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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Mar 17. 2016

컨설턴트 구본기 "서민 돈 모아서 부자 주는 게 보험"

<당신이 믿고 가입한 보험을 의심하라> 저자 인터뷰

* 3단계의 점층적 형식으로 선보이는 ‘프리즘 인터뷰’입니다. 삼각형의 틀을 통해 빛을 다채롭게 보여주는 프리즘처럼 작가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쉽고 다양하게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 편집자 말



[프리즘①] 구본기의 말, 말, 말

- "책을 내면 항의 메일이나 전화가 그렇게 많이 와요. 사람들은 재테크로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는데, 제가 하는 일은 그러한 믿음과 싸우는 일이죠. "

- "저축성 보험에 어떤 요행을 부려도 펀드, 예금이나 적금보다 저렴해지지 않아요. 그러니까 보험으로 저축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좋아요."

- "실손형 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을 완전히 대체하려고 나온 상품이에요. 사실 이는 고도로 전략화된 민영화에요."

[프리즘②] 보험의 속내를 공개하다

▷ 구본기는 누구? : 구본기재정안정구소의 소장 구본기는 생활경제에 관한 숨은 고수다. 그의 연구소 모토는 ’나는 나와 내 친구, 우리 이웃이 왜 돈에 쪼들려 사는지를 연구합니다’. 그는 주로 주류 금융계의 모순을 까발리며 그들이 민낯을 드러낼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 어떤 책을 냈나? : 기존 보험 관련 서적 대부분은 저자가 보험사가 제공하는 정보를 열거할 따름이다. 구본기의 책 <당신이 믿고 가입한 보험을 의심하라>는 보험의 종류와 효과를 설명하지만 그 이면에 보험이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는지를 소비자들에게 폭로한다. 잘못 가입한 보험은 가계에 금전적인 손실을 가져다주는데, 이 책은 그것을 예방하는 실용서라 할 수 있다.

▷ 지금 왜 구본기를 만났나?: 질병이나 사고 등 앞으로 닥칠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서 보험은 모든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다. 이렇게 중요한 결정에서 저자는 가계나 개인의 금전적인 상황에 맞는 합리적 보험 운용을 제안하고 있다. 그가 알려준 팁들은 소비자들이 보험사가 제공하는 정보에만 치우치지 않고 보험상품을 잘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다.

▷ 구본기의 ’보험’ 해답은? : 한마디로 ‘사보험은 필요악’이라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구본기가 제안하는 방법은 간단하지만 쉽지만은 않다. 국민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는 것이 그것인데, 책에는 넌지시 비칠 뿐 밀도 있게 다루지는 않는다. 그는 공적보험의 필요성을 느끼고 그것을 얻기 위해 실천할 사람이 결국 소비자라는 것을 아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리즘③] 일문일답 들여다보기

Q 책 제목부터 의미심장한데요, 책은 어떤 의도로 쓰게 되었나요?

보험 상품은 의료적, 금융적, 법률적 부분들이 섞여 있어서 많이 어려워요. 사람들은 흔히 보험사나 보험설계사들이 만들어놓은 카페 같은 곳에서 보험 정보를 얻는데, 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다는 것이 문제예요. 또 시중에 나온 보험 관련 서적 중 소비자가 쉽게 읽을 만한 개론서도 거의 없어요. 이 책은 사람들이 쉽게 읽을 수 있고,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을 모아서 엮은 실용서라고 보시면 됩니다.

Q 이전에 금융계에서 컨설턴트로 일했고 재무설계 회사를 직접 운영하기도 하셨는데요, 이 책은 주류 금융계가 제공하는 정보와 달리 소비자의 입장이 많이 반영된 책으로 보입니다.

군 제대 후 23살에 보험설계사 일을 시작했어요. 곧 자본시장 통합법이 시작되더라고요. 보험뿐만 아니라 펀드, 대출, 카드 등 금융의 전반적인 상품을 다루게 되었죠. 기존 금융상품의 규범을 답습하면서 판매를 했어요. 그런데 금융상품을 팔면서 고객의 상황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론과 실제가 맞아떨어지지 않았던 것이죠.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일을 접었어요. 그러니까 금융상품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고, 사기성이 짙다는 것이 확실히 보이더라고요. 그때부터 금융사와 반대되는 논리를 개발하는 작업을 시작했죠. 저처럼 반대논리를 제공하는 사람이 너무 적기도 하고, 사람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Q 말씀하신 것처럼 주류 금융계가 제공하는 정보와 다른 논리를 내세우는 일은 쉬운 일 같지 않습니다.

책을 내면 고맙다는 반응보다는 항의 메일이나 전화가 그렇게 많이 와요. 욕을 엄청나게 하더라고요. 사람들은 재테크로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믿고 있는데, 제가 하는 일은 그러한 믿음과 싸우는 일이죠. 그들에게는 재테크의 기술을 이용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은 공리(公理)예요. 저의 작업은 그 공리가 맞지 않는다는 것을 논리적으로 풀어서 거짓이라고 대응하는 것이죠.

Q 보험설계사의 권유로 보험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보험설계사들이 이해(利害)관계를 끊으면 볼 수 있지만, 사실 항아리 안에서는 항아리의 모양을 제대로 볼 수 없어요. 보험설계사는 진입장벽이 낮아서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일단 들어가서 의미를 찾고 자신을 합리화하게 되죠. 그렇지만 언젠가는 분명 회의감을 느끼게 돼요. 그렇게 회의감을 느낀 사람들이 검색을 통해 저를 찾아서 상담하러 오는 경우가 많았어요. 제 딴에는 논리적으로 말하지만 절대로 그들을 설득할 수 없었고, 그들은 상처만 받고 돌아가죠. 그 사람들은, 앞으로도 이 업계의 전망이 밝고 잘 해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할 뿐이죠.

Q 누가 이 책을 읽기를 바라나요?

저는 ’경계선 가계’라는 말을 쓰는데요, ’경계선 아동’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어요. 경계선에 있는 아동은 지능이 떨어지지 않지만 학습이 부진한 경우가 있어요. 이 아이는 교사의 관심이나 노력을 통해 학습부진을 떨칠 수 있죠. 이처럼 가계에도 경계선에 놓인 가계가 있다는 뜻이에요. 빈곤에서는 벗어나 있고 조금은 쪼들리는 평범한 가계라고 보시면 돼요.

이런 가계들은 저축할 여력이나 대출받아 집을 살 여력이 있다고 봐요. 또 어느 정도 돈을 융통할 수 있어서 보험 상품에도 가입하는데, 잘못된 정보 때문에 속는 경우가 많아요. 재테크의 문제를 떠나서 속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쓴 책이에요. 빈곤 상태에 놓인 사람들은 아예 보험을 생각할 수 없을 텐데, 그 문제는 복지의 영역일 테니 저의 책이 아무 소용없을 거예요. 반대로 부자들에게도 저의 책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거예요.

Q 책에서도 어떤 보험에 가입하면 좋을지 추천해주셨는데요, 어떤 보험에 가입하면 좋을까요?

의료적 성격의 보험인 실손형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우선적입니다. 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않는 나머지 영역을 보장해주니까요. 또한 저는 소멸형 보험을 권하는데, 환급형 보험은 ’저축성 보험’이 포함된 ’끼워팔기’이기 때문에 보험료가 훨씬 비쌉니다. 그리고 사망보험 중에서도 보험기간이 일정하게 정해진 정기보험을 추천하는데, 종신보험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에요.

Q "종류나 혜택에 상관없이 저축성 보험은 현존하는 최악의 금융상품 중 하나"라고 쓴 것과 연결되는 부분인 것 같은데요, 저축성 보험이 갖는 문제는 무엇인가요?

가혹한 수수료 부과체계가 문제에요. 저축성 보험은 피보험자가 사망하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사망 보험금을 지급해주죠. 은행이나 증권사와 같은 저축(투자) 상품인데 보험사가 판매하는 상품에만 사망 보장의 기능이 있죠. 모든 저축성 보험은 종류를 막론하고 일반적으로 10% 이상의 수수료를 떼어갑니다. 거기다 저축성 보험은 해약 환급금이 아주 적어요. 저축성 보험에 어떤 요행을 부려도 펀드, 예금이나 적금보다 저렴해지지 않아요. 그러니까 보험으로 저축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좋아요.



"보험사, 소비자 ‘믿음’ 강조하면서 뒤로는 보험금 안 주려 해" 

Q 책에서도 ’종신보험을 9년 넘게 유지한 계약자의 비율은 40%밖에 되지 않는다’고, 그리고 엄청난 수익률을 실현하는 것은 부자라고 쓰셨는데요.


중도 해지 대열에 합류하는 보통 사람들의 기납부 보험료를 차곡차곡 모아서 부자들의 상속세를 위한 수십억 원대의 보험금을 챙겨주는 것이 바로 종신보험의 민낯이죠. 이처럼 보험상품도 무조건 부자들에게 유리한 것이에요. 일반 사람들의 돈을 보아서 부자들에게 주는 것이 보험이죠. 물론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듣고 싶어 하지 않아요.

Q "우리가 보장성 보험 가입을 통해 얻고자 하는 실익은 결국 ’돈’입니다. 그런데 보험사도 ’돈’ 때문에 사업을 벌인다."고 쓰셨습니다. 대부분의 보험사는 돈을 주지 않기 위한 전략을 취하는데요, 소비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요?

보험사와 소비자의 이해관계가 완벽하게 상반되지만 둘 다 돈을 원하는 것은 같아요. 그런데 소비자가 보험을 통해서 최대 이익을 얻기 위해서는 차에 치이거나 병에 걸리거나 하는 것이 전략일 텐데, 그 전략은 사실상 실현하기 어렵죠. 보험사는 소비자에게 보험료를 꾸준히 받다가 나중에 각종 이유를 대며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하는데, 실제로 보험사는 그런 전략을 취하고 있어요.

소비자는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가입을 해요. 이 믿음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가입하지 않았을 거예요. 그런데 보험사들은 그런 믿음을 강조하면서 뒤로는 보험금을 주지 않으려 하고요. 보험사들이 만들어놓은 정보를 소비자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최선의 전략은 나와 이해관계와 정반대되는 사람이 제공하는 정보를 따져보고, 그들이 제공하는 논리를 무시하는 일이 필요하죠.

Q 4장에서는 보험을 해약하고 보험료를 돌려받는 과정을 사례로 담고 있습니다. 이 과정은 어떻게 진행된 것인가요?

보험설계사에게 속아서 엉터리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의 납부 원금과 이자를 보험사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해서 돌려받는 일을 도왔어요. 물론 지금은 그만두었지만요. 보험이 길게 가다 보니 기본적으로 몇 천만 원에 달해요. 한 달에 50만 원씩 보험료를 내는 분도 있었고, 사업으로 번 몇 억을 투자한 사람도 있었죠. 한번 일을 맡게 되면 두 달 정도 붙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많이 힘들었어요. 그 사람들을 상담하고 도우면서 제 나름의 데이터베이스가 생긴 것인데, 그것을 정리해서 책에 담은 거예요.

Q 보장성 보험에 대한 딜레마를 풀 현실적인 대안으로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을 높이는 것"을 꼽으셨는데요. 이에 대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병원비가 많이 나왔다는 말을 잘 뜯어보면 ‘총 병원비 중에서 국민건강보험이 보장해주지 않는 나머지 병원비가 많이 나왔다’는 말과 같아요. 현재 총 병원비에서 국민건강보험이 평균 62% 정도 보장해줘요. 사람들은 나머지 38%가 무서워 실손형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국민건강보험의 보장률을 90% 혹은 95%로 올리면 실손형 보험에 가입할 이유가 없어요.

이처럼 실손형 보험의 영역은 복지의 영역이라 생각해요. 의료비거든요. 의료는 곧 복지에요. 지금 보험사들이 복지의 영역까지 침탈한 거예요. 그 부분을 떼야 하죠. 물론 정액형 보험은 인정해요. 정액형 보험은 금융적 성격이거든요. 가장이 병에 걸리거나 실직했을 때, 소득 상실분에 대해 보장해주는 것은 필요하다고 봐요. 그런데 실손형 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을 완전히 대체하려고 나온 상품이에요.

사실 이는 고도로 전략화된 민영화에요. 보험사는 실손형 보험을 통해 가입자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고자 하는데 지금 국민 절반 이상이 이 보험에 가입하는 것에는 성공했어요. 그 다음에는 국민건강보험과 최대한 똑같이 만들 거예요. 현재 실손형 보험은 국민건강보험이 가진 의료비 심사체계를 가지지 못하고 있어요. 국민건강보험은 심사평가원을 통해서 병원이 책정한 의료비가 과도한지 아닌지 평가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있어요. 사보험은 그런 데이터베이스가 없는데 그것을 갖게 하는 쪽으로 정부 정책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죠.

Q 현실적으로 실현이 가능한 것인가요?


수리적 해법으로는 간단하지만 의제화되기가 힘들어요. 보험사와 소비자 간의 싸움이에요. 보험사는 이 문제에 대해 훤히 알고 있는데 소비자는 무지하다는 것이 문제예요. 사보험에 만 원을 내면 만 원 이상 돌려받을 수 없는데 국민건강보험은 만 원을 내면 만 팔천 원을 돌려준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실제로 국민건강보험률을 높이면 되는 것이죠. 논리는 굉장히 간단한데, 이 간단한 논리가 잘 전달이 안 되는 것이에요.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생활경제에 관해 전반적으로 연구하는 구본기재정안정연구소를 지금까지 온라인으로만 운영했어요. 사람들을 만나서 주로 일대일로 상담을 했었는데, 다음 달 서울 구로동에 오프라인 공간을 엽니다. 거기서 상담과 강의 등을 진행할 예정이고, 또 부동산과 관련된 책을 쓰는 중입니다.



취재: 신양희(북DB 객원기자)

사진: 기준서(스튜디오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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