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칼럼

런던 도서전 특집: 책의 열기는 식지 않는다

김홍기의 세상의 모든 책들

by 인터파크 북DB

지금 세계의 독자들은 어떤 책을 읽고 있을까? 국내 최대 출판 에이전시 임프리마 코리아의 김홍기 디렉터가 유럽․미주․아시아 지역 출판계 동향을 친절하고 재미있게 읽어 준다. 국가별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부터 우리가 기다리는 글로벌 작가들의 신작 발표 소식까지, ‘세상의 모든 책들’로 생생한 현장에서 전해온 소식에 함께 귀기울여보자.(편집자 주)

제 45회 런던 국제 도서전이 지난 4월 12일부터 사흘 동안 런던 올림피아 전시 센터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독자를 위한 축제 느낌이 강한 미국 북엑스포아메리카(BEA)나 일반 독자·출판 전문가 모두가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프랑크푸르트 도서전과 달리, 런던 도서전은 철저하게 전 세계 출판 전문가와 종사자들을 위한 집약적 교류의 성격이 강하다. 특히 한 해 출판 콘텐츠의 유행과 풍향을 가늠할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전 세계 출판 종사자들에게 중요한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런던 도서전은 내용면에서 강력하게 리드하는 이슈가 없었다는 점 그 자체가 뉴스거리였다. 한국도 지난 3월의 파리 도서전 주빈국의 여세와 소설가 한강의 맨부커상 최종 후보 소식 등을 업고 전자책과 실용 콘텐츠 중심의 다양한 이슈를 가지고 이번 런던 도서전에 참여했다. 하지만 정작 현지의 전체적 분위기는 조용하고 차분한 가운데 인파로 북적거렸다.

아직 공식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런던 도서전 사무국에서는 작년 대비 참가 인원이 약 30% 이상 늘었을 것이라 예상했다. 실제로 펭귄-랜덤하우스나 하퍼 콜린스 등 미국의 대형 출판사들의 부스에는 미팅을 하려는 사람들로 3일 내내 북새통을 이뤘고, 한꺼번에 사람들이 몰리며 줄 서서 계단을 오르내리는 진풍경도 벌어졌다.

20160421155124874.jpg 2016 런던 도서전 포스터 ⓒ 런던 도서전 사무국


실제로 출판전문지 ’퍼블리셔스위클리(PW)’ 등에서는 도서전 기간 동안 영국과 유럽, 아시아와 아프리카 여러 나라들의 출판 시장 신장세에 대해 중점적으로 보도했다. 이 보도 발표에서 세계적인 리서치 회사인 닐슨에 따르면 영국은 2014년 대비, 2015년 한 해 동안 약 5%의 매출 신장세를 보였으며, 남아프리카는 무려 18%, 그리고 경제적으로 경착륙이 우려되는 중국에서도 출판 시장만큼은 13%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리고 이러한 고성장 분위기의 배경에는 전통적인 종이책 소매 시장의 활성화 분위기가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지난 프랑크푸르트 리포트(전통 종이책의 귀환과 시장의 다변화-201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리포트)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2014년 말부터 디지털과 전자책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있으며, 대신에 종이책 콘텐츠 제작과 인프라 확충, 그리고 독자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이번 런던 도서전에는 약 60개 나라, 수백 명이 참가했으며 이들 대부분은 종이책의 저작권과 기획, 제작, 수출과 수입을 이슈로 약 25,000명의 도서전 방문자들과 함께 활발한 교류를 벌였다.

2016042115513320.jpg 올림피아 전시장 런던 도서전 전경 ⓒ Terry Kim


이러한 가운데, 출판 저작권 시장에서는 여전히 여러 작가의 다양한 책이 활발하게 소개되고 계약되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책 중 하나는 아르헨티나 작가 A.G. 로엠메르스의 소설 <어린왕자의 귀환(The Return of The Young Prince)>이었다.

이 책은 이미 지난 2011년에 생텍쥐베리 재단으로부터 공식 후속작으로 인정받은 바 있으며 한국에서도 <어린왕자 두 번째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10대가 된 어린왕자가 관찰자인 ‘나’와 함께 길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대화와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인생과 인간적인 가치에 대한 철학적이고 정서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내용으로, 영미권에선 최초로 영국의 원월드 출판사를 통해 오는 9월 영국에서 출간 예정에 있다.

20160421155152860.jpg "어린 왕자의 귀환" 스페인판 표지


한 편, 독특한 미스터리 소설 시리즈 한 편도 눈길을 끈다. 영국 저작권 에이전시인 장클로우&네스빗 UK(Janklow & Nesbit UK)를 통해 미국 하퍼 콜린스 출판사, 해리 포터로 유명한 영국 블룸스버리 출판사와 각각 계약한, 작가 플럼 사이크스(Plum Sykes)의 ’옥스퍼드 걸스(Oxford Girls)’ 미스터리 시리즈다.

이 작품은 1985년에 옥스퍼드 대학에서 첫 학기를 시작한 주인공 어슐라의 일상으로부터 시작된다. 꿈에 부푼 옥스퍼드의 학창 생활도 잠시, 어슐라는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되고 만다. 아주 멋지고 우아한 여학생과 그녀를 따르는 무리들, 보이지 않는 계급의 벽과 숨겨진 비밀이 쉴 새 없이 펼쳐지는 ‘옥스포드 살인사건’의 단서를 좇는 어슐라의 모험을 매우 치밀하고 흥미진진하게 그린 시리즈다. 첫 책은 내년 5월에 미국과 영국에서 동시 출간될 예정이다.


글 : 칼럼니스트 김홍기


칼럼 더 보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일본 출판 소식] 하류노인과 하류청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