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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Jun 09. 2017

피톨로지“다이어트, 권상우 몸 말고 팔굽혀펴기 한 개"

저자 클레사 인터뷰 

여름이다. 더위와 함께 계절을 실감하는 건 여기저기서 들리는 다이어터들의 비명소리. 다이어트 한다고 순순히 빠져줄 살이 아니라는 걸 알지만, 남들이 다 하는 걸 보니 나도 해야 될 것 같다. 냉장고에 완벽한 몸매의 연예인 사진을 붙이며 올해도 다이어트 시작. 헬스장부터 등록하고 뱃살 빠지는 동영상을 핸드폰에 담아 놓는다. 디톡스를 위해 레몬 워터로 바꾸고, 냉장고엔 닭가슴살을 가득 채워둔다.

어디 한두 번 해본 다이어튼가. 뭘 먹어야 살이 잘 빠지는지, 다이어트법마다 효과가 어떤지 줄줄 꿰고 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다이어트를 해도 살은 안 빠진다. 운동을 너무 열심히 했는지 ‘건강한 돼지’가 돼간다. 지금 내가 하는 게 다이어트 맞나?

<공포 다이어트>(위즈덤하우스/ 2017년)를 펴낸 ‘피톨로지’는 우리가 속고 있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피톨로지는 피트니스(fitness)에 생각(-ology)을 더한, 생각하는 운동쟁이들의 콘텐츠 공작소. 대표 ‘아주라’(azura)와 헤드 에디터 ‘클레사’(klesa)가 함께하고 있다.

5월 19일 서울 합정동의 빨간책방 카페에서 저자 클레사를 만났다. 저자는 무분별한 건강 정보로 몸을 망치는 사람들을 구해줄 목적으로 책을 썼다며, 진짜 제대로 된 다이어트 비법을 들려줬다. 핵심은 간단하다. 다이어트는 살 빠지는 식품이나 운동이 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몸이 한다는 것. 피톨로지의 충고대로 다이어트 산업의 장삿속에 헛돈 쓰지 말고, 몸이 나에게 보내는 신호에 좀 더 귀를 기울여보자. 건강하게 살을 빼고 즐겁게 살기 위해서.


Q 사람마다 운동을 시작한 계기는 다르지만, 작가님이 운동을 시작하고 트레이너가 되기까지 남다른 점이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생각들이 책을 쓰게 하고 전공까지 바꾸게 만들었는지 궁금해요. 

운동이 제 삶을 구했어요.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는데 재능이 없어서 방황을 많이 했어요. 그때 연애에 실패하고 살도 많이 쪘고요. 그래서 운동을 시작했는데 몸을 움직이는 게 즐겁더라고요. 그러다 트레이너 생활을 하게 됐는데, 막상 트레이너가 가진 정보는 제한적이었어요. 잘못된 정보들도 많았고요. 어떻게 하면 올바른 정보를 얻을까 고민하다 의대에 들어갔어요.

저도 처음엔 다른 사람들처럼 살을 빼고 몸을 만들기 위해서 운동을 했어요. 그런데 사람마다 필요한 운동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됐고, 즐거움이라는 관점에서 운동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우리는 건강과 몸매를 위해서, 고통을 참아가면서 운동을 하잖아요. 재미가 없죠. 이루기 쉽지 않은 목표를 갖고 운동을 하는데, 그럼 결국 좌절해요. 너무 먼 목표 설정, 잘못된 정보를 바꾸고 싶었어요.

“다이어트는 공복감을 컨트롤 한 후의 문제…몸 상태 아는 게 첫 걸음”

Q <공포 다이어트>는 공복감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게 다이어트 핵심이라고 얘기하고 있어요.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고요, 다른 다이어트법과 비교했을 때 어떤 점이 다른지도 알고 싶어요.

다이어트의 법칙은 간단해요. 먹은 것보다 칼로리를 더 쓰면 살이 빠지고, 덜 쓰면 살이 쪄요. 대부분 다이어트는 칼로리를 낮추려고 굶죠. 그게 고통스러우니까 여러 방법을 시도해요. 저염식, 저탄수화물부터 간헐적 다이어트까지 참신한 접근들이 많은데, 어떻게 거기까지 갈 것인지는 아무도 얘기하지 않아요. 알파벳은커녕 한글도 모르는 어린앤데 영어원서를 읽겠다고 목표를 세우는 것과 같은 거죠.

배가 고프다는 건 음식을 먹으라고 뇌가 보내는 신호잖아요. 그게 공복감인데, 공복감은 패턴화돼 있어요. 그런데 우리가 하는 다이어트들은 이 패턴을 망가뜨리는 거거든요. 실패할 수밖에 없죠. 다이어트는 음식을 어떻게 조절하는지의 문제고, 그래서 패턴화된 공복감을 조절해보자는 게 핵심이에요. 어떤 방법으로 다이어트를 할 것인지는 우리가 공복감을 컨트롤하고 난 후의 문제인 거죠. 내 몸이 만들어놓은 습관을 존중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주면 다이어트가 덜 고통스러워요. 그러려면 내 몸의 패턴을 알아야겠죠. 자기 몸 상태를 아는 게 다이어트의 첫 단계에요.

Q 책에서 ‘가짜 다이어트에 속아 헛돈 쓴다’고 하신 게 충격이에요. 사람들이 다이어트 정보와 관련해서 어떤 오해들을 많이 하고 있나요?

제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운동하면 살이 빠지냐’, ‘뱃살 빼는 운동이 뭐냐’는 거예요. 그런데 운동이 다이어트와 관련이 있다고 보는 것 자체가 속고 있는 거예요. 현대 다이어트 산업은 광신에 가까운 종교라고 봐요. 운동을 하고 건강보조식품을 먹으면 살이 빠지고 건강해진다고 믿고, 오히려 몸을 망치는 사람들이 정말 많거든요. 이 운동을 하면 건강에 좋다거나 이 식품을 먹으면 살이 빠진다는 극단적인 믿음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어요.

Q 몰라서 속고,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속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거짓 정보에 속지 않고 허위 광고에 넘어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잘못된 정보 때문에 몸을 망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고 불편한데요, 저는 그런 분들한테 오히려 묻고 싶어요. 그렇게까지, 그렇게 고통받으면서까지 몸을 혹사시키고 삶을 허비해야겠냐고.

예를 들면, 다이어트할 때 케이크가 먹고 싶어도 참잖아요. 케이크 먹으면 그 칼로리만큼 운동으로 빼야 된다고 생각하니까 참는 건데, 그 자체가 스트레스거든요. 그런데 케이크가 먹고 싶은 건 케이크의 칼로리가 아니에요. 케이크를 먹으면 행복해지고 그래서 마음의 위안을 얻고 싶은 거거든요. 케이크 먹고 저녁에 밥 한 숟가락 덜 먹으면 돼요. 그래도 몸에서 섭취하는 칼로리는 비슷하거든요. 조금만 관점을 달리해 볼 필요가 있어요.


“신체활동 하지 않는 건 진화 법칙 역행하는 일”

Q 잘못된 정보라고 하셨는데, 따지고 보면 전문가들이 알려준 정보거든요. 전문가들조차 잘못된 정보를 갖고 있다면, 도대체 누구의 말을 믿어야 하나 싶어져요.

우리는 정보가 많으면 좋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정보를 걷어내는 연습이 필요해요. 어떤 식품을 먹으면 살이 빠진다는 식의 지엽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보다는 명확한 원리를 세우는 게 중요해요. 강한 원리가 없으면 단편적인 정보에 의지하게 되죠. 그런데 이렇게 말씀드려도, 다이어트에 좋다고 하면 그거 사먹을 거예요. 멋진 몸매 만들어준다는 트레이너 말에 솔깃해질 거고요. 쉽게 바뀌지는 않겠죠. 그럼에도 단 한 명이라도 잘못된 신념에서 벗어난다면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 피톨로지에서 하고자 했던 것도 그런 거고요.

Q 얘기를 듣다보니까 앞으로 피톨로지의 목표가 궁금해져요.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는 것에서 만족하지 않으실 것 같은데, 이후에 어떤 활동들을 계획하고 있으신가요?

우리나라 교육과정을 바꾸고 싶어요. 한국에선 지적활동에만 관심을 갖고 예체능은 등한시하는데, 사실 지적활동의 기반이 되는 뇌는 움직이라고 만들어져 있는 거거든요. 신체활동을 하지 않는 건 우리가 진화하면서 살아온 그 법칙을 역행하는 거예요. 학교에서 심폐소생술을 배우는 것처럼 건강을 유지하고 몸 쓰는 법을 배워야 해요. 그건 동물로서 살아가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 배워야한다고 생각하고요. 체육활동을 통해서 자기가 좋아하는 활동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그래야 즐겁고 행복하게 오랫동안 건강하게 움직이며 살 수 있죠.

Q 다이어터들이 궁금해 하는 것들을 책에 써주셨는데, 혹시 못다 한 얘기가 있거나 강조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사람들은 운동이 직업이 아닌데도 직업인 사람처럼 운동을 해요. 우리는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압박이 있어서 다이어트를 하고 운동을 할 때도 채찍질을 해요. 시야를 가린 경주마처럼 멀리 있는 목표만 갖고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 상태로 달리는 것 아닌가 싶어요.

권상우 같은 몸을 만드는 게 목표가 아니라 팔굽혀펴기 한 개를 목표로 시작하는 거예요. 자기한테 필요한 것, 자기가 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하는 거죠. 거대한 목표를 잘게 자르면 성취감을 얻기 쉬워지고요, 성취감이 생기면 뇌는 그 활동을 뇌는 즐거움으로 인식해요. 그럼 좀 더 즐겁게 할 수 있겠죠. 운동이 고통이 아니라 즐거움이었으면 좋겠어요.



글 : 정윤영(북DB 객원기자)
사진 : 신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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