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최미정 인터뷰
‘연애를 잘한다’는 것의 기준은 뭘까. ‘좋은 연애’의 기준은 또 어떻게 다른가. 서로 다른 두 사람이 만나 애정을 나누고 관계를 맺는 행위. 그 가운데 느끼는 감정을 사랑이라 말한다면 연애는 사랑을 둘러싼 모든 심리적, 신체적 행위로 설명되곤 한다. 그렇기 때문에 흔히 ‘느끼는 대로 행동해야 한다’고 착각하기 쉽다. 누적방문자 1억 명이 넘는 블로그 ‘서른 살의 철학자, 여자’을 운영 중인 심리학 박사 최미정 저자는 최근 출간한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대림북스, 2017)를 통해 서툰 연애 속 사랑에 대한 감정들을 탐구했다. 대체로 서툰 연애는 건강한 관계, 건강한 자아 구축의 미숙으로부터 시작된 경우가 많았다.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는 연애 스킬이나 썸타는 상대의 심리만을 파악하는 연애서와는 거리가 멀다. 어느 독자의 리뷰처럼 “연애서를 가장한 인문학적 접근”이 눈에 띈다. 제대로된 연애를 위해 건강한 자아를 구축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 건강한 관계 유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가 객관적 자료와 이론적 근거들이 책 전반에 걸쳐 뒷받침된다.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에서 주목하는 것은 상대보다는 ‘나’에 대한 탐구이다. 건강한 자아 구축이 먼저 가능해야 건강한 관계가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의 저자이자 심리학 박사인 최미정 저자를 지난 6월 15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연애서를 가장한 인문서’라는 리뷰 가장 기억에 남아”
Q 앞서 <여자, 서른> <우라질 연애질> 등 다양한 연애 심리서를 출간하셨는데요.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는 전작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 책인가요?
전작들을 쓸 때와 지금은 조금 마음이 달라요. 아무래도 요즘에는 주로 ‘어떻게 행동해라. 이렇게 공략하라’라는 식으로 종용하는 연애서들이 많잖아요. 저도 수년 전에는 그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조금씩 마음이 바뀌더라고요. 그래서 블로그에는 없는 내용들로 완전히 새로 썼어요. 연애가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책도 그렇더라고요. (웃음) 빨리 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보다 늦게 출간하게 됐어요.
Q ‘서른 살의 철학자, 여자’라는 블로그를 운영중이십니다. 누적 방문자수가 1억 명이에요. 연애나 심리를 다룬 게시글 때문에 방문하는 이들이라고만 생각하기엔 그 수가 어마어마합니다. 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조금 독특하시다고요.
돈을 벌 수 있다길래. (웃음) 집에서 돈을 벌 수 있다니 솔깃하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사람들이 많이 볼 만한 것들을 쓰려고 했어요. 이것저것. 그러다가 당시 사귀던 남자친구와 헤어지면서 이별 관련한 글을 쓰기 시작했더니 비슷한 고민을 가진 분들이 많이 와주셨어요. 한 달만에 천 명이 방문을 하시고 점차 연애에 대한 글을 쓰게 된 거죠. 전혀 모르는 분들과 소통하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던 것이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분들 역시 저의 이야기에 공감하셨고, 하나둘 위로와 공감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니 점차 새로운 분들도 방문을 하시고 오셨던 분들이 또 오시기도 하면서 지금까지 온 거죠. 처음의 목적이었던 수입은 별 성과가 없었어요. 블로그 개설 한 달 후에 수입을 확인했더니 40원 들어와있더라고요.(웃음)
Q 다양한 연령층이 방문을 하시죠?
네. 의외로 사회적으로 탄탄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고 인정받는 분들이 많이 찾아오세요. 좋은 학교에 다니고 좋은 회사에 취직을 했지만, 연애 문제에서만큼은 상의할 상대가 마땅치 않은 거죠. 게다가 ‘연애’라는 것을 전문적으로 학습하는 분야로 생각하지 않다 보니까 헤매는 분들이 많아요.
Q 대체적으로 어떤 고민들을 가장 많이 하시나요?
개인의 고민들이 모두 다르겠지만 크게 분류를 한다면 여성 분들은 이별 직전, 헤어짐에 대한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세요. ‘이 사람을 계속 만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런 문제들이에요. 반면에 남성 분들은 헤어짐 이후의 고통을 토로하시죠. 정말 절절해요. 여성분들은 헤어지기 전까지 많은 사인을 준다고 생각하는데 남성 분들은 눈치를 채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이별을 통보 받았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이별 후에 굉장히 후유증이 큰 상태로 많은 고민을 토로하시죠.
“연애를 ‘경험’에만 의지하는 사회 분위기가 아쉽다”
Q 연애에 대한 관심이 심리학 전공으로까지 이어졌다고 밝히셨어요. 책을 보면 참고 문헌도 상당했고 객관적 자료들에 의한 접근이나 이론적인 근거들이 뒷받침되어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여타의 연애서와는 어떻게 다른 접근을 하고자 하셨는지요.
"연애서를 가장한 인문학 책을 만들고 싶었나보구나" 그런 말씀을 하신 분이 있어요. 사실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가 결국 ‘이론’이 되는 것이거든요. 연애는 케바케(케이스바이케이스)라고들 하지만, 문제는 나의 케이스가 어디에 속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인 거거든요. 객관적 자료들을 소개하되 독자분들이 공감하실 만한 주제와 자료들을 취합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굳이 고르자면 ‘모태솔로’나 ‘미혼율’ 등에 대한 자료들처럼요. 자료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은 어느 지점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있고, 또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는지 공유하는 것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Q 책 중반부에 굉장히 중요한 용어가 하나 나와요. 부제에도 언급되고 있는 '연애 효능감'이라는 개념인데요. 이것이 연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하셨어요. 자존감이나 자존심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자존감은 자기 자신이 가치있다고 느끼는 감정이에요. 효능감은 내가 뭔가를 잘한다고 믿는 감정이고요. 이 효능감이 연애에 적용되는 것을 ‘연애 효능감’이라고 말하거든요. ‘난 연애를 잘해’라고 믿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서는 분명히 느껴지는 차이가 있어요. 마음이 행동이나 인상에 영향을 주고, 그게 곧 실질적인 결과로도 미치죠. 생각보다 중요한 부분이에요.
Q 그러나 어떤 문제의 답을 아는 것과 방법을 터득했다는 말은 동일시 할 수 없는 거잖아요. 좋은 연애에 대한 ‘이상’을 알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분들이 대다수일거라고 생각됩니다. 그 괴리를 고민하는 분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그 괴리는 저 역시도 많이 느껴요. 누군가와 건강한 관계를 맺고 건강한 마음을 나누기 위해서는 본인의 마음 상태가 가장 중요하거든요. 최고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최고의 관계를 만들어내는 유일한 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문제가 있다고 해서 속상해할 게 아니라 그 문제가 무엇인지 인식하는 것부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Q 책을 보면 성향이나 성격을 통해 연애 스타일이나 심리상태, 관계 맺기에서의 문제점 등을 파악하고 있는데요. 연애만을 다루는 분과는 아직까지도 없는 것 같아요.
그렇죠. 주로 일과 사랑에 대해 여성심리학 분야에서 다루거나 사회 심리학 분야에서도 흥미로운 연구들이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연애심리’에 대한 분과는 없는 상황이에요. 하나의 카테고리로 생성되진 않더라고요. (기자 : 해외도 마찬가지인가요?) ‘성향이 같아야 잘 사는 것인가, 달라야 잘 사는 것인가’, ‘부부는 왜 닮는가’과 같이 각각 개별적 주제에 대한 연구를 평생동안 하신 분들은 있지만 해외에서도 여전히 연애에 대한 분과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Q 이유가 뭘까요? 오랜 시간을 거쳐 많은 인류가 고민해오고 있는 문제잖아요.
글쎄요. 저도 그런 분과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요. 연애라는 것을 학습한다고 했을 때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부족한 사람’이라고 인식을 하다 보니 어려움이 있지 않나 싶어요. 연애를 공부해야 하고 학습해야 할 분야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죠. 그러다 보니 철저히 경험 위주가 되는 거고요.
더구나 현재로서는 ‘시장’이라고 해야 하나요? 연애를 돕는 연애 컨설턴트나 재회를 돕는 재회 컨설턴트처럼, 연애와 관련된 직업을 가지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건 최근 몇 년 새에 생긴 것들이에요. 아직까지는 명확한 ‘연애 시장’이라는 것이 없으니 연구를 한다고 해도 그것을 어디에 적용시킬지 애매한 부분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추측하게 되죠.
Q 작가님께서는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싶은 주제가 있으세요?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에서 다뤘던 주제가 그랬어요. 연애를 시작하는 일보다 한 사람과 건강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대해서요. 수명이 길어지다보니 일생 동안에 결혼을 평균적으로 세 번씩은 할 거라는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꼭 그렇지 않더라도 수명이 길어지는 만큼 한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게 되는 시간도 길어진다는 이야기잖아요. 함께 살다가 ‘의리로 같이 산다’는 이야기로 관계를 정의하는 건 조금 서글프잖아요. ‘여전히 좋다. 알면 알수록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관계 유지의 비밀이랄까요. 그런 것에 대한 관심이 있어요.
Q 책 출간 외에 앞으로의 계획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세요.
연애에 대한 많은 고민으로 상담을 요청하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이야기를 나눠보면 여전히 관계 맺기나 상황 대처에 대한 정보들이 굉장히 미비한 경우가 많거든요. 연애에 대한 단기적인 해법을 드리기 보다는 상담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요. 사실 상담은 사람의 많은 것을 건드리는 거라서 굉장히 조심스럽거든요. 상담 과정 자체도 내담자에게 많은 영향을 줄 수 있고요. 뜻이 맞는 분이 있다면 체계적으로 이런 것들을 함께 준비해보고 싶은 마음이 있죠.
※ 팟캐스트 [생활밀착형 전방위 문화토크 286](이하 문화토크 286)과 [북DB]가 함께하는 콜라보레이션. 그 네 번째 책은 최미정 저자의 <본의 아니게 연애 공백기>입니다. 최미정 저자의 인터뷰 뒷이야기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문화토크 286]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 관련기사 보기
글 : 임인영(북DB 기자)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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