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공지영 인터뷰
“저항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잡아먹혀요. 영혼까지.”
13년 만의 소설집을 펴낸 공지영 작가는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해냄출판사, 2017)의 표제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를 이야기하던 중 이런 이야기를 전했다. 죽지 않는 할머니가 다시 살아날 때마다 집 안의 가족들이 대신 죽어나간다는 기괴한 이야기를 담은 이 작품은 작가 자신조차 소름이 끼친다고 말했던 작품이다. 15년 전에 집필을 완성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의 생명력을 흡수하여 자신의 생명을 이어가는 ‘할머니’의 모습, 그 전개 과정이 최근의 국정농단 사태를 빗대고 있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표제작뿐만이 아니다. 다섯 편의 단편소설과 한 편의 신작 산문이 실린 소설집은 집필의 시기와 관계없이 여전히 우리의 현실을 대변한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나아진 바 없는 현실을 확인시켜주는 듯 씁쓸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2000년 이후 집필·발표한 작품들을 묶은 이번 소설집에는 21세기 문학상, 한국소설 문학상, 이상문학상 수상 작품과 신작 산문을 수록했다. 의도한 바 아닐지라도 공지영 작가는 이번 작품집을 통해 현실을 고발한다. 물론 그녀가 주목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이어가는 소외된 약자들의 이야기다. 공지영 작가는 지난 30년간의 작품 활동으로 증명했듯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를 통해서도 약자, 소외되고 상처받은 인간들에 대한 연민과 지지를 보낸다.
작품집에 얽힌 이야기로 시작된 인터뷰는 지난 30년간 ‘작가 공지영’을 따라다닌 꼬리표, 문학의 기능, 한국 문학의 현 주소에 대한 비판으로까지 이어졌다. 변화 없는 한국 문학의 ‘고리타분함’에 쓴소리를 내뱉던 그녀는 “이 이야기도 꼭 써주세요”라며 말을 이어갔다. 인터뷰를 통해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처럼.
15년 동안 마지막 문장만 고친 표제작… 한국 사회 현실 담아
Q 2004년 출간한 <별들의 들판> 이후 13년 만의 단편소설집입니다. 15년 전에 집필한 작품부터비교적 최근에 집필을 끝낸 작품까지 다양한 단편 소설들을 한 권으로 묶으셨는데요. 감회를 먼저 여쭤보고 싶습니다.
내가 쓴 글이 곧 나예요. 소설을 보면서 ‘내가 이렇게 많이 아팠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잘 극복해낸 것이 신통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그래요. 한편으로는 ‘내가 단편 소설을 많이 안 썼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 생각나면 써야 되겠다 싶어요. 게을러가지고.(웃음)
Q 표제작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의 기괴한 분위기에 압도됐습니다. 이야기 자체가 현 세태를 상징하는 것처럼 다가오기도 하고요. 이 작품을 표제작으로 선정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이 작품은 예전에 쓸 때부터 좋아했어요. 왜, 작가도 자기가 좋아하는 작품이 있잖아요. 이번에 작품집을 묶을 때가 돼서 지난 작품들을 검토하는데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를 보니까 소름이 끼치는 거예요. 요즘 사태와 너무 비슷하니까. 누군가 블로그에 이런 후기를 남겼더라고요. ‘이 소설은 15년 전에 발표되지 않고 지금 발표돼서 훨씬 더 좋은 것 같다’라고. 사실 이미 그때부터 사회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있었죠. 더 이상 노년의 세대가 뒷방으로 물러나 앉는 게 아니라, 경제개발의 수혜를 쥐고 젊은 사람들을 쥐고 흔드는 거예요. 심지어 집 안에서조차도.
Q 작품 속 공간적 배경이 되는 ‘집 안’은 우리 사회를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인물들도 사회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 듯했고요.
그럼요. 전에 읽었다면 ‘뭐 그런 일도 있네’ 싶겠지만, 지금 이 소설을 썼다고 하면 남의 일로 읽히진 않을 것 같더라고요. 결국 이 작품이 담고 있는 것은 하나의 사회니까. 작품 속에서 할머니가 주인공이나 다른 등장 인물들을 직접 잡아먹거나 섭취하진 않잖아요. 하지만 의미적으로 보면 ‘생명’을 섭취하고 있어요. 사실은 그게 더 무서운 거죠. 실제로 잡아먹는 것보다. (기자 : 생명력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격렬하게 저항하는 주인공의 모습도 인상 깊었어요.) 그렇죠. 그것도 하나의 상징인 거죠. 저항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잡아 먹혀버려요, 영혼까지.
Q 모티프가 된 이야기가 있었나요?
아주 옛날에 어떤 애가 그러더라고요. 자기 할머니가 죽지도 않고 일어난다고. 그러고 나서 다음 날 외삼촌이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물론 작품 속에 그려진 것처럼 미스터리하고 무서운 할머니는 아니지만, 그 아이가 할머니를 굉장히 싫어하더라고요. 언젠가는 그 이야기를 소설로 한번 써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이 사회가 변해가는 걸 보면서 사회적인 알레고리로 사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Q 표제작에서 화자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전개되잖아요. 독자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던지면서 마지막 문장에 자신의 메일 주소를 남겨요. 그런데 이 주소가 굉장히 흥미롭더라고요. ‘wildcat@hellchosun.com’. 이것을 어떤 장치로 사용하고 싶으셨던 건지 궁금했어요.
한국 사회를 상징하기 위해 넣은 거예요. 소설을 처음 썼을 때는 주소가 ‘korea.com’이었거든요. 그런데 15년 동안 ‘korea.com’이 ‘hellchosun.com’으로 바뀐 거예요. 실제로 이 사회도 그렇잖아요. 젊은 친구들에게 이 사회는 살아가기가 너무 힘든 곳인데. 난 특히나 주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 좁은 고시원에서 생활하고 이런 모습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요. 사회 문제가 해결되기는커녕 몇몇 사람들이 돈 몇 십억, 몇 백억을 탕진했다는 뉴스가 나오는 걸 보면 분노가 올라와요.
‘작가 공지영’에 붙은 꼬리표… 같은 상황의 남성에게는 해당 안 되는 모순
Q 사회적인 이슈 때문에 책을 한동안 읽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도 들었어요.
네. 한… 4개월 못 읽었어요. 10월 24일인가부터. 요새는 좀 읽어요. 아니, 너무 재밌는 드라마가 매일 실제로 펼쳐지고 있는데 내가 ‘악인’(공지영 작가는 ‘악인’을 주인공으로 한 차기작을 작업 중이다. – 기자 주)을 쓰려고 보니까 너무 착한 거야, 이 현실에 비하면.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속) 할머니급 정도나 돼야 어떻게 대적을 할까 모르겠지만.
Q 작가는 자신이 생각하는 다양한 인간상을 등장인물이라는 캐릭터에 투영하기 마련입니다. 지난 30년간 써온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변화를 살펴봤을 때, 작가님이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달라졌음을 느끼시나요?
시선이 달라졌다기보다는 그 과정에서의 변화는 좀 느끼죠. 등장인물을 만드는 작업이라는 것은 말하자면 작가에게 구슬 서 말이 생기는 거예요. 그걸 어떤 틀에서 무슨 바늘로 꿰어낼 것인지에 작가의 역량이 필요한데 그 과정에 작가 자신도 많이 들어가게 되겠죠. 그런데 예전과는 달리 이제는 그 안에 내가 좀 덜 들어가요. 냉정하게 쓸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Q 이번 작품에도 우리 사회의 약하고 소외된 존재들에 대한 작가님만의 시선이 깃들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힘든 시기에 작가님의 <즐거운 나의 집>을 읽고 큰 위로를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 작품집을 관통하는 하나의 주제의식은 무엇인가요?
이번 단편집뿐만 아니라 지난 30년 동안의 작품 모두가 한 가지를 지향하고 있어요. 어리고 약하고 상처받은 것들에 대한 연민과 지지, 응원. ‘선생님은 왜 그렇게 상처받는 사람들을 쓰세요?’라고 묻는다면, 그건 원래 예술이 그런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답하고 싶어요. (기자 : 예술의 기능이란 말이죠?) 그렇죠. 우리 모두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하도록 진화해온 거예요.
전에는 저의 이런 작품 활동들이 페미니즘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고, 학생운동이나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지로 나타나기도 했어요. 이제 30년쯤 되니까 그런 말을 안 하는데 전에는 내가 뭐만 쓰면 ‘이 사람은 페미니즘 작가’라는 말을 했어요. 30대 초반에 이미 그런 꼬리표가 많이 붙어서 그때도 언론을 싫어했었거든요.(웃음) 사람을 자꾸 프레임 속에 가두려고 해서요. 작가는 사람들 모두의 이야기를 쓰는 사람인데, 앞으로 무엇을 쓸지 모를 사람에게 그런 꼬리표를 붙이면…
그런데 그 꼬리표는 저만 붙어 있었어요. 작가들에게는 여성혐오가 없는 것 같지만, 특히 언론들을 필두로 해서 (여성혐오가) 엄청 많죠. 제가 아마 그 극심한 피해자였을 거예요. (기자 : 예를 들면요?) 예를 들면, 제 책을 소개하면서 ‘몇 번의 결혼을 하고 이혼을 하고…’ 이런 소개를 해요. 나 마지막으로 이혼한 지 15년 됐거든요. 그런데도 아직 그 이야기가 나오고 있어. 내가 매번 웃으면서 하는 이야기인데, 남성 작가들 중에서도 한 번만 결혼한 사람만 있는 것도 아닌데 (남성 작가들에 대해서는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없잖아요. 그게 우리 사회의 후진성이에요.
옛날에도 그런 이야기를 했죠. 나보고 페미니스트 작가라고들 하는데, 나는 남자였어도 페미니즘작품을 썼을 거라고. 왜냐면 소설이란 것은 원래 약자의 편에서 쓰여져야 하는 것이거든요. 소설의 탄생은 사실 현대 산업사회의 탄생과 같아요. 소설은 첫 대중의 산물인데 그것을 ‘권력자들의 편에 선 소설’이라고 말하는 건 정말 웃기는 거죠. 소설은 예술의 장르 중에서도 마지막까지 저항할 수 있는 장르일 거예요. 그런 측면에서 소설이란 것은 늘 상처 받고 약자의 편에 설 수밖에 없는 거죠.
Q 페미니즘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1993)는 빼놓을 수 없는 작품입니다. 여성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억압의 문제,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고발, 주체적인 삶에 대한 가능성을 탐색하면서 새로운 여성주의의 문을 연 작품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현실로 눈을 돌렸을 때 여전히 갈 길은 멀어요. 문학이 어떤 역할을 해줄 수 있으리라 기대하시나요.
나는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우리 때만 그런 고민을 하고 그 책은 용도폐기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진짜. 그런데 요새 상황을 보니까 우리 때보다도 못한 것 같아. 이젠 아주 (여성 차별을) 노골적으로 하대? 우리 때는 애들이 페미니즘이나 이런 걸 싫어하긴 하면서도 그걸 티내면 지식인이 아니라고 할까봐 두려워하면서 그 마음을 숨겼지. 그런데 요새는 아주 대놓고 (싫은 티를 내잖아요).
이런 일은 있을 수 없어요. 더 격렬하게 저항해야 돼요. 그냥 뭉퉁그려서 저항하는 것은 힘이 없어요. 한 가지 한 가지 사안이 생길 때마다 온갖 여성들이 나서야 해요. 우리 때도 ‘저 극성스러운 여성주의자들 이해를 못하겠다’ 싶을 정도로 했어요. 그렇게 해야 반 발자국 나아가요. 눈치를 보게 해야죠. 계속 청원해야 하고 떠들어야 하고, 들고 일어나야 하고 연대해야 해요. 그런 의미에서 작품으로서도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더 많이 말해야 하고요.
Q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가 상징적인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듯, 지금 상황에서의 역할도 고민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어떠신가요?
사명감 같은 건 없어요. 젊은 여성들이 그런 일을 할 때 내가 도울 수는 있지만, 이제 내가 앞장서면 (‘할머니는 죽지 않는다’ 속) 할머니처럼 되는 거예요. 내가 그 노하우를 전수해줄 수도 있고 여러 가지 정신적-물질적 지원을 해주는 시대지, 우리가 앞에 나서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젠 젊은 친구들이 스스로 해야 돼요. 그럴 때 비로소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게 되죠. 스스로 자신감 같은 것도 생겨나고요. 남이 해주면 안 돼요.
"몇십 년째 권력 쥐고 있는 이들이 한국 문학을 고리타분하게 만들어”
Q 베스트셀러나 책이 다루고 있는 공통적인 이슈들을 살펴보면, 사회의 흐름도 짐작할 수 있잖아요. 작가이자 독자로서 최근 출판계의 흐름을 어떻게 느끼고 계시나요?
난 이 이야기를 20여 년 전부터 했었는데 한국 문학이 너무 늙었어요. 그러니까 젊은 친구들이 볼 수가 없어요. 내가 봐도 늙은 문학을 누가 재밌게 보겠어요. 이건 단순히 주인공이 누구냐하는 문제가 아니에요. 말하자면 ‘매가리’가 없다고 해야 할까? 젊다는 건 사실 어디로 튈지 몰라야 하는 거거든요. 일본 문학이 그런 걸 잘 해내잖아요.
지금의 한국 문학은 단편 위주이고 ‘상’ 위주예요. 현재 문학상 심사위원들이 대부분 80세가 다 됐어요. 그 사람들이 40년째 권력을 쥐고 있단 말이에요. 이 얘기 꼭 써주세요. 그 사람들이 계속 심사를 하는 한 절대로 안 돼요.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새로운 작품을 읽고 새로운 트렌드를 읽히느냐? 절대 그렇지 않아요. 이런 바보 같은 멍청한 짓을 하고서는 독자들을 다 빼앗기죠.
한국 문학이 위기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작가들의 위기예요. 독자들은 늘 기다리고 목말라하고 있어요. 작가들은 눈치를 보면 안 돼요. 내가 좋아하는 말이라 이번(기자간담회)에도 말했지만, 작가는 ‘임금님이 벌거벗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 게 작가예요. 그래서 사람들이 킥킥 웃게 만들어야죠, 자기가 끌려가는 한이 있더라도. 그게 아주 적확한 비유예요. 민망한 사태를 바로 이야기해버리는 것. 그래야 사람들이 통쾌해하거든요. 그럴 때 사람들이 작가를 바라보게 되고, 작가가 무슨 말을 하나 듣게 되고, 믿게 되는 거거든요.
(현재의 한국 문학은) 고리타분한 거예요. 젊은 친구들을 더 많이 발굴해 내야 되고요. 이것도 내가 오래 전부터 이야기해온 건데, 도대체가 이 많은 문학작품 중에서 돈 버는 게 힘들다고 쓰는 작품이 왜 이렇게 없는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그 많은 독자들이 오늘도, 내일도 돈, 돈 거리는데. 그런 삶을 그리지 않잖아요. 난 돈 이야기를 안 쓰는 문학은 믿지 않아요.
(기자 : 현실과 동떨어져서요?) 그냥 현실과 동떨어진 정도가 아니고. 그건 삶이 아닌 거야. 아무 것도 아닌 거야.물론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이런 것들을 리얼하게 다루지 못하기 때문에 문학이 자꾸 늙고 후져지는 거예요. 그런 게 바로 80대가 된 꼰대들의 문학이거든요. 문학이 더 파고 들어야죠. 본질을 탁 찌르면 삶은 비루한 곳에서 조금 떠오르거든요. 비루한 것을 비루하다고 정확하게 인식하고 나면 우리는 결코 비루하지 않아요.
Q 책을 통해 치유를 돕듯, 작가님 역시 독자로서 치유를 받기도 하잖아요. 앞서 문학의 기능이나 역할 등에 대해 이야기하셨는데요. 조금 원론적으로 작가님께 ‘책’의 의미를 여쭤보고 싶습니다.
제 생활은 책을 쓰지 않으면 책을 읽는 게 거의 모든 것이에요. 저는 책보다 더 좋은 놀이는 없다고 생각해요. 난 다른 건 별로 재미없어. 술 마시는 것 정도면 모를까.(웃음) 하지만 그것도 꽤 귀찮잖아요. 책보다 더 재밌는 건 없다고 봐요. 꼭 좋은 책만 읽는 것도 아니에요. 부동산부터 시작해서 요리책도 많이 읽고 인테리어 책도 읽고요. 취재의 일환으로 연예인이나 전문가, 유명인들이 내는 에세이는 꼭 사고요. 책은 만 원 남짓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인간적인 소비예요.
책의 수많은 정보들이 내게 들어오는 게 참 재밌잖아요. 그 정보는 교과서나 딱딱한 책에서 얻을 수는 없는 것들이라, 말하자면 감성의 확장도 일어나고 이해의 확장도 일어나고, 상상력의 확장도 일어나요. 같은 공간을 누군가는 넓게 쓰듯이 남들과 똑같이 살지만 책을 통해 삶을 더욱 풍부하게 살아갈 수 있는 역량을 배워가는 거죠. 나 역시 내 삶에 역경이 닥쳤을 때부터 책이 엄청난 치유 기능을 한다는 걸 알게 됐는데, 그것을 내 책을 통해 또 다른 독자들이 느꼈다고 하니까 정말 감사한 일이죠. 책을 통해 치유를 받은 사람인 동시에 치유를 하는 사람이 된 셈이니까. 앞으로도 그런 독자이고 싶고 그런 작가이고 싶어요.
글 : 임인영(북DB 기자)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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