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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Apr 28. 2017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윌리엄폴영이 보내는 위로의편지

저자 윌리엄 폴 영 인터뷰 

※ 26개 출판사에서 퇴짜를 맞은 후 어렵게 출간된 <오두막>의 작가 윌리엄 폴 영. 입소문으로 만으로 베스트셀러가 되더니 전 세계 2500만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오두막>이 올해 100쇄를 찍었다. 올해 3월 새로 나온 소설 <이브> 역시 큰 사랑을 받으며 독자들을 감동시킨 화제의 작가 윌리엄 폴 영은 100쇄를 기념하며 특별히 한국 독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윌리엄 폴 영과 이메일로 한 인터뷰 내용을 그의 편지 형식으로 아래에 재구성했다. 그가 가장 든든한 후원자에게 보내는 편지는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한 애정으로 눌러쓴 듯, 삶에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마음이 문장마다 새겨져 있다. – 기자 말



동네 조그만 복사 가게에서 <오두막>을 인쇄한 지 벌써 10년이 지났네요. 그때만 해도 제가 작가가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어요. 처음엔 제 내면의 아픔을 승화하기 위해 글을 썼고, 그 이야기를 가족과 친구들과 나누고 싶었어요. 그렇게 시작한 이야기가 출판될 거라고 당연히 기대하지 못했기에, 소설이 출판되는 과정은 저에게 모험과도 같았어요. 제가 사람들에게 ‘우연한 작가’라고 말하는 이유지요. 우연한 작가의 소설이 한국에서도 출판되고 또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하니 정말 꿈같은 일이에요.


첫 소설로 저는 전업작가가 되었고 올해 <오두막>이 100쇄를 찍었지만, <오두막>이 책으로 나오기까지 쉽지는 않았어요. 26개 출판사에서 거절을 당했거든요. <오두막>은 기존 소설과는 결이 달랐다는 게 이유였어요. 일반 출판사가 보기에 <오두막>은 신에 관한 이야기가 너무 많고, 기독교 출판사 입장에서는 너무 진보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니까요.


소설이 거절당하는 것을 보면서 예수와 진보 사이에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관심 받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어요. 오히려 아무도 관심 없어 하는 수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마음이 커졌지요. 그래서 수많은 출판사의 거절이 실망스럽지 않았어요. 또 그 거절 덕분에 더 좋은 이야기를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고통이 시작된 바로 그곳에서 치유와 축복을 만난다


전업작가가 된 후에 계속 글을 쓰는 이유가 뭐냐고 묻는 분들이 많은데요, 그럼 저는 “훌륭한 질문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답합니다. 훌륭한 질문은 각자가 갖고 있는 틀을 깨주는 질문이에요. 좋은 이야기는 그런 훌륭한 질문 역할을 하죠. <오두막>은 “우리가 깊은 고통에 빠져 있을 때 신은 왜 내 옆에 있어주지 않을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했어요. 그 질문을 통해서 저는 고통이 시작된 바로 그곳에서 치유와 축복을 만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브>는 “남자가 여자보다 훨씬 더 망가져 있다면, 왜 그들이 권력을 쥐고 있을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됐어요. 제 삶뿐 아니라 이 세상에 손상된 것들은 주로 남자들이 망가뜨렸는데, 왜 그런지 알고 싶었거든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성차별과 계급 문제를 공부할수록 창조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됐어요. 성경, 특히 창세기를 열심히 공부하다보니 새로운 서사를 발견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고, 새로운 이브 이야기가 만들어진 거죠.


<이브>의 부제목은 “신은 혼자서 상처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인데요, 저는 이 말이 아주 큰 위로의 말인 것 같아요. 아픔, 수치, 상실, 중독, 죄책감, 배신, 용서 못함, 이 모든 것들은 우리를 고립되게 해요. 그렇지만 우리는 홀로 있지 않도록 설계되었다고 생각해요. 성경에 나오는 첫 ‘안 좋은 것’은 외로움이에요. 물론 우리는 아주 외로운 세상에 살고 있지만, 진리의 말은 이거예요.


“너는 혼자가 아니고, 한 번도 혼자였던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종교적인 경험이 있는 분들은 소설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거부감 없이 소설을 읽고 각자 의미를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이야기 속 인물이 하는 이야기를 잘 듣고, 나의 틀을 깨도 좋다고 마음을 여는 것이 훌륭한 질문이고 좋은 대화잖아요.



신은 마법 부리는 존재 아냐... 기적은 언제나 관계 안에서


제가 지금까지 쓴 세 권의 책은 상처와 치유에 관한 이야기예요. 대개 자기 상처를 드러내기를 주저하는데, 저는 제 아픔과 상처, 어쩌면 치욕적이기까지 한 경험을 이야기로 풀어내요.


왜 그렇게까지 상처를 드러내는지 묻는 분들이 많은데요, 저는 우리가 비밀을 잔뜩 숨긴 상태로 살도록 창조되진 않았다고 생각해요. 힘들더라도 상처와 수치심을 드러내고 고립에서 벗어나 공동체 안으로 들어가는 것만이 치유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사람의 영혼을 살리는 것이 그 사람이 온전한 인간으로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고요, 이것은 변하지 않는 기적이죠. 신은 어떤 마법을 부리는 존재가 아니라 관계를 맺는 존재라고 생각해요. 기적은 언제나 관계 안에서 일어나거든요.


우리는 살면서 늘 상처받고 자주 고통을 경험하잖아요. 그렇지 않은 사람은 아마 없을 거예요. 우리는 우주에 있지만, 어떻게 여기 왔는지는 몰라요. 어딘가 다치고 부서졌다는 건 알지만 그게 어떤 의미인지도 어떻게 고쳐야하는지도 모르죠.


상처받고 고통 앞에 있을 때 우리는 스스로를 더 고립시키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분들에게 저는 믿음이라는 모험을 해보라고, 공동체에 당신을 드러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 시작이 신과의 대화가 아니어도 괜찮아요. 믿음이 가는 사람 누구와라도 대화할 수 있다면 거기서 시작해도 충분해요. 또 지금 절망하고 있다면, 삶을 단순하게 만들어보세요. 한 번에 하루만 살고, 당장 눈앞에 놓인 일에만 집중하는 거예요. 자기 절망에 빠져 있기보다 다른 데에 시선을 돌려보는 것도 좋겠죠. 그것이 우리의 고립을 깨고 치유를 시작하는 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제가 쓰는 이야기들은 함께 모험을 떠나자고 독자들에게 보내는 초대장이기도 해요. 독자를 설득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보고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초대하는 거예요. 이야기라는 공간에서 스스로에게 중요한 것을 느끼기를 바라요. 무엇보다도 당신 자신이 중요하니까요.


내면의 아픔과 상실이 가득하고 힘든 상황이 반복되는 세상에서 우리의 영혼과 가족, 그리고 공동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관계가 중심이 되어야 해요. 저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인 한국 독자들의 지지와 응원을 받을 때마다 우리가 치유의 과정을 함께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 과정에 동참해주심에 늘 감사드립니다.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만날 때까지 매일 매일, 그날의 은혜에 만족하며 살고 있을 거예요.


깊은 감사를 담아,
윌리엄 폴 영


글 : 정윤영(북DB 객원기자)

사진 : 도서출판 세계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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