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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Apr 12. 2017

모던한의사 최민형 “아이 면역력에 기회 줘야”

저자 최민형 인터뷰 


꼭 카페에 온 줄 알았다. 입구부터 장식장에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놓여 있고, 세 개의 포인트 조명 아래 커다란 8인용 테이블과 푹신한 소파가 손님을 맞는다. 햇볕이 들어오는 창가 밑엔 책들이 꽂힌 오픈 책장과 작은 화분들이 환한 분위기를 더해준다. 한쪽 구석에 작은 키보드까지 있으니 영락없는 카페다.


그런데 장식장 뒤로 ‘뽀로로와 친구들’ 인형이 놓인 호흡기 치료기가 보인다. 이곳의 실체를 짐작케 한다. 이비인후과나 소아과 아니냐고? 아니었다. 한의원이었다. 서울 장안동에 위치한 우아주한방소아과. 3월 30일, 그곳의 최민형 원장을 찾아간 길이었다.


EBS육아학교 베스트 육아멘토이자 네이버 맘키즈와 한겨레 베이비트리에 칼럼을 쓰고 있는 최민형 원장이 최근<잘 아파야 건강한 아이>(베가북스/ 2017년)라는 책을 냈다. 아이가 조금만 아파도 흠칫 놀라는 부모들에게 ‘잘 아파야 건강한 아이’라는 주장이 과연 먹혀들까. 의문을 품으니 그와 나눌 대화가 더 기대됐다.


카페 같은 한의원 안으로 쑥 들어서니 심플한 티셔츠에 편안한 면바지 차림의 최민형 원장이 따뜻하게 맞는다. 책 표지에 실린 사진은 범접하기 쉽지 않은 ‘차도남’ 이미지인데 실제 모습은 친근한 모던보이다. 그래서 자신을 ‘모던한의사’라고 하나?


“제가 걸어온 길과 관계 있어요. 15년 가까이 서양과학과 함께해와서 서양과학적 사고가 제 몸에 들어와 있거든요. 책에도 서양의학 쪽 내용이 많아요. 한의학도 예전 학문에 멈춰 있지 않고 새로운 과학과 의학의 발달을 받아들여서 새로운 과정으로 나아가고 있고요. 현대적 한의학과 서양의학을 아우르고 있다는 의미에서 모던한의사라고 했지요. 또 요새는 달라지긴 했지만 제가 한의사 외모는 아니잖아요.(웃음) 앞에 ‘모던’을 붙이면 젊은 한의사, 현대적이고 세련된 한의사 느낌도 줄 수 있지 않을까 했어요.”


광주과학고를 수석으로 졸업한 최민형 원장은 서울대 공대에 입학했다가 이듬해 다시 경희대 한의학과에 입학했다. 최민형 원장은 “과학자가 꿈이었는데 공대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다 보니, 만들어진 걸 쓰는 건 좋은데 기술개발하고 저하고는 잘 안 맞더라고요. 대체 전공을 찾다가 세부적인 것보다 크게 보는 걸 좋아하는 제 성향과 동양의학이 맞지 않을까 싶었어요”라고 한의사의 길을 택한 까닭을 설명했다. 한의대에서 전문의 과정으로 소아과를 택한 까닭도 마찬가지다.


“소아과는 아이 전체를 봐야 하잖아요.”




“아이는 아프면서 면역력 사용하는 방법 배워... 그게 ‘잘 아프다’는 것”


8년 동안 한방소아진료를 하면서 최민형 원장이 발견한 아이 건강의 큰 그림이 ‘면역력’이었나 보다. 책 부제도 ‘약을 줄이면 면역력이 자란다’이고, 책 구성도 면역력을 중심으로 전체 3부로 나누어놨다. 면역력이 중요하다는 말은 많이 듣지만 정작 면역력이 뭔지는 대부분 잘 모르는 것 같다.


“면역력은 의학적으로 설명하면 내 몸이 바깥의 병균과 나쁜 물질로부터 나를 지키는 힘이에요. 나쁜 물질을 접하는 경로가 세 가지 있어요. 하나는 공기를 통한 호흡기계 면역력. 그게 감기죠. 먹는 걸로 접할 때 나타나는 게 보통 장염이고, 마지막으로 내 몸과 바깥 환경의 경계를 이루는 피부면역력이 있죠. 피부면역력이 약하면 아토피가 생긴다고 얘기해요. 책에서 이 셋을 다 다루었고요.”


이어서 면역력이 중요한 까닭도 설명했다.


“면역력은 건강의 다른 말이기 때문이에요. 아이를 키울 때 아이가 아프면 부모님들은 걱정되시겠지만 아이가 안 아프기는 힘들잖아요. 감기만 해도 평생 살면서 수백 번은 걸릴 텐데. 바깥세상 속에서 수많은 병균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피하는 게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면역력이 커야 하고,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아파봐야 한다는 거죠.”


그렇다면 책 제목에 나오는 ‘잘 아프다’는 건 뭘까.


“아이들은 기본적인 면역력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생각해요. 그걸 사용하는 방법을 모를 뿐이죠. 감기 병균이 들어오면 열 내고 콧물 나고 기침 하면서 아이가 병균과 싸우게 되는데, 부모님들이 보기엔 그게 두렵죠. 그런데 아이는 그렇게 아프면서 갖고 태어난 면역력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거거든요. 그게 잘 아프다는 거죠.


아이 몸속엔 이미 수백만 년 동안 우리 인류가 살아오면서 병균과 공존하고 같이 적응해온 방법들이 프로그래밍되어 있어요. 아프면서 그 방법들을 터득해갈 때 약으로 너무 간섭하지 말고, 면역력이 저절로 발휘될 기회를 주자는 게 책의 주요 내용이에요.”


최민형 원장은 양약뿐 아니라 한약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잘 아파야 건강한 아이>는 감기, 중이염, 비염, 아토피, 장염, 결막염, 수두 등 아이들이 잘 걸리는 병들을 최대한 약에 의존하지 않고 이겨낼 다양한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코막힘엔 박하차와 스팀 목욕, 기침이 많을 때는 꿀, 눈 다래끼엔 따뜻한 찜질 등 집에서도 쉽게 해볼 수 있는 방법들이다. 왜 이런 방법들을 시도할 생각도 않고 약부터 찾았나 싶을 정도다.


“감기는 약 안 먹어도 낫는다는 건 언론에도 많이 나왔지만 부모님들께는 와닿지 않잖아요. 병원에 가면 여전히 약을 처방해주고, 처방해주는 약은 먹여야 할 것 같으니까요. 불안해서 그런 건데 불안을 줄이려면 정확히 알아야 해요. 그래서 책을 쓰면서 가장 앞선 서양의학과 한의학 정보를 넣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열이 날 때 미온수 마사지를 하지 말라’, ‘항생제는 강한 감기약이 아니다’, ‘반려동물에 일찍 노출되면, 아이의 알러지 가능성이 줄어든다’처럼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대목들을 만난다. 우리의 상식이 의학 발달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는 순간들이다. <잘 아파야 건강한 아이>에서 얻는 의학정보들이 쏠쏠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사이트(www.hira.or.kr)를 통해 항생제를 적게 처방하는 병원을 알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알았다.




“그냥 내버려두는 게 아니라 아이가 정말 건강해지도록 시간 주는 것”


다양한 정보 전달과 함께 육아멘토로 상담도 많이 하고 있는 최민형 원장에게 기억에 남는 상담사례를 물었다.


“안 아프거나 밥을 잘 먹게 하는 방법을 제가 바로 제시해드리긴 어려워요. 물론 그렇게 해서 도움을 받았다는 분들도 있는데, 제가 상담하면서 기억에 남는 건 ‘괜찮아요’라는 말에 위로를 받았다는 부모님들이에요.


아이가 만 3, 4세인데 아직도 몸무게가 12, 13킬로그램밖에 안 되고 체구도 너무 작다며 정말 장문의 상담을 보내오는 분들이 있어요. 내용을 보면 정말 안 해본 방법이 없어요. 그럴 땐 ‘이렇게 해보세요’보다 장점을 부각시키려고 해요. 체구가 작은 애 중에 언어 발달이 빨라서 영리한 애들도 있고 잘 안 먹어도 면역력이 강한 아이가 있거든요. ‘마지막 도착지점은 같으니 괜찮다’고 말씀드리죠.”


최민형 원장은 ‘마지막 도착지점’을 덧붙여 설명했다.


“예를 들어 아이 키가 작아서 고민인 분들 많잖아요. 그런데 키는 크는 시기의 차이거든요. 미리 쑥 커버리고 못 크는 아이들도 많잖아요. 요즘은 일찍 크면 성조숙증 걱정도 하고요. 먹는 것도 만 2세만 돼도 어른 음식을 잘 먹는 아이가 있는 반면 느린 아이들은 만 6세가 돼도 힘든 아이들이 있거든요. 그 아이들은 억지로 강요하면 더 안 좋아요. 만 2세든 만 6세든 마지막 도착지점은 같기 때문에 옆집 아이 보지 말고 우리 아이 흐름에 맞춰 가자는 거죠.”


조급해하지 말고 여유를 가지라는 말씀. 부모들이 가장 따르기 힘든 지침이다. 그런 부모들에게 최민형 원장이 마지막 당부를 전했다.


“아이가 아플 때 약을 쓰지 말자고 하면 그건 부모의 역할을 안 하고 아이를 학대하는 거 아니냐고 심하게 말씀하시는 분도 있어요. 그런데 제가 책에 쓴 내용은 제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확실한 의학적인 기준에 맞춰서 전해드린 거예요. 그냥 내버려두는 게 아니라 아이가 정말 건강해지도록 시간을 주고 기회를 주는 거지요. 아이가 아플 때 병원에 가서 약 안 먹이면 불안과 죄책감이 생길 수 있어요. 그럴 때 불안해하거나 죄책감 갖지 말고 이게 더 아이를 건강하게 하는 방법이라는 생각으로 해주시면 좋겠어요.”


그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처음에 품었던 ‘잘 아파야 건강한 아이’에 대한 의구심이 조금씩 사라졌다. ‘편식도 아이의 취향이니 존중해주자’고 말하는 이 모던한 한의사의 말에 점점 빨려 들어갔다. ‘우리 아이 주치의’를 자임하는 그의 책과 칼럼들을 즐겨찾기 하기로 하면서 한의원을 나왔다.




글 : 신정임(북DB 객원기자)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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