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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Feb 21. 2017

웨딩플래너 정주희 "손가락질 받아야 할 결혼식은 없다"

최근 결혼식에 있어 가장 큰 화두는 뭘까. 바로 '거품 빼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과거에는 특급 호텔과 명품 드레스, 화려한 예물 등을 추구하는 이들이 많았던 것이 사실. 하지만 구태의연한 절차를 간소화하고, 기존의 형식과 틀을 깬 결혼식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과시하기 위한 보여주기 식의 결혼이 아니라 결혼식 당사자들의 행복과 취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작은 결혼식' 혹은 '착한 결혼식'이라 불리는 새로운 형태의 결혼식이 새로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오늘날, 20년 차 웨딩플래너가 바라본 결혼식의 허와 실은 무엇일지 들어보았다.

 
사는 게 제각각 다른 만큼 결혼식에도 특별한 정답은 없을 터. 하지만 그래서 더욱 혼란스럽고 막막해질 때가 많다. 친구마다, 어른마다, 인터넷 게시물마다 하는 얘기가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20년 차 웨딩플래너 정주희가 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주어진 시간과 비용 안에서 가장 실용적인 결혼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새로운 책을 펴낸 것. 그녀의 책 <결혼대백과>(청림라이프/ 2017년)는 프러포즈부터 시작해 상견례 준비,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 예식장, 신혼여행, 신혼집 장만까지 결혼준비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망라하고 있다. 예식을 원만하게 치르기 위한 요령과 방법과 함께 결혼 이후의 부부관계, 가사 분담, 가치관 설계 등을 위한 지침도 담았다.


<결혼대백과>의 저자 정주희는 듀오웨드 출신으로 현재 자신만의 웨딩업체를 운영하며 20여 년 가까이 웨딩플래너로 활약하고 있다. 그녀는 서울예대에서 영화를 전공한 후, 결혼 영상 관련 업체를 운영하다 웨딩플래너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고. 신부와 신랑이 행복하게 결혼하는 모습, '자 여기 보세요' 소리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으신 할머니가 손주 곁에서 사진을 찍는 모습, 생화와 촛불 특유의 냄새 같은 것들이 그녀를 매료시켰다고. 무엇보다 새로운 가족이 탄생하는 시작을 함께한다는 점에서 그녀는 남다른 보람과 사명감을 느꼈다.


"예식장에서 하는 평범한 결혼식, 호텔에서 하는 화려한 결혼식, 작은 식당이나 미술관에서 하는 소박한 결혼식 등 결혼문화가 더욱 다양해지면 좋겠어요. 심지어 혼인신고만 하는 결혼까지도 전부 다 의미가 있죠. 경제적 여건이 돼서 좋은 장소를 찾아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갖춰서 하는 것도 좋지만, 결혼식에는 일절 돈을 쓰지 않고 집 장만이나 생활적인 부분에만 집중하는 것도 현명하다고 봐요.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결혼식에 대한 선입견이 여전히 많은 것 같아요. ‘결혼식은 이렇게 해야 하는 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분이 많죠. 사실 결혼식은 당사자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되는 거예요. 법에 저촉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죠. 그런 의미에서 손가락질 받아야 할 결혼은 없다고 봐요. 이번 책 <결혼대백과>를 통해 다양한 결혼식을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작은 결혼식, '작은'이란 말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

그녀는 결혼을 준비할 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으로 고정관념을 꼽았다. 각자의 위치에서 당연히 해야 할 것이라고 여기며 서로 오해하고 싸우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친다는 것. 자신의 부모를 보는 잣대로 상대의 부모를 평가한다든지, 자신의 결혼식과 주변 사람들의 결혼식을 비교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찌 보면 그녀의 이야기는 웨딩플래너의 입에서 쏟아진 것 치고는 조금 위험한(?)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이것저것 권해도 모자랄 판에 결혼식 자체를 안 해도 훌륭한 결혼이라고 치켜세우는 웨딩플래너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조금 난감하긴 했지만 그녀의 말에 점점 귀가 솔깃해졌던 것은 사실. 이에 그녀는 웨딩플래너라는 직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왜곡된 것 같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화려하고 사치스러운 것을 추구하는 직업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소비자 고발 프로그램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면서 웨딩플래너를 장사꾼이나 사기꾼으로 생각하는 이들을 보면 속상하다고 털어놓았다.

 
20년 차 웨딩플래너라고 하면 성사시킨 결혼식만 해도 수백 건일 터. 그녀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결혼식에 관해 물었다. 자못 듣도 보도 못한 초호화 결혼식이 등장할 줄 알았더니 이게 웬걸. 그녀가 줄줄이 꺼내놓은 결혼식은 모두 소박한 결혼식 일색이었다.


"신부와 신랑, 두 분 다 재혼이었어요. 굉장히 힘들게 연애하고 결혼을 하게 된 경우였죠. 두 분 다 연극배우 출신이었는데 신부는 두 사람의 연애 이야기를 희곡으로 쓰고, 신랑은 연출을 담당했어요.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편의 공연으로 담아 배우인 친구들이 재능기부로 연기를 맡았고,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에게는 원하는 만큼의 관람료를 축의금으로 받았죠. 일주일 정도 공연을 했는데 두 사람은 물론이고 재혼을 반대하던 부모님들도 울고, 가족 간의 화해가 이뤄지면서 정말 아름다운 결혼식이었어요.


요즘 작은 결혼식이 유행하잖아요. 저는 웨딩플래너를 오래 해서 그런지 10년 전부터 많이 봐왔거든요. 그런데 ‘작은’이라는 함정에 빠지면 오히려 비싼 비용을 내야 할 수 있다는 점을 조심하세요. 장소와 공간만 작고 전체적인 비용은 더 비싸게 청구하는 곳도 있거든요. 저에게 작은 결혼식을 문의하시는 분들께는 특별히 그에 적합한 미술관이나 야외 식당을 추천해드리죠.


어떤 분은 친구들과 결혼식 전날 꽃시장에 다녀와서 함께 다듬어 꽃을 장식한 경우도 있고, 결혼사진 촬영을 하는 대신 친구가 그려준 초상화를 전시한 경우도 있고요.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도 각자의 취향과 개성을 살린 결혼식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답니다."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웨딩플래너 정주희 "손가락질 받아야 할 결혼식은 없다"]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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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윤효정(북DB 객원기자)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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