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여행 충동의 이유"

[현장] 허영만 <허영만 이토록 맛있는 일본이라면> 출판기념회

by 인터파크 북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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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굉장히 많이 먹으러 다녔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많이 먹으러 다니겠습니다."



6월 2일 저녁, 서울 연희동의 한 이자카야에서 허영만, 이호준 작가의 여행서 <허영만 이토록 맛있는 일본이라면>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기존의 출판기념회와는 사뭇 다른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 이자카야에서 진행된 만큼 맛있는 일본 음식과 이번 신작에 소개된 지역에서 공수해온 다양한 종류의 사케까지 곁들여져 이색적인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번 행사의 사회를 맡은 가디언 출판사 신민식 대표는 “맛있는 음식을 다룬 책을 소개하는 자리인 만큼 고민이 많았다”라며 이번 출판기념회를 기획한 비하인드를 전했다.



<허영만 이토록 맛있는 일본이라면>은 일본 자치체국제화협회인 ‘크레아’의 지원을 받아 진행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년간 일본의 지방 소도시 10곳의 음식과 사람들을 취재한 결과물이다. <식객> 때부터 허영만 작가와 함께 작업해온 이호준 작가가 글과 사진을 담당했고, 허영만 작가는 책 속에 음식과 사람들에 대한 삽화를 담당했다. <허영만 이토록 맛있는 일본이라면> 이전에는 지난 2011년, 일본의 숨겨진 맛과 온천을 소개한 <허영만 맛있게 잘 쉬었습니다>를 출간했다.



20160603160521543.jpg 이호준 작가



행사 시작 후, 신민식 대표의 축사를 시작으로 허영만 작가, 이호준 작가, 책을 담당한 출판사 편집자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허영만 작가는 "앞으로 더 열심히 먹으러 다니겠다"는 인사를, 이호준 작가는 "자신의 게으름으로 책의 출간이 조금 늦어졌다”며 그간 고생했을 관계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담당 편집자는 "책을 만드는 동안 편집자는 그 책에 푹 빠진다. 이번 책을 작업하는 동안 맛있는 음식들을 보느라 많이 괴로웠다”라는 소감을 전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이어 이번 책이 출간되기까지 지원을 한 일본 자치체국제화협회의 야마다 요시노리 소장의 인사가 이어졌다. 한국어로 짧은 감사 인사를 전한 그는 준비한 팸플릿을 배포하며 일본 자치체국제화협회 ’크레아’를 소개했다.



"일본 자치체국제화협회 ’크레아’의 야마다 소장입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한국말 여기까지입니다. (웃음) 오늘 많은 분들이 자리해주신 가운데 이번 출판기념회가 진행된 것에 대해 축하를 드립니다. 저희 ’크레아’는 일본 지방공공단체의 공동조직으로서 총 37개의 사무소를 운영 중입니다. 그중 서울사무소는 1993년에 설립이 되었고 현재 교보빌딩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일본의 매력을 한국 분들에게 알리는 일들을 하고 있습니다. 나눠드린 팸플릿을 한 장 넘겨보시면 아시겠지만 바로 (허영만) 선생님의 프로젝트가 가장 먼저 소개되고 있습니다. 허영만 선생님과 이호준 작가님이 ’크레아’와 협업하여 취재를 하기 시작한 것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그동안 일본은 총 29회 방문하셨습니다. <허영만 이토록 맛있는 일본이라면>은 일본의 소도시 10곳을 방문해서 나온 책입니다. 오늘 저희가 책에 소개된 지역에서 나는 일본 술을 조달하여 준비했습니다.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선생님, 작가님들과 협력해서 일본의 매력을 알리는 것에 힘쓰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출판기념회가 진행된 이자카야의 정호영 셰프도 참석자들에게 간단한 인사를 전했다. 최근 ’냉장고를 부탁해’와 ’쿡가대표’에 출연한 그는 "맛있는 음식을 준비했으니 즐거운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라는 말로 인사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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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3160426372.jpg ’하네야 준마이긴죠 키라비 나마겐슈’


본격적으로 음식이 세팅되자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되었다. 참치, 연어, 전복, 성게알 등이 담긴 신선한 모둠회에 이은 옥돔구이. 허영만 작가는 비늘이 한 올 한 올 살아 있는 옥돔구이의 비주얼과 맛에 연신 감탄했다. 일본에서 공수해온 다양한 사케는 맛을 더했다. 달큼한 맛이 입안에 감돌아 식욕을 돋웠다. 다시 시작된 식사. 통째로 씹어 먹어야 제맛이라는 은어튀김과 닭 날개 살에 잘게 다진 소를 넣어 소스에 버무린 닭 날개 만두. 연어와 각종 재료를 넣고 돌돌 말은 연어 롤은 베어 묾과 동시에 향긋한 향기가 입안에 가득 퍼졌다. 이어 커다란 볼에 담겨 나온 뜨끈한 소바에는 청어살이 통째로 들어 있었다. ’크레아’ 야마다 소장의 말에 의하면 일본 사람들은 ’소바’를 먹으면서 새해를 맞이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청어소바는 그 역사가 굉장히 깊다고 한다. 야마다 소장은 ‘청어’와 ‘장어’의 발음이 헷갈린다며 몇 번이고 되뇌어 웃음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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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음식을 함께 곁들이며 허영만 작가와 이번 책에 관한 짤막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작년 말, <커피 한 잔 할까요>로 인터뷰를 진행한 후 약 6개월 만의 재회다. 지난 2009년부터 꾸준히 일본에 취재를 다녀온 허영만 작가에게 음식을 대하는 일본 사람들의 태도에서 인상 깊었던 점이 있었는지 물었다.



"일본은 갈 때마다 느끼는 건데 일단은 쓰레기가 없어요. 한 번은 회를 배달 시켜 먹었는데 회에 장식용 플라스틱 이파리가 있더라고요. (일행이) 그걸 다시 깨끗하게 씻어서 쟁반과 함께 돌려보내더라고요. 왜 그러냐고 물으니 "이거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그러더라고요. 그런 습관이 있기 때문에 굉장히 다양한 음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배출되는 쓰레기가 적죠. 그런 부분은 본받아야 하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우리는 음식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양념이 있잖아요. 파, 마늘, 고춧가루 등등. 그런데 일본은 재료 본연의 색깔과 맛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더라고요. 대부분이 달아서 조금 아쉽지만. 바로 옆 나라임에도 우리나라와 상당히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느꼈죠."



이번 책을 취재하기 위해서 한국 활동 틈틈이 일본을 찾았다고 했다. 2년의 시간 동안 만났던 사람들과 음식 중에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것이 있는지 물었다.



"미에 현에 바닷가로 높은 축대가 있어요. 그리 넓지 않은 3미터의 축대 길을 한참 돌아가면 그 끝에 조그만 한 오두막이 있는데 그게 바로 일본 해녀의 집 ’아마고야’예요. (57쪽 참조) 그 동네의 해녀들이 전복이며 소라 같은 어패류를 구워줘요. 거기 아주머니들이 굉장히 재밌고 음식의 맛도 좋았어요."



이호준 작가는 이번 책에 실린 ’저자의 글’을 통해 참된 여행을 일컬어 ’자신을 충전하고, 앞으로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 휴식시간을 갖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허영만에게 2년간의 시간이 재충전 혹은 전환점의 계기로 작용했는지 물었다.



"일을 겸해서 하는 여행이니까 혼자서 아무 생각 안 하고 가는 여행보다는 충전의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요. 그런데 일단 일본에 가기로 하고 장소가 정해지면 ’이번에는 어떤 음식을 먹게 되나’, ’어떤 사람들을 만나게 되나’, ’어떤 경치가 나를 기다리나’ 그런 것을 생각하게 됐어요. 일이라고 생각하긴 해도 한국에서 하고 있던 내 일은 제쳐놓고 가는 거잖아요. 그 자체가 휴식이니까 많이 충전이 됐다고 보죠."



그는 덧붙여 “우리나라도 아직 구체적으로 다녀보지 못했는데, 일본을 이렇게 다닌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미안하다”라며 일본 취재가 다 끝난 뒤에는 국내를 찬찬히 돌아볼 생각이라는 계획도 전했다. 마지막으로 ‘맛’에는 일가견이 있는 그에게 음식이 여행의 본질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며칠 전에 ’고마츠’라는 곳에 갔어요. 그전에도 한 번 갔던 곳인데 ’다시 가볼 만한 곳이다’라는 생각을 안 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갔더니 68세가 된 교포 부부가 음식을 내놓는 거예요. 그곳에서 한국 음식점을 운영 중인 부부 인데, 그들이 내놓은 한국 음식이 그 어느 한국 식당에서 맛본 음식들보다 더 맛있는 거야. 하루 세 끼를 그 집에서 먹었는데도 ’여기 가족들이랑 다시 와야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어지간한 경치를 봐도 거기에 다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지 않았는데, 음식을 생각하면 그 충동을 느끼는 거죠. 음식은 여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굉장히 커요. 그 힘이 굉장하지."



저녁 7시에 시작된 출판기념회는 술잔을 기울이고 음식을 권하는 동안 밤늦은 시간까지 무르익어갔다. 가디언 출판사 신민식 대표가 말했던 "격의 없고 편안한 자리"라는 구색에 딱 맞게 작가와 출판 관계자 모두가 한데 어우러졌다. 음식과 이야기가 어우러진 이토록 맛있는 출판기념회는 책에 소개된 그 어떤 음식들보다도 인상적이었다.



사진 : 가디언 출판사 제공


취재 : 임인영(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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