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최하진 인터뷰
지금 우리 교육에 ‘디톡스’가 필요한 이유는 뭘까? 꽉 막힌 도로를 생각해보자. 밀리지 않으면 한 시간도 안 돼 도착할 거리를 두 시간, 세 시간씩 걸리는 것과 이치가 같다.
파워나지움 에듀케이션 대표 최하진 박사는 비교의식, 열등감, 지나친 우월감, 불안, 초조, 강박증, 두려움 같은 독소가 아이들의 마음속에 꽉 차 있어 효율적인 공부를 방해한다고 주장한다. 몸 건강을 위해 좋은 음식을 매일 먹듯이, 정신 건강에 좋은 ‘멘탈 푸드’를 꾸준히 섭취해 이런 독소들을 제거하면 공부와 생활 면에서 각종 파워가 향상된다는 것이 그의 교육 방법의 핵심이다.
최하진 박사는 일명 디톡스&임파워링 교육법을 만들어 중국 하얼빈에 세운 만방국제학교를 세계적인 명문으로 키워냈다. <자녀를 빛나게 하는 디톡스 교육>(나무&가지/ 2017년)은 만방국제학교 아이들이 교육의 디톡스 과정을 통해 과거의 잘못된 습관을 극복하고 세계적인 인재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이메일을 통해 최하진 박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암기식 교육과 취업에 목표를 둔 교육을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새로운 직업 창출은 요원하고, 안정적인 직장에 빨대를 꽂는 기술만 가르쳐주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교사임용고사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주입식 교육의 산물인 암기형 인재를 뽑아놓고 학생들에게는 창의성을 가르치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교사 선발 방식의 변화가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성장을 얘기하면서 경쟁이라는 부담감과 비교의식만 심어줬다”
Q 그렇다면 ‘디톡스 교육’이라는 건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교육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희망찬 미래가 그려져야 합니다. 그런데 부담, 할 수 없이 하는 것, 남들보다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해야 하는 것, 살아남기 위한 도구 등 부정적 이미지가 먼저 열거되는 것은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독을 디톡스해야 함을 발견했습니다.
아이들이 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느냐? 내면에 독이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평소에는 공부를 잘하는 것 같은데 시험만 보면 소위 죽을 쑨다면 그것은 내면의 독 때문이죠. 디톡스만 해도 우리 자녀들이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원리입니다. 창의력도 독이 빠지면 부쩍 부쩍 큽니다. 성장의 장애물이 제거되면 남는 것은 쑥쑥 크는 것밖에 없지요.
Q 2014년에 <세븐 파워 교육>이라는 책으로 화제를 일으키셨는데요. 이번 책에서는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셨는지요?
‘세븐 파워 교육’과 ‘디톡스 교육’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우리 자녀들이 디톡스를 경험하면 더욱 강해지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결과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성장을 얘기하면서 경쟁이라는 부담감과 비교의식을 심어주기만 했습니다. 파워를 발휘할 수 없는 악순환이 이어진 것이지요.
이 책에서는 주로 독을 디톡스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디톡스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디톡스한 결과가 어떠한지 등을 실제 사례를 자세히 소개하며 독자들이 감성적으로 더 공감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썼습니다. 자녀를 디톡스하려면 부모가 먼저, 어른들이 먼저 디톡스해야 함을 알리고 싶기도 했습니다.
Q 결국 이 디톡스 교육을 통해 7가지 파워를 기르는 것을 교육 목표로 삼고 계신데요. 이른바 ‘세븐 파워’란 어떤 능력인지, 어떤 이유로 수많은 능력 가운데 이 7가지로 교육 이념을 압축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우선 네트워크 파워, 즉 관계의 능력이 좋아야 행복합니다. 부모와의 관계, 선생님과의 관계, 친구들과의 관계 등. 내가 관계를 통해 사랑받는 존재임과 동시에 사랑을 주는 사람임을 알게 되는 것이지요. 두 번째로 멘탈 파워입니다. 우리 자녀들에게 가장 약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높은 자존감, 긍정적인 생각, 감사할 줄 아는 마음, 도전하고 성취할 줄 아는 능력이 바로 멘탈 파워에서 나오거든요.
셋째로 브레인 파워입니다. 먼저 언급한 두 가지 파워가 높아지면 대부분 브레인 파워도 향상되는 것을 경험합니다. 생각하는 힘, 문제 해결 능력, 열린 사고 등이 이에 해당하지요. 넷째로는 모럴 파워입니다. 오늘날 사회 지도층이 무너지는 대부분의 원인은 바로 모럴 파워의 부재로 인한 것입니다. SAT를 치르는 데도 한국 학생들은 점수보다 몇 점 깎고 들어가야 한다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돌 정도입니다. 그만큼 우리 한국 학생들의 시험부정 행위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합니다. 정직한 자가 형통한다는 진리를 회복해야 합니다.
다섯째로는 리더십 파워입니다. 리더십이란 자기관리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모든 학생이 반드시 바인더를 사용합니다. 학습 플랜부터, 오늘의 할 일, 감사 일기, 독후감, 편지 등을 모아놓지요. 그리고 작은 그룹을 만들어 친구들이나 후배들을 섬기며 돕는 훈련을 합니다. 그리고 타문화에 대한 수용 능력을 훈련합니다. 여섯 번째는 바디 파워입니다. 고성적과 창의력은 머리에서가 아니라 발바닥에서 출발합니다. 아침마다 숨이 헐떡거리도록 뛰면 혈류가 많아져 뇌가 활성화되거든요. ‘체력이 뇌력이다.’ 만방국제학교에서 자주 쓰는 표어입니다.
마지막으로 스피리추얼 파워입니다. 한마디로 전체 인생을 보는 눈을 갖도록 해서 삶의 이유와 목표를 바로 잡아주는 것입니다. 보다 더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인생을 사는 것, 바로 스피리추얼 파워에서 나오거든요. 이 일곱 가지는 상호 보완적이고 유기적입니다. 그리고 시너지를 가져옵니다. 이 일곱 가지 파워를 길러주는 것을 커리큘럼으로 한 이유는 동서양의 고전들, 존경받는 위인들, 성경의 가르침 등을 총 망라해보니 이 일곱 가지로 압축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세븐 파워만 길러주면 어디를 가나 무엇을 하나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습니다.
Q 세븐 파워 가운데 하나인 멘탈 파워를 강화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 ‘감사’라고 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유산균은 장내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하고 유익균이 많게 함으로써 면역력을 높이고 피부를 좋게 할 뿐만 아니라 두뇌의 집중력도 좋게 합니다. 감사는 마치 유산균과 같습니다. 긍정적으로 바꿔주고 인간관계를 좋게 해줍니다. 상황을 극복하는 능력도 길러줍니다. 행복도도 매우 높아집니다. 짜증이나 분노 등 요즈음 ‘중2병’이라고 치부되는 현상들을 일거에 날려버릴 수 있는 것이 바로 감사입니다. 중2병, 질풍노도는 어른들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감사할 시간도 안 주고 학교-학원-집 맴맴 돌며 뺑뺑이 돌리니 중2병 안 걸리는 것이 이상한 것이지요.
Q 그래서 만방국제학교에서는 ‘감사 훈련’에 힘을 많이 쏟는다고 하셨습니다. 일반 가정이나 개인이 따라할 수 있는 실천 팁을 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하지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감사합니다’ 하고 외치고 일어나기, 식탁에 둘러 앉아 식사할 때도 ‘감사하게 먹겠습니다‘ 하며 감사를 표현하기, 가족 구성원이 하루에 다섯 가지씩 감사한 것을 써서 일정한 시간에 나누기, 감사나무를 만들어 거실 벽에 붙여놓고 가족과 공유하기 등등 이루 헤아릴 수 없습니다.
Q 만방국제학교에 대해 소개 좀 해주세요.
2003년에 개교된 학교인데, 처음엔 중국 학생만 있었지만 학교가 좋아지고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커지면서 한국에서 미국에서 한 명 두 명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만방국제학교가 되었지요. 1700여 명의 학생 가운데 300여 명이 한국에서 온 학생들입니다.
“학교-학원-집 뺑뺑이만 돌리니 중2병 안 걸리는 것이 이상”
Q 교육철학이나 방법이 기존의 한국 교육과는 많이 달라서 만방국제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은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듯합니다. 아이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그리고 이를 통해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파악하시는지요?
힘들다기보다는 바쁜데 행복하다고 하는 것이 옳은 표현일 것입니다. 세븐 파워를 키우려면 정말 바쁩니다. 그런데 공부를 못하느냐? 그것도 아니거든요. 여기에 비밀이 있지요. 바로 행복한 공부의 비밀입니다. 공부 시간을 늘린다고 해서 공부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과학이 이미 밝혀냈습니다. 한국의 교육은 그 과학을 무시하고 자녀들을 궁지로 몰아넣고, 두려움을 심어주며 쫓기는 마음으로 공부하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하지만 만방학교 아이들은 선생님이 공을 쓰루패스 해주면 전력을 다해 골을 넣으러 달려가는 공부이지요. 즉, 쫓기며 달리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향한 질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만방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거짓말을 하는 아이입니다. 앞에서는 ’예‘ 하고 뒤에서는 ’아니오’로 행동하는 아이들은 참 바뀌지 않는 것을 발견합니다. 이런 아이가 아주 간혹 가뭄에 콩 나듯 있기는 합니다.
한국 교육의 문제점은 암기식 교육에, 취업에 목표를 두니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니 새로운 직업 창출은 요원합니다. 안정적인 직장에 빨대 꽂는 기술만 가르쳐주는 격입니다.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분야에 깃발 꽂는 멘탈 파워를 키워줘야 합니다.
또한 교사 임용고사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인재는 주입식 교육의 산물인 암기형 인재를 뽑아놓고 교육부는 그들에게 창의성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라고 다그칩니다. 주입식에만 능통한 교사들에게 너무 큰 것을 바라고 있습니다. 교사 선발 방식을 국가적으로 바꿔야 합니다. 어떻게 하냐구요? 문제점을 알았으니 좋은 방법을 연구해야지요.
Q 스탠포드대학 교수직을 마다하고 해외 봉사에 나섰고, 교육에 대한 소명으로 중국에서 만방국제학교를 세운 것으로 압니다. 보장된 미래를 뒤로 하고 교육에 헌신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그것도 한국이 아닌 중국이라는 나라에서요.
제가 KAIST를 갔기 때문에 군대를 면제받았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내 인생의 3년을 돌려줘야겠다고 생각한 것이 만방국제학교까지 낳게 되었네요. 남북통일도 중국을 빼놓고는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남북통일을 지지하는 중국인 인재들, 그들과 친구들인 한국인 인재들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우리 한국의 다음 세대를 키우고 파워 인재 만드는 데 한국 밖이 훨씬 좋습니다. 한국 교육부가 간섭하지 않으니까 제가 하고 싶은 교육을 성공시킬 수 있었습니다.
Q 앞으로 한국에서 교육 활동을 하실 계획은 없으신지요?
한국에도 아마 제2의 만방학교가 세워질 것 같습니다. 우리 제자들이 한국의 후배들을 위해서 학교를 세우고 싶다고 하네요. 이 결심과 헌신을 보고 제 고등학교 은사가 땅도 기증하셨습니다. 물론 그곳에 지을 수는 없지만 커다란 힘이 되고 있지요. 한국의 만방국제학교에서는 중국어와 영어가 필수인 학교로 만들 예정입니다. 그럼 전 세계를 잡을 수 있거든요. 영어 하나만 가지고는 부족합니다. 생존에 전전긍긍하는 로컬 인재가 아니라 푸른 바다를 꿈꾸는 글로벌 파워 인재가 미래 교육의 답입니다.
Q 이 책을 읽으시는 많은 한국의 학생, 부모, 교사 중에는 한국의 현실과 동떨어진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가장 하시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지요? 그리고 우선 우리 교육 현실에선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지 조언을 해주신다면요?
한국의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생각하는 자체가 벌써 닫힌 사고입니다.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를 연구해야겠지요. 얼마든지 적용할 것은 많다고 생각합니다. 전교생 이름을 다 외우는 선생님들, 교장실을 우유카페로 개방해서 학생들과 소통하는 교장선생님들, 가끔 학생들을 집에 초청해서 가족같이 저녁식사를 하며 게임도 하는 선생님들, 이런 것들 얼마나 쉽습니까. 아이들에게 공부만 강조해 부담감을 주는 대신에 먼저 감사습관부터 만들어주기 위해 감사일기장을 자녀에게 선물하면 어떨까요?
Q 마지막으로 이 책을 어떤 분들께 가장 권하고 싶으신가요?
어떤 엄마가 이 책을 읽고 이메일을 보내왔어요. 자녀교육을 위해 사서 봤는데 부모를 위한 것이었다고 말이죠. 오늘날 자녀들이 독이 많은 이유는 ‘결국 그 독을 누가 먹였느냐’로 귀결되거든요. 부모들, 선생님들이지요. 우리 어른들입니다. 부모라면 누구나 꼭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그리고 일선의 교육 관계자들은 두말 할 것 없습니다. 대부분의 자녀교육 책들이 한쪽에 편중되어 있습니다. 공부면만 강조하거나, 인성만 강조하거나. 그러나 이 책은 매우 균형적 발전을 이루게 해주는 책이라고 자부합니다.
글 : 이미회(북DB 객원기자)
사진 : 나무&가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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