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한승 인터뷰
우리가 새우를 먹을 때 기억하는 한 가지 사실. “새우는 맛있다. 그런데 콜레스테롤이 많다.” 맛있는 새우, 걱정 없이 맘껏 먹을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그놈의 콜레스테롤이 항상 께름칙하다. 새우 머리에 콜레스테롤을 없애주는 성분이 있다고 해서, 먹기도 싫은 머리를 우걱우걱 씹어 삼킨 게 어디 한두 번인가. 그런데 <솔직한 식품>(창비/ 2017년)에선 이렇게 이야기한다.
“우리가 먹는 콜레스테롤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와 큰 관계가 없다. 콜레스테롤은 먹는 것보다 몸에서 만들어지는 게 더 큰 문제다.”
콜레스테롤을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새우를 먹어도 됐는데, 왜 지금까지 괜한 걱정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일까? <솔직한 식품>의 저자 이한승 신라대학교 바이오산업학부 식품공학전공 교수는 “식품에 대한 과학 정보를 업데이트 하는 데 관심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생명이 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매일 먹는 식품. 그렇기에 누구나 쉽게 이야기할 수 있는 만만한 주제다. 더구나 건강, 더 나아가 생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보니 누구에게나 관심의 대상이고, 민감할 수밖에 없다. 우리 주변에 식품 정보가 차고 넘치는 이유다.
그러나 이한승 교수는 식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만, 과학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지극히 적다고 말한다. 그가 <솔직한 식품>을 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지난 20년간 방송, 신문, 블로그 등 다양한 채널로 사이비 과학과 뉴스에 난무하는 잘못된 식품 정보를 바로잡아왔지만, 개별 식품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알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식품 정보는 과연 얼마나 믿을 만한 것일까. 식품을 대하는 올바른 자세는 무엇일까. 식품을 과학적으로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왜 사람들은 식품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못하는 걸까. <솔직한 식품>에서 그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왔다 갔다 식품 정보... 식품에도 업데이트 된 과학 정보가 필요하다”
Q “이랬다가 저랬다가 왔다 갔다 나 갖다가 너는 밤낮 장난하나” 가수 싸이가 부른 노래 ‘새’의 가사를 식품 연구에 비유하셨던데, 정말 공감이 갔어요.(웃음)
좋다고 하다가 나쁘다고 하고, 언제는 먹지 말라고 하더니 또 괜찮다고 해요. 심지어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달라요. 사람들은 당연히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죠. 가장 좋은 예가 콜레스테롤이에요. 사람들은 달걀 노른자나 새우를 먹을 때마다 콜레스테롤이 높으니 너무 많이 먹지 말라는 잔소리를 들어야 했어요. 그런데 2014년 봄에 미국 식생활지침자문위원회는 콜레스테롤 함유량이 높은 음식 섭취에 대한 경고를 폐지하기로 결정했어요. 우리가 먹는 콜레스테롤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와 큰 관계가 없음이 밝혀졌기 때문이죠.
1930년대에 사용했던 ‘산성 식품’, ‘알카리성 식품’ 등의 분류법도 이제 폐기되는 것이 맞아요.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산성 식품을 먹는다고 산성 체질이 되거나 알카리성 식품을 먹는다고 알카리성 체질로 바뀌지 않거든요. 한때 무차별적 음해를 당하다가 오랜 시간이 지나서 무죄 방면된 MSG나 설탕, 사카린 등에 대한 지식도 업데이트 되어야 마땅해요.
이렇게 식품 연구가 ‘변덕’을 부리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에요. 과학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어요. 검출이 불가능했던 물질이 추출 기술이 발전해 검출되기도 하고, 유전자 분석법과 같은 신기술은 따라가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죠. 그런데 사람들은 이런 새로운 사실을 받아들이길 꺼리는 속성이 있어요. 한때 나쁜 것으로 지목된 식품들이 여전히 나쁘다거나, 좋은 것으로 알려졌던 식품들이 여전히 좋은 것이라는 믿음을 유지하려는 거죠. 과학적 사실을 기반으로 식품에 대한 정보들을 업데이트 하는 데는 관심이 부족한 거죠.
Q 식품에도 과학적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데 기업들이 소극적이라는 부분도 지적하셨어요.
괜히 소비자와 다투게 되는 일을 피하고 싶은 거죠. 게다가 식품은 다른 어떤 제품보다 민감하거든요. 그러니 기업은 과학적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할 책무를 회피하는 거예요. 가령 MSG가 나쁘다고 하면 다시마 삶은 물을 건조해서 쓰면 돼요. 설탕이 나쁘다고 하면 사카린이나 아스파탐 같은 걸로 대체하면 되고요. 피해 가기도 쉬울 뿐더러 값 비싼 좋은 재료를 썼다며 가격을 올릴 수도 있어요.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많은 식품 관련자들이 식품에 대한 기본 정보를 등한시하게 된 거죠.
특히 과학적으로 식품을 바라보는 시각은 식품 담론에서 찾아보기가 어려워요. 그저 자신의 좁은 시각만 주장할 뿐이죠. 식품은 굉장히 다면적이거든요.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솔직하고 다각적인 소통이 필요해요. 과학자는 그러한 솔직한 이야기를 하기에 상대적으로 좋은 위치에 있어요. 때로는 중재자의 역할을 하거나 갈등 해결의 판단 근거를 제공할 수도 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자부터 솔직하고 올바른 이야기를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책 역시 그러한 의도로 세상에 나왔다고 할 수 있어요.
Q MSG는 이런 논란에서 항상 등장하는 단골손님인데요. 이 자리에서 정확하게 그 정체를 밝혀주시죠.(웃음)
결론적으로 MSG에는 나쁜 성분이 없다는 겁니다. 우선 화학조미료라는 말은 잘못됐어요. 이 세상의 모든 물질은 화학물입니다. 합성조미료라는 말도 잘못된 겁니다. MSG는 코리네박테리움이라는 세균의 발효를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MSG는 일본인 박사가 다시마 국물에서 처음 발견한 물질로, 화학적으로는 글루탐산에 나트륨이 붙은 겁니다.
이 물질은 물과 만나면 글루탐산과 나트륨으로 이온화돼요. 그러니까 MSG가 몸에 나쁘다면 나트륨이나 글루탐산이 몸에 나빠야 해요. 하지만 글루탐산은 가장 흔한 아미노산이자 하루에 우리 몸속에서 60g 정도 만들어졌다 사라지는 물질입니다. 나트륨도 물론 없어서는 안 되는 물질이고요. 게다가 MSG로 섭취하는 나트륨의 양은 소금으로 섭취하는 양보다 훨씬 적어요.
그런데 왜 MSG가 몸에 해로운 화학적 합성품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는가 하면 기업의 마케팅, 더 정확하게 말하면 조미료 후발 업계의 도발로 설명할 수 있을 있을 겁니다. 식품업계는 보수적이기 때문에 후발 주자들이 업계 1위로 올라서기가 상당히 힘듭니다. 광고 전쟁이 무차별적으로 벌어지는 이유죠.
MSG 논란은 1970년대 미국 유명 의사가 촉발했습니다. 미국의 중국 식당에서 요리를 먹고 메스꺼움과 마비 증상을 호소한 환자가 있었는데, 그 원인으로 MSG를 지목한 거죠. 이른바 ‘중국집 증후군’ 소문이 우리나라에도 흘러들면서 조미료 시장의 후발 업체가 ‘자연의 맛’이라는 광고 문구로 ‘천연 논쟁’을 시작했고, 또 다른 후발주자가 “화학적 합성품 MSG를 넣지 않았다”는 광고를 하면서 MSG의 오명이 시작되었습니다. 나중에 ‘중국집 증후군’은 플라시보 효과라는 것이 증명됐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MSG가 나쁜 물질로 낙인이 찍혔고, 지금까지도 이어져오고 있는 겁니다.
“비위생적인 식품이 문제일 뿐 그 자체로 나쁜 식품은 없다”
Q 사람들이 식품에 관심이 많은 건 아무래도 건강과 관련이 있어서일 텐데요. 책에서 좋은 식품과 나쁜 식품으로 나누는 건 어렵고도 불필요한 일이라고 말씀하셨어요.
사람들은 보통 식품의 효능을 의약품처럼 착각하고, 그 효능을 의약품과 비슷한 수준으로 검증하길 기대해요. 하지만 식품 연구는 기본적으로 한계가 많고 의약품과 같은 수준의 연구는 불가능합니다. 우선 식품은 단일 성분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의약품처럼 성분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죠. 식품의 성분은 품종에 따라, 계절에 따라, 어떻게 키우고 가공하는지에 따라 달라져요. 또한 식품 속에는 고분자 물질이 많아서 성분 분석을 정확하게 수행하기가 힘들기도 하고요. 특정 성분의 함유 여부보다는 섭취량이 중요하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불안해하고 불신할 이유가 없습니다.
식품을 좋은 식품과 나쁜 식품으로 분류하는 게 불필요한 이유는, 사람들의 상황이나 건강 상태 같은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식품 그 자체로 좋다, 나쁘다 낙인을 찍어버리면 식품에 대한 담론이 획일화돼기 때문이에요. 그러면 오해가 계속 발생해요.
가령 사카린을 나쁜 식품이라고 규정한다고 해요. 그럼 사카린을 조금 넣어 쉽고 맛있게 만들 수 있는 걸 피해서, 식물에서 단맛을 내는 천연 추출물을 얻는다든지 뭔가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 상황이 벌어져요. 그러면 쓸데없이 가격만 높아지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요. 물론 좋은 원료를 써서 정당하게 제 값 받는 거야 뭐라고 못하지만, 꼭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 걸 어렵게 해서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키는 건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거죠.
비위생적인 식품이 문제지, 허가를 거쳐 나온 식품은 그 자체로는 큰 문제가 없다고 보면 돼요. 또한 식품을 통해 섭취할 정도의 소량은 건강에 큰 영향을 주기 어려워요. 어떤 음식을 너무 죄악시하기보다는 스트레스 받지 않고 즐겁게 골고루 먹는 게 중요해요. 제일 큰 원칙은 그것밖에 없어요.
Q 결론은 좋은 음식도 없고 나쁜 음식도 없으니 먹고 싶은 대로 먹으라는 건가요?(웃음)
맘대로 먹으라는 건 절대 아닙니다. 개별적인 건강 상태라든지 생활 습관에 따라 필요한 음식은 분명히 있어요. 가령 몇 년 전에 진보정당에서 공약을 내건 걸로 아는데, 대학에 과일방을 만들자는 의견은 굉장히 참신하다고 생각해요. 기숙사에 살 거나 혼자 자취하는 대학생들은 채소나 과일 섭취가 부족할 수 있으니 이를 보충해주자는 거죠. 비만인 사람은 당을 조절해야 하니 밀가루나 고탄수화물 음식은 안 좋을 수 있고요. 식품이라는 건 각자 상황과 처지에 맞춰 생각하면 되는데, 무조건 설탕과 밀가루는 나쁜 음식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리면 안 된다는 게 제 의도입니다.
Q 사실 이런 이야기는 과학이라기보다는 상식에 가까울 정도로 기본적인 건데요. 왜 사람들은 여전히 식품 정보에 민감할까요?
사람들은 지름길을 원하거든요. 공부를 안 하고 성적이 잘 나오길 바라고, 다이어트를 위해 알약 하나만 먹으면 살이 쏙 빠지길 기대하죠. 이런 가치관을 식품에도 투영하는 거예요.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몸에 안 좋은 걸 다 하면서, 이 모든 나쁜 걸 다 상쇄시켜주는 식품을 원하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이런 심리를 이용해 온갖 사이비 과학과 민간요법, 검증되지 않은 정보들이 세상에 떠돌게 되죠. 하지만 세상엔 그런 쉬운 길은 별로 없어요. 우리는 그런 걸 잘 알잖아요. 식품을 보는 관점도 결국 기본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Q 마지막으로 식품에 관한 정보는 우리 주변에 차고 넘칩니다. <솔직한 식품>만의 차별점은 어디에 있다고 보시는지요?
식품에 대한 개별적인 정보보다는 식품에 대해 판단의 근거를 알려주고 이 근거하에 생각해볼 수 있도록 돕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식품공학자로서 식품에 관한 연구의 내용이나 방법적인 측면들에 대해 많이 인용하고 싶었어요. 저자로서의 바람은 식품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들을 바로잡은 1부의 내용이 친숙하고 재미는 있지만, 2부의 내용에 좀 더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습니다. 식품 연구가 들쑥날쑥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든지, 식품 연구가 이뤄지는 과정이라든지, 정보의 신뢰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10가지 단계 등은 아마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는 참신한 부분일 겁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늘 접하는 식품을 통해 과학과 좀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글 : 이미회(북DB 객원기자)
사진 : 신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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