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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May 20. 2016

"<미움받을 용기> 세 번째 책은 쓰지 않게 되기를"

* 3단계의 점층적 형식으로 선보이는 ’프리즘 인터뷰’입니다. 삼각형의 틀을 통해 빛을 다채롭게 보여주는 프리즘처럼 작가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쉽고 다양하게 보여드리고자 합니다. - 기자 말


<미움받을 용기 2> 저자 기시미 이치로(오른쪽)와 고가 후미타케

[프리즘①]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의 말, 말, 말

- "질문을 받고 아주 놀랐는데, ‘어떻게 하면 부모님께 효도를 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이었어요. 일본 독자들한테는 그런 질문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 "’이미 나는 다 파악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 행동을 바꿀 수 없습니다. 자기가 안다고 생각한 것들을 다시 이해하려는 노력이 곧 실천으로 이어집니다."

- "이 책이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을 받는 것보다는,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그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책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프리즘②] ’미움받을 용기’ 완결편

▷ 기시미 이치로와 고가 후미타케는 누구?  ’일본 최고의 아들러 전문가’로 꼽히는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 프로이트, 융과 함께 ’심리학 3대 거장’으로 불리는 알프레드 아들러를 30년 가까이 연구해왔다. 일본아들러심리학회 고문. 반려견 이름마저 ’아들러’로 지을 만큼 그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를 통해 한국과 일본에 ’아들러 열풍’을 몰고 온 주인공이다. 공저자 고가 후미타케는 프리랜서 작가. 청년 시절 영화감독을 꿈꾸며 시나리오를 쓰던 그는 스물네 살에 프리랜서 작가로 입문했다. 30세부터 80여 권의 서적 집필에 참여해왔다. 그의 글쓰기 노하우를 담은 책 <작가의 문장수업>도 지난해에 출간됐다.

▷ 어떤 책을 냈나  2014년 말 국내에 출간된 <미움받을 용기>는 51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최장기간 베스트셀러 1위’ 기록을 세웠다. 신간 <미움받을 용기 2>는 그 후속편이자 완결편. 고가 후미타케의 책의 성격을 이렇게 정리했다. "야구로 예를 들자면, 전편이 규칙을 설명하는 룰북(rule book)이라면 이번 책은 실전 피칭과 배팅에 대해 설명하는 책입니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청년’과 ’철학자’가 묻고 대답하고 ’논쟁하는’ 형식을 취했다. 3년 만에 ’철학자’를 다시 찾은 ’청년’은 아들러 사상을 현실에 적용하는 문제 때문에 잔뜩 화가 난 채로 반론을 펼친다. 두 사람이 ’실천’의 접점을 찾아가는 하룻밤에 대한 이야기. 

▷ 인터뷰 현장 이야기  일본 작가를 인터뷰하는 건 처음이었다. 빡빡한 방한 일정 때문에 인터뷰 시간도 길지 않은 상황. 인터뷰 초반, 통역을 맡은 분이 내 질문 속 단어 하나를 이해하지 못해 책의 일본어 원문까지 들고 와서 질문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여러 모로 긴장 속에 시작한 인터뷰였지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두 저자와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는 나에게 뭐라 말을 하려고 우물쭈물하다가 그냥 한번 웃고 말던 기시미 선생. 알고 보니 한국어로 마지막 인사를 하려고 했는데 실력이 모자라서 포기했다고. 다음 번 방한 때 또 만날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내가 먼저 일본어로 인사를 해야겠다.

[프리즘③] 일문일답 들여다보기

Q 아무래도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미움받을 용기 2>가 전편에 비해 어떤 새로운 것을 담고 있는가 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시미 이치로(이하 기시미) : 첫 번째 책은 아들러 심리학의 이론을 전반적으로 알리는 것이 주목적이었습니다. 다행히 ’잘 이해했다’라고 느낀 독자들이 많았을 겁니다. 하지만 정말로 완전히 이해했는지는 좀 의문입니다. 이해했다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실천을 제대로 못하는 현실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들러 심리학을 어떻게 실천하면 되는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실천하면 되는지 알리는 차원에서 이 책을 썼습니다.

고가 후미타케(이하 고가) : 야구로 예를 들자면, 전편이 규칙을 설명하는 룰북(rule book)이라면 이번 책은 실전 피칭과 배팅에 대해 설명하는 책입니다.

Q 저는 ‘미움받을 용기’라는 제목을 2편에서는 ’사랑할 용기’로 바꾸어 이해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고가 : 실제로 일본판 책 제목을 지을 때 ’사랑할 용기’도 후보 중 하나였습니다.

기시미 : 만약에 제목을 ’사랑할 용기’라고 했다면 독자들이 ’왜 사랑하는데 용기가 필요하지?’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사랑하는 데 노력이나 용기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죠. 하지만 사랑하는 데는 노력도 필요하고 책임도 필요하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충격을 받을 겁니다. 지금까지 생각했던 사랑의 개념과 전혀 다른 개념을 이 책에서 설명하고 있으니까요.



Q 책 서문에서, 한국 독자들의 "핵심을 꿰뚫은 날카로운 질문"에 감탄한 적이 있다고 했습니다. 한국 독자들에게서 받은 인상적인 질문을 하나 소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시미 : 질문을 받고 아주 놀랐는데, ’어떻게 하면 부모님께 효도를 할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이었어요. 일본 독자들한테는 그런 질문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자녀 교육에 대한 한국 부모들의 열정이 일본보다 훨씬 대단한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월 수입이 500만 원인 사람이 아이들 교육비로 450만 원을 쓴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 정도로 부모한테 기대를 받은 아이들이 살아갈 때 그 부담이 아주 클 거라고 생각합니다. ’일본 젊은이보다 (한국 젊은이들이) 더 힘든 상황에 놓여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인생을 살아갈 길을 안내해야 하니까, 부모의 길과 당신의 길은 다르다고 답변해줬습니다.

Q 책에서 "처음 한 걸음",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이 책을 읽는 것 자체도 "처음 한 걸음"이라 할 수 있을 것일 텐데요, 그렇다면 독자들에게 ’두 번째 걸음’으로 권해줄 만한 실천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고가 : 이 책에서는 ’청년’이 교사가 됐는데요, 그럼 학교에서 가르치는 사람만 교사냐? 그렇지 않습니다. 교육을 하는 사람들은 회사의 상사일 수도 있고 가정의 부모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 점에서 독자들 모두가 아들러의 가르침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그 가르침을 이어갈 것인지, 자신이 처한 곳에서 어떻게 교사 역할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겠습니다.

기시미 : ’나는 아들러 심리학을 제대로 이해 못하고 있을지 모른다’라는 의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나는 다 파악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 행동을 바꿀 수 없습니다. 자기가 안다고 생각한 것들을 다시 이해하려는 노력이 곧 실천으로 이어집니다.

Q 아들러 사상을 실천하는 데는 개인적 차원도 있지만 사회적 차원도 있다고 봅니다. 책에는 ’자립한 개인들이 존경을 바탕으로 협력하는 민주주의 공동체’를 이상적인 모습으로 그려주셨는데요, 아들러 사상의 사회적 실천을 이렇게 정리해도 무방할까요?

고가 : 아들러 사상의 사회적 실천상이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한 공동체’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조금 더 쉽게 말하면, ’나는 당신과 대등한 관계에 있다’라는 인간관계를 맺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둘만 해도, 저는 기시미 선생님을 저보다 높은 사람으로 생각하기 쉽거든요. 사실 쉽지 않습니다만, 우선 내 눈 앞에 있는 사람을 대등하게 생각하는 노력부터 해야 합니다.

Q 제가 책에서 눈여겨 읽은 표현 중에 "최선의 이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금, 여기를 진지하게 사는’ 방법을 이야기한 대목에서 나온 말인데요, "최선의 이별"을 위해 어떤 것들을 실천해야 할까요?

고가 : 만약 내 인생이 오늘 끝났다든가 사랑하는 가족이 오늘 갑자기 사망했다 하더라도 그 관계는 이별하는 그날에 완결됐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스무 살에 죽은 사람을 보고 너무 이른 이별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 사람의 20년 동안의 삶은 그때 완결됐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얼마 전에도 구마모토 현에서 대지진이 있었습니다.(기자 주 : 4월 16일 리히터 규모 7.3의 지진이 발생. 50여 명의 사망자를 포함 1000여 명의 사상자 발생.) 일본에서는 언제 어떤 이별이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잖아요. 저도 언제 어떻게 이별이 와도, 오늘 이별이 와도 후회가 없을 정도로 관계를 취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기시미 : 학생한테서 받은 질문 중에 ’어떻게 하면 원거리 연애를 잘할 수 있습니까’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저는 헤어지고 난 뒤에 ’아차, 다음에 만날 약속을 했어야 하는데 안 했다’라는 생각이 드는 커플이라면 관계가 잘 될 거라고 했습니다. 함께 있는 시간이 두 사람 모두에게 정말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다음에 다시 만날 약속을 할 필요도 없었던 거죠. 하지만 이번 만남에서 만족스럽지 못했던 사람은 바로 다음 만남을 생각하고, 다음 만남에서 행복을 찾으려고 하겠죠. 사실 다음에 만날 수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건데요. 이번 만남, 이 시간에 완전히 만족하는 노력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전편에 대한 청년의 반론에서 <미움받을 용기 2>는 시작합니다. 마찬가지로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도 또 다른 반론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고가 : 이번 책을 읽고 더 반론을 할 독자가 나타날 수도 있는데요, 언제까지나 책에 나오는 ’철학자’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철학자’에 의존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청년’이 다음에 반론을 제기하고 싶을 때는 ’철학자’를 찾지 않고 자신이 해결하게끔 그 방법 역시 이 책에 담았습니다. 새로운 책을 읽으면 새로운 정보와 새로운 지식을 얻어서 행복해지잖아요. 근데 그것뿐만 아니라 책에서 얻은 것들을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 스스로 생각하는 기쁨도 느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시미 : 아들러는 카운슬링은 재교육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카운슬러는 교사입니다. 제가 제일 원하는 것은, 상담을 받으러 온 사람이 카운슬러를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5년쯤 전에 저한테 카운슬링을 받은 사람을 나중에 다시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5년 전 일이 떠올리며 ’그때는 너무 괴로웠다. 근데 내 힘으로 문제를 해결해서 아주 좋았다.’라고 말했습니다. 저한테 상담받던 당시에 그 사람은 매일 밤 전화를 해서 울었습니다. 그렇지만 지난 5년 동안은 저를 잊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말 기뻤어요. 그게 자립이죠. 독자가 또 반론하고 싶은 마음은 생기겠지만 그 다음은 자기 힘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Q 책 뒷부분에 보면 "오늘 밤 만남을 마지막으로 하세"라는 문장이 나옵니다. 이 문장의 뜻은 ’미움받을 용기’ 3편은 나오지 않을 거라는 말인가요?

고가 : 세 번째 책이 나온다는 것은 두 번째 책까지의 내용이 부족했다는 뜻이기 때문에, 두 번째 책이 실패로 끝났다는 게 됩니다. 그래서 세 번째 책을 쓰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두 번째인 이번 책에 모든 걸 담았거든요. 세 번째 책은 필요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시미 : 동감입니다.(웃음)


Q 기시미 선생님이 <미움받을 용기> 한국어판을 읽고 싶은 마음에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한국어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합니다.

기시미 : 사전을 찾으면 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하고 싶은 말을 할 수는 있는데 남들은 잘 못 알아듣습니다.(웃음) 아들러는 남이 관심이 가지고 있는 것들에 관심을 가지라고 이야기했어요. 한국 독자들이 이렇게 <미움받을 용기>를 많이 읽고 감명을 받았는데, 제가 한국어로 이 책을 같이 읽지 못하는 것은 좀 옳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남의 눈으로 보라’라는 말을 하는데요, 한국 독자들이 이 책을 어떻게 읽었는지 제가 한국어를 배움으로써 같이 느끼고 싶었습니다. 작년 이맘때는 ’미움받을 용기’라는 제목조차 읽을 수 없는 수준이었는데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의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시죠.

고가 : 첫 번째 책이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은 것에 대해 지금도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을 정도로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책은 좋았는데 두 번째 책은 좋지 않다’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이 책이 많은 사람들한테 사랑을 받는 것보다는, 한 사람이라도 좋으니 그 사람의 인생을 바꾸는 책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기시미 : 첫 번째 책에 ’한 사람의 힘이 뜻밖에 정말 크다’라는 말을 썼습니다. 이 책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면, 그 한 사람의 여파로 세상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그런 책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사진 : 신동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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