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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Apr 14. 2016

세월호 2주기... 그날의 아픔과 오늘의 그리움

참사의 기록부터 애끊는 목소리까지...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한 책

(사진 문화체육관광부 https://www.flickr.com/photos/koreanet/13941880109/in/photostream/)


"참사 이후 어른들이 많이 달라질 거라는 기대를 갖고 있었는데 오히려 더 우리에게 상처 주는 모습을 보면서 희망이 사라졌었다. 세월호 세대라는 또래들에게 함께 살아갔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4월 5일 <다시 봄이 올 거예요>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박보나씨의 말이다. 박보나씨는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2학년(당시) 고 박성호군의 누나다.

참사 후 2년. 어떤 이들은 ’벌써 2년’이라고 느낄지 모르겠지만, 어떤 이들의 달력은 아직도 2014년 4월 16일이 멈춰 있기도 하다. 아직도 유가족들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농성을 이어가고 있고, 그들의 심리치유를 위해 설치된 치유센터에서는 여전히 1000여 명의 유가족들이 약물치료와 힐링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차라리 유가족이 부럽다’는 미수습자 9인의 가족들에게도 고통은 그대로다.

언제쯤이면 ’아직도’나 ’여전히’ 같은 단어들을 사용하지 않고 그들의 근황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2주기를 맞아 ’기억하자’는 약속을 다시금 하고 있다. 하지만 기록되지 못한 기억은 왜곡된다. 그날의 아픔과 오늘의 그리움을 기록한 책들을 통해 다시 한번 말해보자. ’잊지 않겠습니다.’

[그날 그리고 오늘의 기록]

2014년 4월 16일, 그날 그 바다 그 배 안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416광장’이라는 새 이름을 얻게 된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오늘도 그날의 진실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농성을 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참사 2주기를 한 달 앞두고 출간된 <세월호, 그날의 기록>(진실의힘 세월호기록팀/ 진실의힘/ 2016. 3.)이 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이 책은 출간 20일 만에 7000부 넘게 인쇄됐고, 4월 11일 현재 인터파크도서 사회과학 분야 주간랭킹 2위에 올라 있다. 이 책은 2014년 4월 15일 저녁 세월호가 인천항을 출항한 순간부터 4월 16일 오전 10시 30분 침몰할 때까지 세월호 안팎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파헤친 ’세월호 백서’다. 한겨레21 정은주 기자와 박다영씨, 박수빈 변호사, 박현진씨로 구성된 기록팀이 장장 10개월 동안 3테라바이트 분량의 자료들을 분석했다.

법정 기록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재구성한 <세월호를 기록하다>(오준호/ 미지북스/ 2015. 3.) 역시 저자의 집념이 눈에 띄는 기록이다. 416세월호참사 시민기록위원회 작가기록단 소속인 저자 오준호는 5개월간 33차례 열린 세월호 공판을 방청하면서, 수만 쪽의 증언과 증거 자료 등을 바탕으로 사고의 원인을 쫓았다.

앞선 두 권의 책이 ’그날’의 진실을 파헤치는 데 초점을 뒀다면 <다시 봄이 올 거예요>(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창비/ 2016. 4.)는 참사의 고통을 고스란히 간직한 ’남은 이’들의 목소리에 초점을 둔 기록이다. 안산 단원고 희생자 형제자매들과 생존학생들을 처음으로 인터뷰하고 펴낸 책. 생존학생 11명과 희생자 형제자매 15명이 지난 2년여 삶에 대해 구술했다. 세월호 희생자 부모 13명을 인터뷰한 책으로 많은 독자들의 주목을 받은 <금요일엔 돌아오렴>(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창비/ 2015. 1.)의 뒤를 잇는 기록이다.

[우리 아이들, 어떻게 잊나요]

한날한시에 ’유가족’이 된 이웃들. 그들이 겪은 슬픔의 크기는, 함부로 이해한다 말할 수도 없을 만큼 너무 크다. 끝나지 않는 비극의 당사자로 매일을 하루같이 ‘4월 16일’에 살고 있는 가족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스스로 풀어놓은 책들도 있다. 그들의 아픔을 읽고 함께 느끼는 것은 이 참사를 기억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잊지 않겠습니다>(416가족협의회/ 한겨레출판/ 2015. 4.)에는 참사로 희생된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얼굴 그림과 가족들이 쓴 편지글이 담겨 있다. 학생 114명과 선생님 2명의 이야기를 모아서 만든 책. 박재동 화백이 2014년 6월 15일부터, 희생된 학생들의 얼굴 그림을 한겨레 신문에 연재한 것이 이 책의 바탕이 됐다. 부모들은 ’자식들이 잊히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과 함께 애끊는 마음을 담아 편지글을 보내왔다.

<인연>(이호진/ 이파르/ 2015. 8.)과 <못난 아빠>(김영오/ 부엔리브로/ 2014. 11.)는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잃은 아버지들이 살아온 ’죽음보다 못한 삶’에 대한 이야기다. <인연>을 쓴 이호진은 안산 단원고 고 이승현군의 아버지다. 그는 2014년 여름 안산에서 진도 팽목항까지, 그리고 다시 대전까지 약 900km 거리를 대형 십자가를 어깨에 지고 도보순례를 했다. 진도 바닷가에서 아들을 기다리던 때부터 도보순례를 하는 동안 겪고 만나고 엮은 인연에 관한 이야기를 책에 담았다.

<못난 아빠>는 ’유민 아빠’로 잘 알려진 김영오가 쓴 책. 그는 2014년 7월 14일부터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요구하는 단식농성을 40일이 넘게 하기도 했다. 빚에 매달려 사느라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외면하고 방관하며 살아온 자신이 못난 아비이며 못난 시민이었음을 고백하는 책이다.

무엇 하나 특별하지 않은 ’세월호’ 책 중에서도 더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책이 한 권 있다. 그것은 바로 단원고 학생 고 정지아양이 남긴 글을 모은 책 <사월의 편지>(지영희 편저/ 서해문집/ 2015. 3.)이다. 엄마 지영희는 글쓰기를 좋아했던 딸이 노트에 남긴 습작소설과 시, 편지들을 엮어 이 책을 펴냈다.

[함께 부르는 그리운 이름]

온 나라가 세월호 참사의 슬픔에 빠져 있던 때가 있었다. 전 국민의 ’집단 우울증’과 트라우마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슬픔은 나눌수록 줄어드는 법. 글을 쓰는 작가들 또한 그 슬픔을 나누기 위해 그들만의 방법으로 기꺼이 나섰다.

시인 34명이 참여해 만들어낸 시집 <엄마, 나야>(곽수인 외/ 난다/ 2015. 12.)는 그 가운데서도 특별히 눈에 띈다. 시인들의 숫자와 같은 34명 단원고 아이들의 목소리를 ’육성 생일시’ 안에 담았기 때문이다. 시인들은 아이들의 생일에 맞춰 아이에 관한 가족과 친구들의 회상 속 이야기를 들었고, 이를 토대로 아이의 목소리를 시라는 형식으로 담아냈다. 아이들의 생일 모임마다 안산 치유공간 ’이웃’에서 한목소리로 낭송되고 헌정된 시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300여 명의 희생자 가운데 대부분이 수학여행을 가던 단원고 학생들이었던 점은 어린이책 작가들에게 더 큰 비극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세월호 이야기>(한뼘작가들/ 별숲/ 2014. 9.)는 동시인·동화작가·그림작가 65명이 쓰고 그린 42편의 이야기를 묶어낸 책이다.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동시에 참사의 진실이 밝혀지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마음을 모은 작가들은 자발적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광화문광장에 내걸었다. 그것들이 모여 <세월호 이야기>라는 한 권의 책이 탄생한 것이다.

작가들은 또 추모의 뜻을 담아 소설을 쓰고, 각자의 ’시선’이 담긴 에세이를 통해 질문을 던졌다. <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심상대 외/ 예옥/ 2015. 4.)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15명의 소설가가 함께 쓴 추모소설집이다. 12명의 작가들이 함께 쓴 <눈먼 자들의 국가>(김애란 외/ 문학동네/ 2014. 10.)는 세월호 참사로부터 무엇을 보고 듣고 배울 것인지 고민하게 하는 깊은 성찰의 결과물들이 실린 책이다.


취재:최규화(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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