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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Apr 21. 2016

'책은 죽지 않는다' 새로운 출판의 미래

4월 23일 세계 책의 날... '책의 시대'를 위한 고민과 도전의 기록



4월 23일은 제21회 '세계 책의 날'. 1995년 유네스코가 독서와 출판산업을 장려하기 위해 제정한 날로, 정식 명칭은 '세계 책과 저작권의 날'이다. 원래 4월 23일은 스페인 카탈루냐에서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했던 세인트 호르디의 날이자, 대문호 세르반테스와 셰익스피어가 타계한 날이기도 하다.

하지만 책의 날을 맞이하는 표정이 마냥 밝을 수만은 없다. 출판계 사람들의 자조적인 농담처럼 '단군 이래 불황 아니었던 적이 없는' 한국 출판시장. 2014년 기준 출판사 매출 규모는 4조2307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약 2.1% 줄었다. 1년 내에 매출 실적이 있는 출판사 수도 전년의 3933개보다 8.1% 줄어든 3614개였다.(2015 출판산업 실태조사)

이런 가운데 맞이하는 책의 날은 자축과 함께 자성의 날로 삼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책의 미래, 출판의 미래를 위해 부단히 고민하고 연구하는 사람들, 그리고 새로운 길에 과감히 도전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어떨까. 책의 내일에 대한 고민과 새로운 도전의 기록을 담은 책들을 소개한다.

[책의 미래, ‘읽기’의 미래]

한국 출판시장만 어려운 건가? 꼭 그렇지는 않은가 보다. 디지털 미디어의 등장은 세계 어디에서나 비슷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정체 또는 침체 상태의 우리 출판계와 달리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세계 출판계. 영미권을 중심으로 다양한 인수합병과 적극적인 디지털 비즈니스의 전개 등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민음사 대표 출신으로 출판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출판의 미래>(오르트/ 2016)를 통해 이러한 세계 출판의 흐름을 분석하고 한국 출판이 나아가야 할 길을 찾았다.

'슈퍼 자이언트의 시대', '편집의 귀환', '세계화 2.0', '저자의 소출판사화', '읽기 습관', '가용성', '팬덤', '데이터', '유연성', '제휴'. 장은수 대표가 이 책에서 제시한 미래 출판 전략의 열 가지 키워드다. 장은수 대표는 "출판이 종이책을 파는 컨테이너 비즈니스에서 정보와 지식을 파는 콘텐츠 비즈니스로 이행하는 것은 분명한 흐름"이라고 전제하고, 책을 파는 것이 아니라 '읽는 습관'을 파는 것으로 출판의 패러다임 변화를 촉구했다. 눈앞의 나무만 쳐다보고 있어봤자 답은 안 나온다. '숲'을 읽는 시각을 던져주는 책이다.

콘텐츠 개발자이자 작가인 크레이그 모드가 쓴 <우리 시대의 책>(마음산책/ 2015) 역시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책과 출판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한 책이다. 그는 휴대용 전자 매체의 발달로 '읽기 혁명'이 진행 중인 지금, 그 변화를 두고 책의 종말을 걱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매체는 변해도 읽고 쓰기는 계속되 며 종이책와 전자책 모두 나름의 역할이 있다고 말하는 이 책은, 세월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책과 출판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게 한다.

미국 서점산업의 역사를 기록한 <서점 vs 서점>(한울아카데미/ 2014) 역시 읽어볼 만하다. 오늘날 한국 서점이 직면한 문제와 어느 점에서 유사한지 찾아가며 읽는다면 한국 출판의 미래에 대한 힌트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저자 로라 J. 밀러는 브랜다이스대 사회학과 조교수다.

[새로운 도전의 기록]

그래서 지금 당장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은 그 질문에 대한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더 작은 목표, 더 신선한 접근을 통해 나름의 성공을 일군 출판사나 서점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들어볼 수 있다. 출판사 북스피어의 김홍민 대표가 쓴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한겨레/ 2015)는 출판계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야매 출판인'의 이야기다. 북스피어는 장르문학 전문 출판사. 김홍민 대표는 기상천외한 마케팅으로 지난 10년 동안 북스피어를 망하지 않고(출판사 이름 books'fear'는 망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담긴 이름이다) 운영해왔다.

만우절 기념 페이크 도서를 만들거나 출판사 대표가 흰 런닝셔츠 차림으로 광고를 찍는 등 황당무계한 이벤트가 북스피어의 주특기다. 지난 10년 동안 '나만이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줄기차게 모험을 감행해왔다. 각종 시시콜콜한 이벤트로 독자들과 끊임없이 교감하며 '취향의 공동체' 이상의 연대를 구축했고, 그 결과 북스피어는 '개미 독자'들의 뜨거운 지지와 응원을 받는 출판사가 될 수 있었다. 작은 출판사일수록 '캐릭터'를 가지고 꾸준히 독자를 모아나가야 한다는 것을 김홍민 대표의 이야기에서 깨달을 수 있다.

김홍민 대표의 책도 인상깊지만, 2015년 출판인들 사이에 가장 화제가 된 책은 아마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남해의봄날/ 2015)가 아닐까 싶다. 충북 괴산 작은 산골마을에 자리 잡은 가정식 서점 '숲속작은책방'. 저자 백창화, 김병록은 그 이상한(?) 책방의 주인 부부다. 그들은 이 산골 책방에서 북콘 서트와 북클럽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오픈 2년 만에 그곳을 소문난 책방으로 만들었다. 또한 그들은, 모두가 출판업의 위기와 서점의 몰락을 이야기 할 때 골목을 지키며 새롭게 피어나고 있는 작은 책방들을 탐문하며 책방이 가진 의미와 역할을 인문학적 시선으로 읽어냈다. 조선일보가 선정한 2015년 올해의 책.

일본 서점 '장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서점은 죽지 않는다>(시대의창/ 2013) 역시 비슷한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저자 이시바시 다케후미는 서점인 8명을 인터뷰하고, ‘책’이란, ‘서점’이란, ‘서점인’이란 무엇인지, 왜 서점의 본질적 가치와 미래에 대해 함께 생각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졌다.


취재 : 최규화(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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