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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May 30. 2016

"성자셰프라는 별명, 부담스럽죠" 샘 킴과 브런치 토크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많은 여성들에게 ’의문의 1패’를 안겨주는 남자가 있다. ’자연주의 셰프’ 또는 ’성자 셰프’라 불리는 샘 킴. 개그맨은 가족을 위해 웃기지 않고, 요리사는 집에서 음식을 만들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있다지만, 샘 킴에겐 예외다. 그는 주말이면 아내와 아들을 위해 기꺼이 앞치마를 두른다. 

이번에 펴낸 <샘 킴의 맛있는 브런치>는 스타 셰프 샘 킴이 아내와 아들, 그리고 그가 일하는 레스토랑 후배들에게 평소 만들어주는 브런치 레시피 53가지를 담았다. ’쉽고 빠르게 따라 하는 홈메이드 브런치 레시피’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몇 가지 안 되는 재료를 잘라서 삶고 굽고 비비는 것 외에는 별다른 조리가 필요하지 않은 초간단 레시피들이다. 과연 ’이렇게 만들어도 맛이 있을까?’ 궁금증이 들 정도. 하지만 완성된 요리는 ’매직’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맛은 물론 화려한 비주얼을 자랑한다. 

샘 킴 스스로도 소개된 레시피 중 어느 하나를 꼽을 수 없을 정도로 "모든 요리가 정말 맛있다"고 자부심이 대단하다. 자신의 레시피 노트 중에서 주변 사람들로부터 반응이 가장 좋았던 것만을 엄선했단다. 또한 인공적인 첨가물을 가능한 배제하고 신선한 재료를 짧은 시간 요리한 것이라 몸에도 좋다. 서양 요리를 할 때 가장 어려운 게 소스의 맛을 내는 것인데, 샘 킴이 추구하는 요리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기 위해 거의 소스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더 쉽고 간단하다. 

샘 킴은 서울 신사동에 위치한 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에서 7년째 총괄셰프로 일하고 있다. 그는 듣던 대로 천진한 웃음과 소탈한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자신의 직업에 성공한 남자 특유의 자신감과 솔직함이 배어나왔다. 요리 실력을 넘어 다양한 매력으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얻고 있는 남자. 지금 그의 삶이라는 커다란 접시엔 어떤 레시피가 담겨 있을까? 지금 가장 공들이고 있는 샘 킴의 인생 레시피를 들여다봤다.



샘 킴의 레시피 - 1. 자연

세상에 가치 있는 것이 정말 많다. 하지만 나는 그 중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자연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먹는 모든 음식의 재료가 자연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내 요리는 작은 씨앗이 땅 위에 뿌려지면서 시작된다. 내가 키운 재료로 요리하면 그것은 나의 마음까지 주는 것이다. - <샘 킴의 맛있는 브런치> 17쪽

Q 샘 킴의 자연주의 요리란?

가능한 한 가공하지 않고 원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건강한 요리다. 빵부터 소스까지 직접 다 만든다. 피클 하나도 밖에서 사오지 않는다. 자연이 선물하는 제철 식재료에 맞춰 레스토랑의 메뉴를 한 달에 한 번씩 바꾼다. 잠시도 쉴 틈이 없을 정도로 주방은 바쁘게 돌아가지만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Q 농장에서 직접 채소를 기른다고 들었다.

레스토랑 옥상에 로즈마리와 바질, 라벤더 등 허브 7~8종 키우고 있다. 또 김포공항 근처에 50여 평의 텃밭에 당근, 비트, 양배추, 토마토, 가지, 호박, 열무 등을 심어 식재료로 사용한다. 생각보다 양이 정말 많아서 이웃 식당에 나눠줄 때도 있다. 농사를 짓는 게 힘들지만, 직접 기른 신선한 재료로 요리하는 기쁨이 남다르다. 이른 아침 농장에 나가 자연이 주는 가르침을 배우며 레시피를 구상할 때도 많다.

Q 브런치 요리는 자연주의와 어떤 관계가 있나?

우리 레스토랑은 쉽게 말하면 ’각 잡힌’ 레스토랑이다. 그런데 내 취향은 좀 더 캐주얼한 쪽에 속한다. 조리법이 쉽고 간단해도 얼마든지 맛도 좋고 모양도 예쁜 요리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요리사로서 내 꿈 중의 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요리를 하는 것이다. 내가 브런치 요리를 좋아하는 것도, 책을 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같은 이유다.

Q 조만간 브런치 레스토랑과 카페를 오픈할 계획이라고.

캐주얼 이탈리아 식당과 브런치 카페 두 곳을 오픈할 예정이다. 지금 일하는 식당을 그만두는 게 아니라 병행하게 된다. 지금처럼 자연주의 레시피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좀 더 자유롭고 시끌벅적한, 젊은 사람들도 부담 없이 찾아올 수 있는 다이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제 오너 셰프가 되겠지만 지금과 별 차이는 없을 것 같다. 그냥 요리하는 게 좋고, 요리만 하고 싶다. 사업가 기질은 별로 없는 것 같아서 경영은 다른 사람이 해줬으면 좋겠다.



샘 킴의 레시피 - 2. 가족

나의 첫 번째 요리사는 어머니다.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어머니의 주방 일을 도우며 자랐다.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으로 요리하라는 어머니의 말씀은 내게 물려주신 최고의 선물이다. -<샘 킴의 맛있는 브런치> 149쪽

Q 이번 책에서 아내와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레시피는?

꼽으라고 하면 너무 많다. 오징어 샐러드, 수란을 얹은 버섯 샐러드, 새우 부리토, 채소 수프 등 거의 다 좋아한다. 주말에 아이의 점심을 먹이기 위해 파스타 요리를 가장 많이 하지만, 아침에 간단히 해먹을 수 있는 메뉴도 많이 소개돼 있다. 집에서뿐만 아니라 레스토랑에서도 저녁 7~8시쯤 간식으로 브런치를 만들어 후배들과 함께 먹는다. 후배들이 셰프의 생각이나 가치관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너무 각 잡힌 요리만 할 필요가 없다는 나의 생각을 후배들에게 자연스럽게 알리려는 취지도 있다.

Q 아들의 이유식을 직접 만들면서 자연주의 요리를 하게 됐다던데.

이탈리아 요리의 특성이 원재료의 맛이 상당 부분이라 그런 생각을 갖고 있긴 했지만, 아들의 이유식을 만들면서 더욱 확고해졌다고 할 수 있다. 요리사의 음식에는 그 사람의 삶이 고스란히 반영된다. 현재 아기가 최고의 이슈라면 아기에게 맞는 레시피가 탄생할 수밖에 없다. 요리사에게 소금과 후추를 쓰지 않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인데, 이유식은 간을 할 수가 없지 않나. 간을 하지 않고 맛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자연주의 요리가 탄생한 거다.

아들 이유식을 하면서 요리사로서 실험정신이 발동해 사람이 먹을 수 있는 모든 식재료를 먹여봤다. 그래서인지 편식을 전혀 안 한다. 떡도 잘 먹고, 김치 깍두기는 물론 파김치까지 먹는다. 걸음마를 시작할 때부터 아이 손잡고 농장에 같이 다녔더니 브로콜리, 시금치 등 채소도 안 먹는 게 없다. 아주 아기였을 때 쓰다고 토마토를 안 먹었는데, 농장에서 직접 만지고 따본 후에는 거부감 없이 먹는 걸 보면서 무척 신기했던 기억이 난다.

Q 샘 킴에게 선배 요리사였던 어머니의 존재란?

어머니가 식당과 하숙집을 하셨다. 혼자 고생하시는 어머니를 도와 같이 시장도 보고 재료 손질도 도와드렸는데, 어릴 때는 창피해 도망 다니기도 했다. 그런데도 어머니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사람들을 보면 마음이 따뜻했다. 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머니는 단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대접하는 그 음식을 자식들에게도 먹인다는 마음으로 음식을 만든다고 늘 말씀하셨다. 어머니로부터 음식을 만드는 기술은 하나도 배운 게 없다. 하지만 어머니가 사람들을 위해 요리하던 그 마음을 물려주신 게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한다.



샘 킴의 레시피 - 3. 나눔

만약 누군가를 위해 요리한다면 그것은 상대의 배고픔을 채워주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내가 만든 음식으로 누군가 행복해진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어디 있을까. 이것이 진짜 내가 요리하는 이유다. - <샘 킴의 맛있는 브런치> 81쪽

Q 요즘 ‘재능기부 아이콘’으로 급부상했다.

요리는 나눔과 배려다. 마음을 나누는 가장 쉬운 방법이 음식을 나누는 것이다. 미국 유학 시절 일하던 레스토랑의 셰프를 따라 주말이면 거리로 나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눠주면서 봉사의 기쁨을 알게 됐다. 요리사라는 직업이 단지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요리를 매개로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바쁜 가운데서도 내가 필요한 곳에 기꺼이 달려가는 이유는 그 순간에 내가 가장 행복을 느끼기 때문이다.

Q 현재 어떤 봉사를 하고 있나?

초록우산어린이재단과 함께 ’얘들아 밥 먹자’라는 식습관 개선 캠페인을 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문화 혜택이 적은 지방에 가서 아이와 부모가 함께 요리하며 인성교육도 하고 가족 간 소통도 도와주는 시간이다. 어제도 포항의 작은 초등학교에 다녀왔는데, 모두들 너무 좋아해서 한번 다녀오면 그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국제구호단체인 옥스팜과 2년째 하고 있는 ’푸드트럭’은 우리가 만든 음식을 트럭에 싣고 가 시민들에게 나눠주며 세계 식량 위기 지역의 실태를 알리고 후원을 독려하는 캠페인이다. 함께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MBC 집계에 의하면 지금까지 ’푸드트럭’을 통해 5400인분의 음식을 만들고 6000번의 셀카를 찍었다고 하더라. 700여 명의 정기 후원자가 가입해 네팔 지진 피해자 2만1000명을 도와줬다는 소식을 들었다.

Q 바쁜 가운데서도 방송 출연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지금은 도저히 시간이 안 돼서 <냉장고를 부탁해> 하나만 하고 있다. 요즘 셰프들의 방송 출연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있지만, 각자의 필요와 목적에 맞게 움직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옳고 그르다고 판단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내가 방송 출연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요리를 통해 사람들에게 행복을 주고, 더 나아가 세상에 좀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싶어서다.

Q <냉장고를 부탁해>에 계속 출연하는 이유는?

처음부터 시작을 같이 했기 때문에 의리가 가장 큰 이유고, 두 번째는 나 자신도 즐기면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방송할 때만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내 자연주의 요리 특성상 15분이라는 시간이 스트레스라고 생각했는데, 2년 후에 돌아보니 그것을 즐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마치 곡예사처럼 짜릿한 스릴이 있어서 재밌다. 무엇보다 요리를 통해 사람들에게 웃음과 즐거움을 주고 싶은 나의 요리 철학과도 맞아 애착이 많다.

Q ’성자 셰프’라는 별명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부담스럽다. 완전 부담스럽다. 하긴, 나는 요리철학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간단한 레시피 하나에도 요리사의 삶이 담겨 있다.



에필로그 - ’요리 불능’ 기자의 홈메이드 브런치 도전기

소문이 자자한 ’샘 킴의 브런치 맛’을 초간단 레시피로 경험할 수 있다면? 백문이불여일’쿡’!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가지고 빠르게 요리하는 <냉장고를 부탁해> 정신에 입각해 ’참치 샐러드’에 도전했다. 참치 샐러드에 들어가는 재료 중 참치, 옥수수, 방울토마토, 블랙올리브, 레몬, 올리브유, 후추, 소금은 있는데 파슬리 가루와 적양파가 없다. 잠시 좌절했지만 적양파는 흰 양파로 대체하고, 파슬리 가루는 생략하기로 했다. 대신 컬러의 조화를 위해 초록색 오이를 약간 사용했다. 삶은 감자를 추가하면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된다는 팁에 따라 감자도 투척.

샘 킴의 말대로 재료를 삶고 자르고 섞는 것밖에는 별다르게 할 게 없는 조리 과정을 거쳐 20여 분 후 참치 샐러드가 완성됐다. 샘 킴이 요리한 브런치는 먹어본 적이 없으므로 ’샘 킴의 맛’을 확인할 방법은 없었지만, 같이 사는 사람의 반응은 "다음번에도 해줘~." 기자가 보기에도 제철을 맞은 신선한 방울토마토와 양파가 듬뿍 들어간 참치 샐러드는 맛으로 보나 비주얼로 보나 초여름 주말의 브런치 메뉴로 꽤 성공적이었다.

기자가 만든 참치 샐러드 (사진 이미회)


사진 : 기준서(스튜디오춘)


취재 : 이미회(북DB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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