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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Mar 04. 2016

이세돌 vs. 알파고 대국, 바둑과 인공지능으로 읽기

알파고와 판후이의 대결을 다룬 국제적 과학 전문지 <네이처> 529호 표지


세계 바둑 최강자 이세돌 9단과 ‘알파고(AlphaGo)’의 상금 100만 달러(한화로 11억 원)가 걸린 흑백 대결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기의 대국은 3월 9일, 10일, 12일, 13일, 15일 등 총5회에 걸쳐 열릴 예정이다.


이세돌 9단과 자웅을 겨룰 ’알파고‘는 구글의 자회사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소프트웨어다. 작년 10월 유럽의 바둑 챔피언 판 후이 2단과 치른 다섯 번의 대국에서 전판 승리를 거두며, 바둑에서 인간을 이긴 최초의 인공지능 컴퓨터가 되었다. 일정한 패턴과 동선이 있는 체스나 장기와는 달리 바둑은 경우의 수가 무궁무진해 인공지능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으로 간주되어 왔다.


조훈현, 이창호를 잇는 신세대 바둑 천재의 인공지능계를 향한 ‘굳히기 한판’이 될 것인가? 아니면 인간의 두뇌를 뛰어넘는 컴퓨터 시스템의 기세등등한 ‘2연승’이 될 것인가? 이번 대국에 앞서 책을 통해 ‘바둑’과 ‘인공지능’의 세계를 만나보자.



[바둑] 이세돌에서 미생까지…조용하고 치열한 바둑의 세계


이번 바둑 대결의 주역 이세돌 9단은 그 자체로 화제를 몰고 다니는 인물이다. 열두 살 때 프로에 입단한 이후로 공격적인 바둑 스타일과 자신감있는 발언(“자신이 없어요. 질 자신이요.”)을 남겨 그만의 어록이 만들어지고 팬덤이 형성될 정도다. 이런 호기로운 이세돌식 바둑 철학은 그의 에세이집 <판을 엎어라>에서 잘 확인할 수 있다. “이기고 지는 것은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세돌답지 않은 기보는 남기고 싶지 않다.” 자신을 낮추고 겸손한 것이 미덕이라 여겼던 과거 세대의 스타일과 차별화되는 당당하고 소신있는 이세돌만의 플레이 방식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 외에도 우리나라에서 바둑의 고수들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 있다. 이세돌보다 한 세대 앞서 스승과 제자인 동시에 치열한 라이벌이었던 조훈현과 이창호다. 발빠른 행보로 상대의 세력을 공격하는 기풍의 조훈현과 돌부처라 불릴 정도로 침착한 기풍을 자랑했던 두 천재의 바둑과 인생 이야기는 에세이집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이창호의 부득탐승>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편 윤태호의 웹툰 ‘미생’도 바둑하면 빼놓을 수 없는 책이다. 시즌 1이 조훈현 9단이 한국 바둑 역사상 최초로 세계 챔피언에 오른 승부에서 시작되었다면, 시즌 2의 첫 번째 권인 <미생 10-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는 조훈현의 제자 이창호 9단이 세계 챔피언이 되는 1999년 제3회 삼성화재배 결승 5번기 최종국을 모티브 삼아 이야기를 진행한다. 앞선 시즌의 배경이 대기업 ‘원인터내셔널’이었다면 이번 시즌은 오 차장이 새롭게 설립한 중소기업 회사에 장그래, 김 대리가 합류하며 새로운 국면을 제시한다



[인공지능] 인공지능 이후의 세계를 상상하다


‘이세돌 대 알파고’의 불꽃승부는 또 한 가지 시사점을 남긴다. 바로 인간의 영역으로만 간주되어온 ‘고급 수준의 사고 행위’가 컴퓨터에게서도 가능한 지의 여부다. 지금까지 예측이 어려운 가변성의 영역이라 알려져 온 바둑에서 컴퓨터 시스템이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를 이긴다면 인간의 영역에 인공지능(AI : artificial intelligence)이 발을 들여놓는 선례를 만드는 역사적 순간이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학자로 유명한 제리 카플란 스탠퍼드 대학교 교수는 그의 저서 <인간은 필요없다>에서 인공지능 기술 개발의 초기단계에서부터 가까운 미래에 이르기까지, AI기술이 우리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이제 인공지능 기술은 프로그래밍된 업무만을 처리하는 단계를 훨씬 벗어나 있으며, 이젠 항공기 조종, 물류 창고, 성매매, 주식거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 진입해 인간 삶의 구조를 대폭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기계와 기술이 인간 삶에 보다 적극적으로 관여하게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IT 전문 저널리스트 구본권 기자는 <로봇 시대, 인간의 일>에서 로봇 시대에 인간이 직면하게 될 세상의 빛과 그림자를 조망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2011년 인간 퀴즈왕을 꺾은 IBM의 컴퓨터 왓슨, 2014년 튜링 테스트를 최초 통과한 인공지능 유진 구스트만, 2015년 다르파 재난구조 로봇대회에서 44분 만에 임무를 완수한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 아마존의 드론 택배 등의 사례는 디지털화와 자동화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구 기자는 이 책에서 로봇이 더 깊이 우리 생활에 관여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한 고찰을 시도한다.


이밖에 테드 창의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윌리엄 깁슨의 <뉴로맨서> 등은 일상화된 인공지능 기술이 도래한 세상을 그린 대표적인 SF소설이다.



취재: 주혜진(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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