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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May 08. 2017

김예솔 “427일간의 세계여행, 나 자신으로 살 용기"

저자 김예솔 인터뷰 

※ ‘청년 모험가’ 김예솔 작가의 여행에세이 <괜찮아, 청춘이잖아>(별글/ 2017년)가 출간됐습니다. 대기업에서 일하던 김예솔 작가는 427일간 동남아, 미국, 중남미를 거쳐 유럽까지, 세계 38개 나라를 여행했습니다. 별글 출판사 편집부가 김예솔 작가와 한 인터뷰를 북DB 독자들을 위해 이곳에 옮깁니다. – 편집자 말



Q 책 제목이 <괜찮아, 청춘이잖아>인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요?


“괜찮아, 청춘이잖아”, “괜찮아 넌 아직 젊어” 한국에서 만난 외국인 친구들이 제게 많이 해줬던 말이에요. 충분히 어리고 뭐든지 가능한 나이라며 인생이 장기전이라고 조언을 해주었죠. '정답 인생'이 아니라 '네가 행복한 삶'을 살라고, 용기 내서 전진하라고 저를 북돋아주곤 했죠. 그 친구들의 말이 제게 힘을 주었듯이 저 또한 사람들에게 어떤 도전이든 가능한 청춘이라고, 할 수 있다고 용기와 격려를 건네고 싶었어요.


힘들어도 괜찮은 청춘이 아니라, 우리 아직 뭐든지 가능한 젊은 청춘이니까 괜찮다고요. 물론 제가 연륜이 있는 사람도, 김난도 교수님도 아니지만, 두렵고 무서울지라도 도전을 하고, 불안하고 흔들리더라도 저만의 길을 만들어가고 있는 한 명의 사람으로서 우리 아직 괜찮다고, 함께 걸어가자고 얘기하고 싶었어요.


Q ‘여행’ 하면 재충전과 인생의 전환점이 떠오르지만, 현실도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여행에 대한 자신만의 솔직한 생각을 나눠주세요.


여행은 ‘길 위의 학교’라 여기고, 여행의 본질은 발견이라 믿어요. 그래서 전 여행이 너무나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젊을수록요. 여행을 해보니 ‘학교는 내게 너무 작은 것들을 가르쳤다는 걸 알았어요. 학생들이 다녀야 할 학교는 교실뿐만이 아니라, 높은 산과 바다, 양로원, 복지시설, 다랭이논… 교실 밖 세상 모든 곳이었어요.


그리고 스승은 선생님만 있는 게 아니라 80살에 홀로 세계여행하는 할아버지, 학교에 가기 위해 1시간 동안 맨발로 걸어야 하는 7살 아이, 천 원도 안 되는 돈을 받고 30분 동안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는 자전거 릭샤 아저씨... 모든 사람이 스승이었죠.


사실 어렸을 때부터 내가 무엇을 잘하고 좋아하는지 생각해볼 시간도 없이 우리 모두 암묵적인 프레임에 맞춰 달려가야 하는 환경에서 살아왔잖아요. 무엇을 반드시 해야 한다는 목적의식에서 자유로워져야, 새로운 경험이나 사람을 접촉할 때, 자연스럽게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옛말에 고기도 먹어본 놈이 잘 먹는다 하잖아요. 다양한 음식을 먹어봐야 어떠한 음식이 내 입에 맞는지 알 수 있고, 그 음식 중 입맛에 맞는 재료를 찾아 자신만의 요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미 북미나 유럽에서는 50년 전부터 학문이 주는 지식의 한계를 인식하여, 세상을 교실 삼아 체험하고 부딪쳐 배우는 아웃도어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어요. 실제로 세상에 부딪히며 눈으로 직접 보고 배우는 것, 스스로 생각하고 깨닫는 것이야말로 산 지식이자 참 지혜라 믿었기 때문이죠. 학생들에게는 제도적으로 이와 같은 교육이 제공되고, 어른들에게는 여행을 선택할 수 있는 내면적 자유를 주었으면 좋겠어요.




Q 427일간 38개 나라를 여행하면서 느낀, 여행에 가장 필요한 ‘필수품’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세상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이어서, 웬만큼 필요한 물건은 다 살 수 있어요. 그래서 그 어느 물건보다 가장 필요한 것은 ‘열린 마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떤 장소가 좋은 여행지로 기억되는 건 ‘얼마나 마음을 여느냐’ 그리고 ‘길 위에서 어떤 인연을 만났는가’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내가 간 길은 사실 이미 수천만 명의 여행자가 지나간 길이에요. 그리고 내가 두려워하는 그곳은 누군가에게는 일상이고, 보금자리이고, 고향이고, 삶의 터전이에요. 분명히 한국보다 치안이 안 좋은 국가가 많은 건 사실이지만, 조금은 세상 사람들을 믿고 그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다가간다면, 여행이 한껏 풍성해질 거예요. 실제로 세상에 나가보니 뉴스에서 말하는 것과는 달리 세상은 따스한 사람으로 가득했고, 낯선 환경에 던져진 나는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라는 걸 알았어요.


Q 여행에서 겪은 위기는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여행을 하나의 ‘게임’이라고 생각했어요. 예상치 못하게 내 편과 아이템이 나올 수도 있지만, 갑작스런 사건사고나 적과 맞서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죠. 남미를 혼자 여행하는 도중, 30시간 예정으로 버스에 몸을 싣기 직전, 휴대폰을 도난당한 적이 있어요. 당시 도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 여행을 하나 싶고, 커다란 남미 땅에 저 혼자 덩그러니 버려진 것처럼 느껴져 좌절했죠.


하지만 안 좋은 생각에 집중할수록 나 자신만 힘들고 우울해질 수밖에 없는 것을 알기에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기 시작했어요. 두려움에 좌절하는 것이 아닌, 그 상황을 만나면 레벨업을 하는 거라면서 스스로 다독이면서 나만의 게임을 시작했던 거죠. 그때마다 그것을 꼭 기록으로 남겼어요. 시간이 지나 30개가 훌쩍 넘는 리스트를 읽을 때쯤에는 그만큼 강해진 나를 느낄 수 있었어요.


그리고 지나고 보니 힘든 순간조차 추억이 되어 웃음을 줄 때도 있더라고요. 이건 비단 여행뿐만이 아니라 삶도 비슷하다 생각해요. 햇살이 비치는 날이 있으면 비바람이 부는 날도 있잖아요.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난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걸, 결국 지나고 나면 아무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아요. 그래서 지금도 전 안 좋은 일이 일어날 때마다 외쳐요. “오케이, 레벨업 해야지!”


Q 여행을 재밌게 즐기는 ‘꿀팁’은 뭔가요?


여행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먹는지도 중요하지만, 현지인들을 만나 다른 사람의 문화를 접하는 것은 또 하나의 큰 재미이자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짧게라도 현지인들과 같이 지내며 그들의 문화를 체험하고 그들과 소통하며 이해하는 것이 여행을 풍성하게 하는 꿀팁이라 생각해요.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세계 어디든 같은 나라 사람을 만나며, 익숙한 음식을 먹으며 여행할 수 있어요. 하지만 만약 한국에 놀러온 외국인이 한국의 유명 관광지인 명동, 경복궁, 한옥마을만 가고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피자, 파스타를 먹고 호스텔에서 외국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돌아간다면, 과연 한국을 얼마나 알고 간다고 할 수 있을까요?


만약 그 외국인이 한국인 친구를 한 명이라도 알았더라면 그 여행은 정말 달라졌을 거예요. 저렴한 가격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한국 음식점도 많다는 걸 알게 되었을 것이고, 존댓말과 반말이 있다는 것도, 한국 나이와 외국 나이 세는 법도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을 거예요. 나아가 집에 초대받는다면 한국 집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부터 시작해 다른 부분 하나하나를 자연스럽게 느끼게 되었을 거예요. 즉 현지 친구 한 명 아는 걸로, 단순 관광으로는 절대 알지 못할 음식 문화, 예절 문화, 술 문화 등 모든 걸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Q 427일간의 여행 이후 삶은 어떻게 바뀌었나요?


나 자신으로 살 용기가 생겼어요. 사실 다른 것에 대해 관심을 가져왔지만, 정작 나 자신은 시간을 들여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회의 틀, 부모님의 말씀에 맞춰 사느라 정작 내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했어요. 하지만 여행 속에서 내가 나에게 가장 친절한 사람이자, 친한 친구가 되었고, 나 자신에 대해 진지하게 배울 수 있었어요. 그렇게 나를 알게 되니 이제 ‘모범적인 교본에 맞춰서’가 아닌, ‘남들 따라서’가 아닌, ‘불안하더라도 나로서’ 살아갈 용기가 생겼어요.


Q 현실적으로 청춘들은 진학, 취업 등으로 심적 부담이 상당합니다. 이런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실 우리 모두 다 처음 사는 인생이잖아요. 누구도 인생을 두 번 살지 않고, 모두가 처음은 서툴러요. 아무리 불안하고 흔들려도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사는 삶, 그것이 정답이지 않을까요? 저 또한 ‘안정적인 삶’이 인생의 정답이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단 한 번도 휴학하지 않고 졸업했고,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 결혼 자금으로 매달 꼬박꼬박 월급의 80퍼센트는 저금했죠.


하지만 그 삶이 제게 궁극적인 행복을 주지 않더라고요. 그렇게 사는 게 정답이라 생각했는데, 세상을 돌아보니 인생에는 정답은 없더라고요. 틀린 삶이라 여겼던 삶도 자신만의 해답으로 정답을 만들어가고 있더라고요. 세상에 70억의 사람이 있다는 것은 70억의 다른 삶과 색깔 그리고 정답이 존재한다는 말과 같다고 생각해요. 세상은 다양한 모습이 공존하기에 그 자체로 빛이 나고, 우리 모두는 누구와도 닮지 않은 사람이기에 그 자체로 아름다운 사람이에요.


Q 앞으로의 계획과 함께 ‘청춘 독자’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전 더 많은 사람이 자기만의 색깔로 빛나고, 꿈을 꾸고, 이루는 데 미약하게나마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계속해서 글과 강연으로 사람들과 소통할 예정이에요. 현재 국제학교를 대상으로 세상을 교실 삼아 다양한 가치관과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아웃도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이 프로그램이 국‧공립학교까지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할 거예요.


해보지 않고서는 우리 모두 무엇을 해낼 수 있을지 알 수 없어요. 넘어지고, 깨지더라도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삶이라는 무대에 마음껏 주인공이 되어 뛰어놀면 좋겠어요.




글 : 인터파크도서 북DB

사진 : 별글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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