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터파크 북DB Apr 11. 2017

'아름다운 당신에게'드리는 강석우의 힐링 클래식 이야기

작가 강석우 인터뷰


청춘스타에서 배우, 라디오 진행자로 익숙한 강석우. 그가 클래식 음악 라디오 진행자의 모습을 보여주더니, 이번에는 에세이집 저자라는 새로운 얼굴을 하고 사람들 곁을 찾아왔다. 그가 늘 클래식 선율을 흥얼거릴 만큼 클래식 음악에 푹 빠져 있다는 건, 알만 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기도 하다. ‘음악이 곧 내 삶’이라고 말하는 클래식 전도사 강석우가 사람들과 함께 듣고 싶은 음악과 함께 자신의 추억을 담은 책, <강석우의 청춘 클래식>(CBS북스/ 2017년)을 출간했다.


이 책은 인간 강석우의 음악예찬이고 인생예찬이기도 하다. 누구나 공감할 ‘코찔찔이의 추억’과 우리 이웃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브라운관 속 익숙한 얼굴로, 또 라디오 진행의 평온한 목소리로 사람들 가까이 다가온 그가 한층 더 가깝게 느껴진다. 봄이 오는 게 온몸으로 느껴지는 4월, 그가 손 내밀어 들려주는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봄의 따스함을 마음껏 누려보면 어떨까?


Q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달고 나온 에세이가 출간됐어요. 소감이 어떠신가요?

 
내 이름을 단 새로운 것이 생겨서 영광스러우면서도 마음이 복잡해요. (책을) 그냥 나눠드렸으면 좋겠는데 돈을 받는 게 미안하고요. 방송에서는 짜임새 있는 글보다는 이야기하듯 편안한 톤이 잘 어울리니까 그렇게 썼는데, 더 정리해서 완성도 있는 글을 썼으면 하는 아쉬움도 좀 있어요.


Q ‘강석우의 아름다운 당신에게’ 방송 중 ‘플레이리스트’라는 코너에서 자신이 살아온 삶의 에피소드가 담긴 음악을 소개한 것들을 엮은 책입니다. 이야기에 어울리는 음악을 고르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코너를 준비하면서 어떤 점이 힘드셨는지 궁금해요.


처음엔 6개월 하기로 했는데, 청취자들이 이 코너를 굉장히 좋아하세요. 그래서 계속 하게 됐는데, 편하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게 쉽지 않았죠. 매주 어떤 얘기를 할지 고민해야 하고, 또 방송이라는 게 힘든 분들에게 용기를 줘야 하니까 현실과 너무 동떨어진 얘기를 하면 안 되고, 보편적인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소재를 찾는 게 힘들었어요.


방송 전 날까지 소재를 못 찾을 때도 많았어요. 그래서 태블릿PC를 갖고 다니면서 생각날 때마다 메모를 해요. 여기 글 쓴 시각을 보면 늘 밤 12시 전후거든요. 매일 밤 마지막을 플레이리스트에 실을 이야기를 쓰면서 마무리해요.



매일 밤의 마지막, 태블릿PC에 모아둔 클래식과 인생 이야기


Q 클래식 방송을 포함해서 라디오를 오랫동안 하셨는데, 방송을 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라든지 자신만의 규칙이 있을 것 같은데, 어떤가요?


사람들의 자기 이야기를 했을 때 어떤 반응을 할지, 사람들한테 따뜻하게 접근하고 위로하려는 심성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누군가 어떤 얘기를 했을 때 그걸 받는 방향은 여러 가지예요. 그냥 듣고 말 수도 있지만 내 얘기처럼 들을 수도 있는데, 가장 좋은 것은 그 사람 마음이 돼서 듣는 거죠.


제 인생에서 가장 크게 생각하는 말인데, 역지사지하는 마음이 있어야 해요. 문자 하나라도 스쳐 흘리면 안 되고요, 따뜻하게 대해야죠. 그러려면 지식보다는 살아온 지혜를 들려주는 게 낫죠. 책에 나와 있는 글들은 너무 흔하고 진심이 별로 없어 보여요. 상대의 마음이 되어주는 게 진심이죠.


Q 자동차 경적 소리가 솔이라는 걸 알아맞히셨다니, 절대음감 아니신가요? 어려서부터 음악에 관심이 있다고 하셨는데요, 그 때를 떠올리면 어떤 기분인지 궁금해요.

 
절대음감이라고 멋있게 표현하고 싶지는 않아요. 우연이었겠죠. 그런데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하는 몸이었어요. 음악을 들으면 기분이 좋아져서 그때부터 지금까지도 항상 노래를 흥얼거려요. 음악 속에서 살아왔고, 음악을 통해 나라는 인격이 형성된 것 같은데, 그건 교육 덕분인 듯해요.


어릴 땐 음악이라는 게 별로 없어서 교회 안에서 접했는데, 성가대 하면서 음악을 익힐 수 있었고요, 대학에 가서는 음악을 찾아 듣고, 대학 방송국에서 활동하면서 음악과 더 가까워졌어요. 특별히 어느 장르에 빠진 게 아니라 모든 음악을 다 좋아했어요. 늘 음악이 들려야 되고 눈을 뜨면 음악이 있어야 했어요. 그런데 교회에서 접한 음악들이 클래식에서 나온 게 많았죠. 알게 모르게 귀에 익은 거죠.


Q 그런데 클래식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편견이 있어요. 고상한 취미라든지 어려운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라디오 방송을 하면서 그런 장벽을 많이 느끼시나요?


클래식을 전공한 연주자들도 공연이 끝나면 가요 부르고 팝송 불러요. 음악은 다 똑같은 거예요. 즐겁자고 부르는 것이고 듣는 거잖아요. 클래식이라는 건 고전일 뿐인 거죠. 비틀즈의 음악을 몇 백 년이 지나도 그걸 들을 수 있다면 그게 클래식이에요. 클래식이 대단한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고요, 전 그걸 깨겠다는 거예요.


전에 음악회에서도 이 얘길 했는데, 아무리 멋있는 곡도 듣고 안 듣고는 내가 정하는 거예요. 그 권리는 나한테 있다고요. 음악에 기 눌리지 말아야 해요. 클래식 음악도 많은 사람이 듣게 하는 노력이 조금 부족했다고 할 수는 있어요. 그래서 몇몇 사람만 즐기는 거라고 생각하는 데 그건 정말 잘못된 거예요. 연주는 들으라고 하는 건데 듣는 사람 없으면 그게 불행한 거죠.


음악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건 익숙하지 않다는 뜻이잖아요. 귀에 익도록 많이 들어서 익숙해져야 되는데, 우린 그럴 기회가 없었죠. 멜로디가 익숙해지면 따라서 흥얼거리게 되고 그러다 음악과 관련한 이야기를 알게 되고, 그럼 애호가가 되는 거예요. 그걸 80년대에 음악평론가 한상우 선생님이 하셨던 거고, 지금은 제가 그 역할을 하겠다는 거예요.




“클래식이 대단한 음악이라 생각하면 큰 오산... 음악에 기 눌리지 말아야”


Q 책에서 따뜻한 위로가 되고 용기를 주는 음악들을 많이 추천해주셨는데요, 같은 시대를 함께 살고 있는 독자들과 같이 듣고 싶은 음악이 있다면 추천해주실 수 있을까요?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은 고통이 좀 덜하다는 거예요. 음악을 들어서 행복해질 수 있지만, 실은 행복하기 때문에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거예요.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은 고통의 순간에 왔을 때 음악이 위로가 돼요. 그렇지만 음악을 몰랐던 사람은 위로가 어렵겠죠. 그러려면 어렸을 적부터 음악 속에 있어야죠. 더 풍부한 삶이 있다는 걸 알려주는 게 부모의 역할이고요, 그 부모님들에게는 제가 그 역할을 하겠다는 거예요. 그냥 제 방송을 들으시면 돼요.(웃음)


Q 좋아하는 색소폰을 20년 동안 하고 계시고, 또 취미로 시작한 그림으로 전시회를 열었다고 들었어요. 정말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인생을 즐겁게 보내고 계시는 것 같아요.

 
그건 그냥 내 인생이에요. 삶의 즐거움이 여러 가지잖아요. 저한테는 새로운 걸 배우는 게 즐거움인 거죠. 그런데 대부분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살기보다는 그런 삶을 부러워하는 것 같아요. ‘정말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의문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그렇게 살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그냥 하고 싶은 걸 하는 거고요. 요새는 작곡을 배우고 있어요. (작곡을 배운 지 2주 되었다는 그는 자신이 작곡한 가곡의 멜로디를 들려주었다. 그가 들려준 몇 곡의 멜로디는 그를 닮아 온화하고 서정적이다. – 기자 주)


제가 만든 곡을 가지고 비웃는 사람도 있을 수 있죠. 그런데 전 그렇게 비웃는 사람이 불행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또 저를 보고 새로운 걸 시도해보는 사람도 있을 수 있잖아요. 세상 그렇게 사는 거죠, 뭐. 내가 곡을 만들어서 이익을 얻으려고 생각하면 무거워지지만, 그냥 이렇게 노는 거예요.(웃음)


Q 마지막으로 ‘클래식 전도사’로서, 독자들에게 클래식 세계로 오라고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음악이 다 내 맘에 들지는 않거든요. 재미없으면 안 들으면 돼요. 의무감 가질 것 없고, 음악 듣다가 졸리면 자면 돼요. 마치 성역을 건드리는 것처럼, 아무도 그렇게 얘기하지 않았어요. 졸리면 자는 거죠 뭐. 음악을 듣다가 멜로디에 빠져서 감동을 받는 사람도 있고, 자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요, 어떻든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삶은 행복한 거죠.
클래식 음악 들으면, 아침에 소리 지르고 분주하게 보내던 때와는 다른 인생이 열리니까 우리 방송 들으라고 얘기하고 싶고요. 음악을 듣고 느끼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세상을 보는 마음의 각도가 달라요. 내 마음이 음악의 아름다움에 가 있거든요. 그런데 실은 우리 주변에 클래식 음악이 가까이 와 있어요. 주변에서 들리는 음악에 조금만 귀를 기울여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글 : 정윤영(북DB 객원기자)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2M)

[ⓒ 인터파크도서 북DB www.bookdb.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 원문 보기



▶ 북DB 바로 가기

▶ 북DB 페이스북 바로 가기

매거진의 이전글 한지를 닮은 화가 전수민 “그림은 그리움의 다른 이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