끔은 혼자이고 싶은 너에게>(별글/ 2017년 1월)을 펴냈습니다. 별글 출판사 편집부가 구수정 작가와 한 인터뷰를 북DB 독자들을 위해 이곳에 옮깁니다. – 편집자 말



<가끔은 혼자이고 싶은 너에게>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 사회가 급변하게 되면서 짧은 시간에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 변화했잖아요. 게다가 학교나 취업 문제로 1인 가구가 늘고, 3포 세대를 넘어 5포 세대라는 말도 나왔죠. 그 과정에서 '혼자'는 부정적이기도, 긍정적이기도 한 단어가 되었어요. 사실 '혼자'보다 '함께' 있는 것이 행복한데, 그 '함께'도 '혼자' 있어 봐야 소중한 줄을 알게 되는 것이죠. 혼자 자신을 돌아보고 다독이는 시간을 견뎌내야 주위 사람들도 보이게 돼요. 그래서 '계속' 혼자 있는 것보다 '가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Q 본문 중에서, 일본 도야마에 있는 가와사키상 가족의 게스트하우스에서 고양이와 대화를 많이 하셨는데 어떤 식으로 소통하게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르네와 코냥, 닝은 집고양이기 때문에 저뿐만 아니라 사람을 경계하지 않고 친밀해요. 그리고 아저씨 집에 손님들이 워낙 많이 들락날락 하기 때문에 새로운 사람이 와도 '그러려니' 제 할 일을 하고요. 물론 만지는 것은 싫어하지만요.


제가 고양이들에게 다가간 게 아니라, 오히려 고양이들이 저를 궁금해 하고 다가와 주었죠. 함께 난롯불을 쬐다 보면 고양이들이 제 발등을 부비고 가거나 엉덩이를 바짝 붙여 앉으며 뭔가 접촉을 시도하죠. 그러면 저는 나쓰메 소세키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되었어요. 소설에서는 고양이 시점으로 주인을 바라보잖아요.


한편으로는 제가 음악치료 세션에서 만난 어린아이들이 생각났어요. 정서장애 또는 자폐증을 가진 아이들은 말로 소통하기 어렵거든요. 그러면 저는 계속 이 아이들의 신체언어를 읽으려 노력해요. 왜 찡그리는지, 왜 소리 지르는지, 무엇이 아이를 웃게 하는지. 갓난아이든 어른이든 고양이든 나의 마음을 읽어주는 따뜻함은 누구나 느끼는 거잖아요.


어떤 아이는 엄마와 전혀 소통이 안 되는 모아애착 장애인데 처음에는 음악치료 세션을 하는 중에도 저를 전혀 바라보지 않고, 악기 소리에도 소리를 지르며 거부를 했어요. 그런데 언젠가 제가 그 아이의 손을 잡고 인사 노래를 부르는데 갑자기 눈이 초롱초롱해지면서 저를 바라보는 거에요. 눈맞춤이 이루어진 거죠. 즉 이 아이는 제 목소리에 긍정적 반응을 한 거에요. 저는 이 아이의 반응을 이렇게 읽었어요. "악기 소리는 시끄럽지만 선생님 목소리는 좋아요"라고.


그 이후로 이 아이에게는 악기를 골라보라고 강요하지 않고 같은 곡으로 활동을 해도 꼭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주었죠. 싫어하는 것을 소거하고 좋아하는 것을 더해주면서 정서적 지지가 가능하게 하는 것. 그러자 아이는 저의 발등에 자기 발바닥을 붙여 접촉을 시도하였어요. 그게 그 아이와 건강한 관계맺기의 시작이었죠. 마지막 세션에서는 아이의 짜증도 줄고 저에게 안겨 악기도 고르며 노래활동도 함께했어요.


동물과의 접촉과 관계맺기가 가장 원초적이라고 생각해요. 서로 대화는 안 통하지만 뭔가 마음을 쓰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고 위로를 받고.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는 것이 그 반증이죠. 도야마에서 저는 르네와 코냥, 닝의 신체언어를 읽으려고 노력하고 그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나둘씩 찾아냈어요. 그런 노력을 알았는지 날마다 새로운 관계형성을 급속하게 이루어낸 것이죠. 물론 책 속 대화는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한 것이고요.
 
Q 치유여행을 하신 후 삶에서 어떤 변화들이 있었나요?


일본에 새로운 가족(가와사키 가족)이 생겼고요. 소모된 저의 마음을 다독이게 되었어요.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물음에 지금의 나를 어느 정도 설명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되었죠. '그때 내가 그랬구나' 하고요. 가끔 내가 잘못한 일도 없는데 원인 모를 감정들에 휩싸여서 잠 못 이룰 때 있잖아요? 늘 저에게 다시 묻게 됩니다. 내가 느끼는 감정들은 무엇인지. 왜 그렇게 느끼게 되었는지. 감정은 제 안에서 나오는 것이니까요. 그 감정들을 계속 의식적으로 끌어내는 거죠. 그러면 제 정신건강을 지킬 수 있게 되죠. 그래서 다시 마주한 불면을 잠재울 수 있었어요.


우리 가족의 변화는 역시 고양이 ‘웅이’의 존재예요. 웅이가 최근에 퉁퉁하게 살이 쪘어요. 새로운 '집사'가 밥을 잘 주었나봐요. 그래서 가족들이 걱정을 했죠. 짠 음식 줘서 그런 거다, 다이어트 시켜야 한다, 설왕설래 말이 많았는데 이번 설에 시골집에 내려갔을 때 시간을 딱딱 지켜 밥 주길 기다리던 웅이가 며칠 보이지 않는 거에요. 그러다 배가 홀쭉해져서 나타났어요. 임신을 했던 모양이에요. 아직 새끼 고양이들은 보지 못했어요. 가족에게 한 가지 공통 관심사가 생겨나서 대화도 늘어나고 즐겁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가와사키 아저씨 댁으로 가족여행을 떠나게 되었어요. 이제 혼자가 아니네요.



"혼자 자신을 다독이는 시간을 견뎌내야 주위 사람들도 보이게 돼요"
 

Q 예전에 '영 아티스트'로 선정돼서 국가지원금을 지원받았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들을 하셨나요?


제가 해금 연주자로 살던 시절, 현악앙상블 '초콜릿'과 국악뮤지컬집단 '타루'라는 단체에서 활동했어요. 그리고 제 개인 활동을 위해 팀을 나온 뒤, 한국예술문화위원회 차세대 예술인력육성 사업(AYAF-Arko young art frontier)에 2년간 선정되어 공연물을 만들었어요.


몽골 사막화 지역을 여행 후 영감을 받아 '구수정의 환경프로젝트' 시리즈를 만들게 되었죠. 제가 구성하고 곡도 쓰고, 연주도 하며 환경에 관한 메시지를 전해요. 예를 들어 해수면이 높아져 가라앉는 섬 투발루를 위해 '가라앉는 섬'이라는 곡을 작곡하고 연주했어요. 그 첫 번째가 'Mother’s Tree', 두 번째 '샘으로부터', 세 번째 '바람 뒤에 서서 말하리' 이렇게 세 개의 환경프로젝트를 수행했죠. 사실 그때가 왼손 컨디션이 안 좋을 때라 매일 샤워기 틀고 울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만든 고난의 작품이죠. 


또 비슷한 시기 예술경영센터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Makrophonia'라는 한국-오스트리아 팀으로 유럽 투어를 했어요. 그 이야기는 <가끔은 혼자이고 싶은 너에게>의 '음악, 완성되지 않은 나의 언어'에 나와요. 저에게 아주 중요한 순간이었죠. 
  
Q <가끔은 혼자이고 싶은 너에게>를 꼭 추천하고 싶으신 분이 계신가요?


열심히 달려왔는데 방향성을 잃으신 분, 또는 가속도가 붙어 멈추는 것을 두려워하는 분,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살았는데 내가 없어지는 느낌을 받으신 분, 사람에 치여서 상처 받았는데 어찌할 바를 모르는 분, 잠깐의 여행을 꿈꾸시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신지요. 


영광스럽게도, 국악방송 라디오 '황호준의 backstage'를 작곡가 황호준 선생님과 함께 진행하게 되었어요. 주제는 여행과 힐링입니다. <가끔은 혼자이고 싶은 너에게>에 관한 이야기도 조금 하게 될 것 같아요. 


그리고 다음 책을 준비 중이에요. 제가 음악치료사라는 직업상 도움과 지지가 필요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는데요. 특히 아이의 문제행동이나 그로 인해 발생하는 부모의 부정적인 감정으로 힘들어하는 분들에 대해 육아법에 대해 조언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러다보니 사례들이 많이 생겨나게 되었어요. 이 이야기를 모으면 또 다른 필요한 부모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더불어 음악교육에 대해서도 연구 중이에요.


한편으로는 저처럼 무리한 연습과 연주활동으로 심신이 지쳐 있는 예술가, 연주가들에게 상담이나 정서적인 도움을 주고 싶은데 아직 생각만 하고 있어요. 방법이 생기겠죠. 


Q 끝으로 이 책을 읽을 독자를 위해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삶을 위해 뛰어오신 여러분, 충분히 잘 해내고 계십니다. 다만 잠시 멈춰서 숨을 고르시길 바랍니다. 더 멀리, 더 길게 가기 위해 신발끈을 매는 시간을 아까워하지 마세요. 제가 그랬거든요. 앞만 보고 뛰어가다 제 몸이 망가지는지도 모르고 고장난 자동차처럼 털털거리면서 갔답니다. 여러분들께 <가끔은 혼자이고 싶은 너에게>가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음악치료사 구수정 "혼자 있어봐야 ‘함께’의 소중함을 안다"]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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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인터파크도서 북DB
사진 : 별글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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