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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Feb 21. 2017

"변곡점의 시대, 과거 성공담에선 절대 기회 못 찾아"


※ 3단계의 점층적 형식으로 선보이는 ’프리즘 인터뷰’입니다. 삼각형의 틀을 통해 빛을 다채롭게 보여주는 프리즘처럼 작가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쉽고 다양하게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 기자 말




[프리즘①] 송인혁의 말, 말, 말


- "지금 시대에 가장 중요한 건 관심(M, mind of interest)이고, 관심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연결(C, connection)이 기하급수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낸다는 거예요."


- "자본이 있는 쪽은 더 많은 자원을 움직일 수 있고, 자본이 없는 쪽은 더 많은 대중들의 힘으로 격돌하는 거죠. 솔리틱스 대전이죠. 이번 대선도 흥미롭게 지켜봤으면 좋겠어요."


- "나의 현재는 내가 어제까지 내려온 선택의 합이잖아요. 큰일이 없는 한 내일도 똑같을 거예요. 그런데 다른 현재를 만들고 싶다? 그러면 다른 선택을 내리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어요."


[프리즘②] 퍼펙트 스톰의 강력한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가


▷ 송인혁은 누구? : "빅 싱커(big thinker)이자 기술사상가." <퍼펙트 스톰>(프레너미/ 2016년) 책날개에는 이렇게 거창한 말로 소개돼 있다. 그를 만나보고 나서 그 소개가 거짓이 아님을 알게 됐다. 30대에 삼성전자의 '금밥그릇'을 걷어차고 나온 사람. 크리에이티브 큐레이터로서 세계 지성의 향연인 TED 글로벌 컨퍼런스를 국내에 알리며 TEDxSeoul, TEDxSamsung, TEDxItaewon의 기획자로 참여했으며, 더불어민주당의 더불어컨퍼런스를 기획했다. 현재 라이프스퀘어의 공동대표로, <창조력 주식회사> <스파크> <화난 원숭이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등의 책을 썼다.


▷ 어떤 책을 냈나 : 영화 제목으로, 경제학 용어로 잘 알려진 '퍼펙트 스톰'이란 제목의 책. 제4차 산업혁명의 바람을 등에 업고 '위기'를 말하는 사람이 많은 때다.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가 위기를 이야기할 때 쓴 '퍼펙트 스톰'이라는 용어를 송인혁 작가는 다른 관점에서 주목했다. '퍼펙트 스톰이라 불릴 만큼 강력한 에너지는 어디서 오는가?' 변화의 파도는 수많은 사람들의 선택으로 새로운 도구가 일상으로 스며들 때 일어난다. 송인혁 작가는 위기가 아니라 변화로서 그 파도를 주목한 것이다. 그는 상상과 일상이 만나는 미래 속에서 '사람'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다.


▷ 인터뷰 뒷이야기 : 2월 9일 서울 한남동 북파크에서 송인혁 작가를 만났다. 그의 이야기는 사람을 빠져들게 만들었다. 그는 스스로 '혼구'라고 했다. '혼이 담긴 구라'. 수십 명 작가들을 인터뷰하면서 말깨나 한다 하는 사람도 여럿 봤지만, 송인혁 작가만큼 '혼구'가 뛰어난 사람은 처음 봤다. 기술과 미래라는 좀 어려운 주제를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실감나게 설명했다. 설날 떡방앗간에서 가래떡 뽑듯 매끄럽게 나오는 그의 이야기는 따끈따끈하고 쫄깃쫄깃하게 귀에 감겼다. 2시간 가까이 이어진 '혼구'의 향연을, 지면 관계상 절반도 채 못 전하는 것이 못내 원통하다.



[프리즘③] 일문일답 들여다보기


Q 책 원고를 몇 년 전부터 계속 준비하시다가, 작년에 어떤 계기를 통해 책이 본격적으로 기획됐다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가 있었나요?


이 책의 핵심 중 하나가 '관심연결경제'잖아요. '하나의 우리'가 아니라 '저마다의 우리'가 일어나는 것이 훨씬 큰 힘이라는 걸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피부로 느낄 만한 한국적인 사례는 보이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난해 말 광화문 촛불시위는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우리’로 그 자리에 모여서 거대한 물결을 만들어냈거든요. 그래서 확신을 가지게 됐어요. 지난해 2월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 때도 크게 느꼈고요. 구글과 페이스북이 라이브 스트리밍을 전격 오픈할 정도로 큰 힘을 일으켰잖아요. 그래서 '이제 한국에도 때가 왔다!'라고 생각해서 책을 내게 됐어요.


Q 책은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관점의 변화를 주문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집필의도와 맞닿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존의 지배적 관점이 어떤 점에서 문제가 있다는 건가요?


우리는 아무 것이나 혁명이라 부르지 않죠. 그런데 지금은 그냥 위기가 온다는 것 자체를 혁명이라 부르잖아요. 미래를 디자인하는 사람이 아니라 위기론자들만 등장하는 모양새잖아요. '위기가 와서 일자리가 없어져요'가 아니라, '새로운 변화가 오니까 어떻게 바뀌나 보자’가 아젠다의 핵심인데 말이죠. 그래서 저는 서문에서 ‘혁명은 혁신적인 것의 등장이 아니라, 그것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져서 일상에서 새로운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되는 순간이다'라고 정의 내렸어요. 일상에서 사람들의 선택을 받고 있는 지점이 뭔가 보자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에요.


Q 연결, 공유, 감정, 관심 등 책에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키워드들이 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핵심이 되는 키워드는 무엇일까요?


'관심'과 '연결'이죠. 저마다의 관심으로 모여드는 사람들은, 숫자는 적더라도 훨씬 큰 에너지를 가져요. 서로를 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일어나는 거죠. 지금 시대에 가장 중요한 건 관심(M, mind of interest)이고, 관심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연결(C, connection)이 기하급수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낸다는 거예요. 제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차용해서 'E=MC²'이라는 공식으로 정의했잖아요. 이 책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몇 가지 틀을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그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저는 'E=MC²를 생각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이제는 각자의 관심들이 서로 발견되고 그 속에서의 가치가 만들어지는 장(場)을 이용하는 관심연결경제 시대로 접어든 것이다. 나도 몰랐던 나의 기호를 나와 비슷한 행동 패턴을 가진 사람들 속에서 찾아내고 그들을 위한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핵심가치이다. 결국 ‘관심’이 에너지가 된다. (줄임) 창조경제란 이러한 관심들이 엮이고 들끓고 넘치게 만드는 것이다. - <퍼펙트 스톰> 226쪽



Q 30여 편의 글들이 한 권의 책을 이루고 있습니다. 글마다 의사 P와 백수 친구 이야기, 러브 바이러스 이야기 등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어 쉽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책에 담은 여러 에피소드 중에서 제일 중요한 점을 시사하는 것 하나만 살짝 공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제1장 첫머리에 소개한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죠. 다 아는 얘기잖아요. 사람들은 그 둘의 1:1 싸움에서 누가 이겼다 하는 것만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관심을 가진 건 각각 다윗과 골리앗의 뒤에 있는 군사들이었어요. 전쟁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거든요. 다윗 혼자만 강했다면, 아무리 골리앗이 졌다 해도 골리앗 군사들이 도망가지 않았을 거예요. 다윗의 이스라엘 군대가 전체적으로 강했다는 얘기죠. 기존의 질서가 달라졌다는 얘기거든요. 뭐가 달라졌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어요.


핵심은 새로운 도구죠. 다윗뿐 아니라 이스라엘 군대가 전부 물맷돌로 무장하고 있었을 거예요. 원거리 공격에서 강력한 무기죠. 그리고 200미터 거리에 있는 적을 즉사시킬 수 있을 정도로, 물맷돌은 이스라엘 군대에게 새로운 습관으로 자리 잡은 거예요. 새로운 무기가 등장하고 새로운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서 강자와 약자의 질서는 바뀌어버린 거죠. 새로운 것이 올라오는 지점,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달라지는 지점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잘 상징하는 에피소드예요.


Q 말씀하신 것처럼 현재의 사회를 관심연결사회로 정의하셨습니다. 그렇다면 관심연결사회로 변화해가는 것에 대한 우리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대개 기업의 의사결정권자들도 미디어나 셀럽들에게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네트워크가 아니라 일부의 이야기에 의존하다 보니 소위 ‘위기론자’들의 영향을 받게 돼요. 그런 사람들은 대안 없이 현상만 이야기하다 보니까 기업들은 기존의 성공사례에만 자꾸 매달리게 돼죠. 그런데 지금은 변화 자체가 변하지 않는 진실이 된 변곡점의 시대가 된 거잖아요. 어디서 기회를 찾을 수 있을까요? 이제 과거의 성공담에서는 절대 기회를 못 찾아요. 그러면 계속 뒤따라갈 수밖에 없는 거죠.


이제는 너무 많은 것들이 소비자들의 눈에 보이는 시대예요. 선택 과잉의 시대에 소비자들은 어떤 형태로 선택을 하는가. 기업들은 그 고민을 본격적으로 해야 할 때예요. 이제는 비교우위는 소용없어요. 지금의 소비자들은 뭔가 다른 느낌의 구별성, 나의 욕구와 연결된 상호성, 정말 최고라는 생각이 드는 탁월성, 세 가지를 기준으로 선택해요. 그리고 상품을 사용하고 참여한 사람들의 반응에 반응하죠. 상상력과 경험이라는 요소가 정말 큰 가치를 가지는 것 같아요.


Q 책에도 '상상력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써두신 것이 기억납니다. 그렇다면 상상력과 경험을 중요시하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기업 조직은 어떻게 변화해야 할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구글이 '생각 리더십'이라고 부르는 것이 있어요. 우리는 보통 회사에서 메일을 보낼 때 수신자를 지정하고 참조자를 지정하죠. 관련 없는 사람을 참조자로 포함시키는 건 불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구글은 반대로 생각해요. 어떤 생각이 가급적이면 조직 내의 많은 사람들한테 노출되도록 만드는 게 아젠다 형성의 동인이 되고 그것이 조직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거예요. 우리 대기업들도 지식관리시스템을 운영하거나 일종의 사내 온라인 카페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그건 정보를 쌓아둘 뿐이라서, 내가 찾아보기 전에는 눈에 띄지 않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 기업 조직 내에서 필요한 건 관심연결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일이죠. 구성원의 생각들이 어떻게 하면 쉽게 발견되고 쉽게 연결되게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거예요. 삼성전자가 집단지성 시스템을 왜 개발했을까요? 지식을 쌓아놓는 것이 아니라, 쉽게 질문을 던질 수 있고 질문을 쉽게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조직 내 사람들이 정보를 주고받는 방식을 관심연결 네트워크로 바꿀 수 있다면, 굉장히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어요.


최근 주목받는 혁신적인 기업들이 유독 임직원들의 자율적인 조직문화와 여가생활에 상당한 투자와 지원을 하는 것을 보며 돈을 많이 버니까 그렇지 한국 기업의 상황에는 맞지 않는다며 애써 외면한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도 회사를 놀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게 목적일 리는 없지 않은가. - <퍼펙트 스톰> 222쪽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빅싱커 송인혁 "변곡점의 시대, 과거 성공담에선 절대 기회 못 찾아"]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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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최규화(북DB 기자)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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