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미주․아시아 지역 출판계 동향을 친절하고 재미있게 읽어 준다. 국가별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부터 우리가 기다리는 글로벌 작가들의 신작 발표 소식까지, ‘세상의 모든 책들’로 생생한 현장에서 전해온 소식에 함께 귀기울여보자.(편집자 주)
일본 최대의 온라인 서점인 아마존닷컴(www.amazon.co.jp)에는 책을 분류하는 카테고리 중 '사회' 분야에 '고령화 사회'라는 하위분류가 존재한다. 그 정도로 일본은 인구 고령화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나라이다. 그리고 이 '고령화 사회' 분야에서 작년 6월에 출간되어 지금까지 약 1년 동안 부동이 1위를 기록 중인 책이 바로 <하류노인: 1억 인구 노후 붕괴의 충격 (下流老人 一億総老後崩壊の衝撃)>(아사히신문출판사)이다. 현재 이 책은 일본 아마존닷컴 종합 순위에서도 1,500위권을 기록할 정도로 스테디셀러로서 독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한국에서도<2020 하류 노인이 온다>라는 제목으로 지난 4월에 번역 출간되어 베스트셀러의 여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류노인>의 저자인 후지타 다카노리(藤田孝典)는 빈곤 퇴치에 앞장 서는 젊은 사회운동가이자 세이가쿠인 대학 복지학과의 객원교수로도 활동 중인 복지 문제 전문가로서, 전작 <한 사람도 죽게 할 수 없다(ひとりも殺させない)>(호리노우치 출판) 등에서 이미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바 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하류노인'은 '생활 보호 대상자의 기준에 해당하는 노인 및 그 우려가 있는 노인'을 의미하는데, 앞으로 약 90%의 일본의 노령 세대들이 하류화될 것이라고 저자는 예상한다. 현재 일본에서는 약 600만 명의 노인들이 혼자 생활하는 독거노인이며, 이들 노인 세대의 연간 총수입은 400만 엔(약 4천만 원; 일본의 물가와 GDP 대비 4천만 원은 상대적으로 현지에서 높은 금액이 아니다)미만으로, 이들을 국가와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지 않고 방치한다면 일본은 지금보다 더욱 심각한 사회적 참사를 맞게 될 것이라고 저자는 강력하게 경고하고 있다.
월수입이 현저하게 적거나, 따로 저축이 없거나, 지병을 앓고 있거나, '히키코모리'같이 사회적 부적응자를 자식으로 둔 노인들은 하류 노인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류노인이 증가하면서 국가의 사회 복지나 공적 부조가 더 이상 부담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오를 경우, 영국처럼 '극빈자 수용소'를 따로 마련해야 할지도 모르는 등의 사회적 대충격을 맞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하류노인의 문제는 현재의 우리나라에서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하는 미래로서, 다카노리는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합의나 노인 사기 피해의 예방, 노인들을 위한 금융 지원과 저축 유도와 같은 대책을 당장 시행하거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나아가야 하는 현실적인 일부터 하나씩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편, 후지타 다카노리가 지난 3월에 일본 고단샤 출판사를 통해 막 출간한 신간 <빈곤세대: 사회의 감옥에 갇힌 젊은이들(貧困世代: 社会の監獄に閉じ込められた若者たち)> 또한 현재 일본 아마존닷컴 1,200위권을 기록하면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하는 것처럼 '빈곤세대'는 심각한 청년실업과 희망 없이 살아가는 청춘들을 표현하는 저자 다카노리의 일본식 정의이다. 일본의 경우에도 젊은이들은, 불행하게도, 노약자나 사회적 도움을 필요로 하는 다른 세대와 계층보다 상대적으로 지원이 절실한 존재로 인식되지 않았고 사회 복지 대상으로 취급되지 않았다. 이들 일본의 젊은 '빈곤세대'는 현재 약 3,600만 명에 달하며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 '청년들은 마음만 먹으면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 '청춘은 건강하다', '젊을수록 도와줄 가족이 있다'와 같은 그릇된 사회적 선입견 때문에 이들은 오히려 오도 가도 못하는, 세대와 세대 사이의 감옥에 갇힌 존재라고 저자는 진단한다.
하지만 이러한 어른들의 담론은 틀린 것이다. 다카노리는 이 책 '빈곤세대'에서 13엔으로 노숙 중인 영양실조 상태의 20대 남성, 생활 보호 대상자가 되어버린 30대 여성 등 젊은 '빈곤세대'들의 열악하고 심각한 상황을 특유의 르포타주 방식으로 분석하면서 어떻게 일본 사회가 이들 젊은이들을 이용만 하고 빈곤에 지치게 만들었는지를 비판한다. 더불어서 이러한 '빈곤세대'들이 결국 종국에는 '하류노인'으로 이어질 것이며 지금부터 사회 구조를 혁신적으로 바꾸지 못하면 일본의 미래는 상상 이상으로 심각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현재의 젊은이들은 로스트 제너레이션(일본의 장기불황으로 경제성장을 경함하지 못한 세대)과 같은 일시적인 취업난과 어려움에 처한 것이 아니다. 고용 환경의 격변(만성적 청년 실업 등)으로, 평생의 가난이 숙명처럼 이어지고 있다. 청년층에 대한 확실한 정책 및 지원 환경의 혁신이 없는 한 이들은 도저히 '워킹푸어'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서 나는 현대의 젊은이들이 만성적 어려움을 겪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계속될 생활의 다양한 어려움과 빈곤을 짊어지고 있는 세대라고 지적하고 싶다. 그들 자력으로는 도저히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일본 사회에서 강요 된 '빈곤'을 겪고 있다. 일본 역사상 유례없는 특이한 세대이다. 그러므로 나는 그들을 ‘빈곤세대’로 총칭하기로 했다."
후지타 다카노리 <빈곤세대> 서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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