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로 읽는 5분 세계사
영어에서 가장 낭만적인 단어 하나를 꼽으라면 허니문(honeymoon)이 뽑힐 거예요. 성인이 된 남녀가 만남 끝에 결혼식을 치르고 둘만 있는 곳에서 보내는 첫날밤이야말로 당연히 낭만적이지요. 일생에 결혼을 한 번만 한다면 허니문 역시 한 번밖에 없는 날이니까요.
허니문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신혼여행’ 또는 ’우호적인 관계’라고 나와요. 전자는 결혼과 관련해서, 후자는 정치와 관련해서 많이 쓰이지요. 공통점은 허니문을 긍정적인 의미로 본다는 것이지요. 사람들은 갓 결혼한 남녀라 당연히 좋겠거니 생각하겠지만, 어원을 따져 보면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아요.
민속학자들은 신혼여행의 역사가 고대 스칸디나비아 근처에서 널리 행해졌던 약탈혼과 관련이 있다고 말해요. 약탈혼은 글자 그대로 신부 될 사람을 다른 곳에서 빼앗아 오는 것이에요. 이때 남자는 예비신부를 데리고 잠시 몸을 숨겨야 했지요. 왜냐하면 신부 측 가족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으니까요. 그리스 신화 속 테세우스가 어린 헬레네를 납치했을 때 카스토르와 폴리데우케스가 그녀를 찾아 나섰듯이 말이에요.
그래서 신부를 약탈한 사람은 자신을 도와준 사람들 말고는 누구에게도 거처를 알리지 않고 추격자들이 포기할 때까지 숨어 지냈지요. 이것이 민속학자들이 말하는 신혼여행의 기원이에요. 오늘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신혼여행과는 거리가 멀지요?
사람들은 신혼부부를 늘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어요. 오히려 정반대였지요. 허니문에서 허니(honey)는 ’꿀’이라는 뜻이 맞아요. 북유럽에서는 결혼 첫 달에 발효시킨 꿀이나 꿀을 섞은 술을 최음제처럼 마시는 관습이 있었거든요.
문(moon)은 예상과 달리 달빛 아래서 둘만이 보내는 낭만적인 밤을 일컫던 단어가 아니에요. 달도 차면 기울듯이 꿀 같은 신혼 생활도 시간이 지나면 시들해진다는 의미를 함축한 단어지요. 이와 관련해 영국 어휘학자 R. 훌로엣은 1552년 <영어-라틴어 어휘 연구>에 다음과 같이 적었어요.
이 단어는 ’처음에 의가 상하지 않고 서로를 끔찍하게 사랑하지만 이러한 사랑도 결국엔 시들해지고 만다.’는 의미로 갓 결혼한 사람들에게 널리 적용할 수 있다. 대중들은 그것을 허니문이라 부른다.
이후 16~17세기 영국의 산문가나 시인들은 이 해석을 근거로 결혼생활을 달이 차고 기우는 것에 비유하곤 했지요.
신부가 쓰는 베일(veil)에서도 약탈혼의 흔적을 찾을 수 있어요. ’덮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벨라레(velare)에서 파생한 베일은 신부를 가리는 데 사용되었어요. 약탈한 신부를 다른 곳으로 안전하게 데려가려면 큰 자루에 넣거나 커다란 천으로 감싸야 했지요.
많은 시간이 흐르고 천은 얇은 레이스나 망으로 바뀌었지만 용도는 처음과 변함이 없었어요. 후에 이 베일은 여성을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묘한 심리적 의미를 지니게 되었지요. 마치 새로운 신제품을 천으로 덮어 두었다가 사람들의 관심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천을 천천히 벗겨 소개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1분 세계사] 데이트는 날짜를 기록하기 위한 문구에서 시작되었다?
사전에서 데이트(date)를 찾아보면, ’날짜’ ’이성 간의 약속’이라고 나와요. 먼저 밝히자면 데이트는 데이(day)와 뜻이나 발음은 유사하지만 전혀 관련이 없어요. 어원은 ’주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동사 다레(dare)예요.
고대 로마 사람들은 편지에 날짜를 쓸 때 이 동사를 활용했지요.
Dabam Romae Kal. Aprilis. 다밤 로마에 칼 아프릴리스 .
(I gave this letter at Rome April 1. 나는 (이 편지를) 로마력 4월 1일에 주었다.)
얼마 후에는 ’다밤 로마에’ 대신에 ’다타 로마에(data Romae)’라고 적기 시작했어요. 6세기경 ’다타’는 편지 위에 날짜를 나타내는 문구로 쓰이게 되었죠. 이 다타가 프랑스어로 들어가 ’다뜨(date)’가 되었지요. 19세기 후반부터는 ’어느 특정 시간에의 만남’ ’이성과의 약속’까지도 의미하게 되었답니다.
사진 : 글담출판사 제공
* 본 연재는 <단어로 읽는 5분 세계사>(장한업, 글담출판사, 2016)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