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터파크 북DB Mar 10. 2016

원전사고 5주년...'후쿠시마'가 남긴 화두들

주민들의 목소리와 핵에너지의 미래까지, 책으로 읽는다


"만약 어딘가에서 또 원전 사고가 일어난다면 일본은 정말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릴 거예요. 이런 견디기 힘든 고생을 경험하는 건 우리가 마지막이었으면 합니다."- <후쿠시마에 산다> 33쪽 중에서


2011년 3월 11일. 일본인들에게는 악몽으로 기억된 날이다. 동일본 대지진과 그에 따른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가 일어난 날.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함께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로 기록됐다. 그 뒤로 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삶의 터전으로 돌아오지 못한 채 ‘난민’으로 살고 있는 13만여 명의 피해지역 주민들에게 사고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던진 파문은 단순히 후쿠시마 지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었다. 세계적으로 핵에너지의 안전성에 대한 논쟁에 불이 붙었고, ‘핵 이후의 에너지’를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힘을 얻게 됐다. 사고 이후 5년. 지금 후쿠시마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사고가 남긴 화두를 따라, 핵에너지와 인간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담은 책들을 찾아 읽는다.


[후쿠시마는 지금]

일본 언론에 따르면, 2014년 4월부터 2015년 9월까지 순차적으로 일본 정부의 ‘피난지시’가 해제된 후쿠시마현의 3개 지역 주민 7985명 가운데 마을로 돌아온 사람은 10%도 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후쿠시마 인근 지역의 방사성 물질 제거 작업은 아직도 진행 중이고, 빨라야 2017년 3월에나 종료될 전망이다.

<후쿠시마에 산다>(신문 아키히타 사회부, 2015)는 원전 사고 이후 후쿠시마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주민 94명의 목소리를 통해 직접 이야기했다. 5년의 피난 생활 도중에 사망한 후쿠시마 주민은 1800여 명으로, 동일본 대지진 당시 주민 사망자 수(1607명)를 넘어섰다. 몸과 마음에 입은 피해가 점점 심해지고 있는 상황. 주민 4천여 명은 “일상을 돌려달라”, “원전을 없애고 속죄하라”라고 주장하며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을 상대로 대규모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책에 등장하는 주민 대부분은 그 집단소송의 원고들이다.

<끝이 없는 위기>(간 나오토 외, 2016)는 다른 차원에서 후쿠시마를 조명한다. 이 책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의학적·생태학적 영향에 관한 자료와 연구 결과,에세이를 모은 책이다. 세계 유수의 과학자들이 참석한 심포지엄 자료를 모아 다양한 과학적 조사 방법으로 원자력과 방사능에 관해 분석했다. 원전 사고 당시 일본 총리였던 간 나오토. 그는 이 책의 서두에 실린 에세이를 통해 그가 ‘가장 안전한 에너지 정책은 원전을 보유하지 않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기까지 긴 고민의 시간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밖에도 식민지 지배와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연결시킨 <다시 후쿠시마를 마주한다는 것>(안자코 유카 외, 2016)과 원전 사고 이후 일본 청년세대의 변화에 주목한 <조용한 전환>(후쿠시마 미노리, 2015) 역시 주목할 만한 책이다.


[위기의 핵에너지]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핵에너지의 안전성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던져줬다.’탈핵’이라는 화두는 더 이상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이슈가 됐다. 하지만 한국은 세계 5위(23기)의 원전 대국. 정부는 ‘한국형 원전 수출’을 국정성과로 대대적으로 홍보하기도 하고, 경북 영덕 등에 새로운 원전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비싼 원전 그만 짓고 탈핵으로 안전하자>(오시마 겐이치, 2015)는 경제적인 차원에서 탈핵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원자력 안전 신화’가 깨진 상황에서도 원전을 늘려나가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경제성이다. 핵에너지는 가장 경제성 있는 에너지이며, 더 많은 원전을 지어야 경제가 발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원전의 직접 비용뿐만 아니라 간접 비용에 주목한다. 핵에너지가 커다란 사회적 비용과 환경 피해를 가져올 뿐 아니라 비용 면에서도 경제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책이다.

탈핵의 ’이론’을 이야기하는 책이 조금 딱딱하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왜 아무도 나에게 말해 주지 않았나>(신혜정, 2015)를 읽어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신혜정 시인은 ’원전 밀집도 세계 1위’인 한국의 원전을 직접 방문하고 원전의 실상을 돌아봤다. 고리원전, 월성원전과 방폐장, 영광원전, 울진원전 등 핵을 안고 살아가는 지역의 사람들을 만나고, 그 여정에서 보고 듣고 알아낸 이야기들을 책에 담았다.

탈핵에너지교수모임 집행위원장을 역임한 김익중 동국대 교수의 <한국 탈핵>(2013), 현직 기자들이 한국 원자력산업의 성장 과정과 한국 원전의 문제에 대해 쓴 <한국 원전 잔혹사>(김성환·이승준, 2014) 역시 함께 읽어볼 만한 책이다.


[에너지 대안을 찾아서]

핵에너지에 대한 논쟁은 언제나 같은 질문을 만나게 된다. ’그래서 핵이 없으면 무슨 수로 전기를 만들 건데?’ 핵에너지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그 대안과 함께 진행돼야 하는 이유다.


<에너지 명령>(헤르만 셰어, 2012)은 재생 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을 촉구하는 책이다. 저자는 세계재생가능에너지자문위원회 의장을 역임한 독일의 사회학자. 그는 재생 가능 에너지가 자연법칙적 인권과 합리성에 따른 생존 가능한 미래를 위한 유일한 에너지이기 때문에 마땅히 실천되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재생 가능 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은 단순한 에너지원의 변화가 아니라, 에너지원의 채굴·공급·전송 시스템과 같은 물리적 구조부터 이를 운영하는 기업과 법제도까지 모두 변화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에너지 전환의 당위성을 경제적 논리뿐만 아니라 사회구조적·정치적·윤리적 논리로 설득하려 했다.


에너지 전환의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궁금한 사람은 <착한 에너지 나쁜 에너지 다른 에너지>(이강준 외, 2014)를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시민발주 탈핵연구기금’으로 만들어진 이 책은 석유와 핵에 포획된 에너지 문제의 현실을 살펴본 뒤,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탈핵과 에너지 전환의 시나리오를 작성했다. ’탈핵’, ’지속 가능성’, ’사회적 정의’, ’사회적 경제’라는 네 가지 화두에 기반해 논의를 진행했다.



취재: 최규화(북DB 기자)


기사 더 보기 >>

매거진의 이전글 윤동주와 기형도... 비운의 천재 작가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