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계의 독자들은 어떤 책을 읽고 있을까? 국내 최대 출판 에이전시 임프리마 코리아의 김홍기 디렉터가 유럽․미주․아시아 지역 출판계 동향을 친절하고 재미있게 읽어 준다. 국가별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부터 우리가 기다리는 글로벌 작가들의 신작 발표 소식까지, ‘세상의 모든 책들’로 생생한 현장에서 전해온 소식에 함께 귀기울여보자.(편집자 주)
지난 4월 5일에 미국 하퍼 출판사를 통해 막 출간되어 4주째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를 달리고 있는 <무지개의 왕래(THE RAINBOW COMES AND GOES)>가 미국 독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고 있다. 미국 최고의 비평지인 '스테어드 북리스트'와 '커커스 리뷰' 등에서 일제히 보기 드문 찬사를 얻고 있는 <무지개의 왕래>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미국 CNN 방송의 명 앵커인 앤더슨 쿠퍼(Anderson Cooper)와 그의 어머니 글로리아 밴더빌트(Gloria Vanderbilt)가 공동 집필한 에세이로 가족의 의미에 대한 솔직한 내용을 담고 있다.
<무지개의 왕래> 미국판 표지
앤더슨 쿠퍼는 예일대학교를 졸업하고 ABC 뉴스 특파원을 거쳐 CNN 뉴스의 앵커이자 현존하는 최고 영향력 있는 언론인이다. 그의 어머니 글로리아 밴더빌트는 한 때 록펠러 가와 어깨를 나란히 했고 미국의 철도와 해운을 지배했던 코넬리어스 밴더빌트의 5대손으로 여전히 막강한 사교계의 여왕이자 대부호이다. 따라서 밴더빌트 가는 앤더슨 쿠퍼의 외가인 셈이다.
앤더슨의 아버지는 와병 중에 결국 돌아가셨고, 1988년에는 그의 형 카터가 어머니의 뉴욕 펜트하우스 14층 베란다에서 투신자살한 일도 있었다. 또한, 세간에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앤더슨 쿠퍼는 지난 2012년에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고백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었다. 돈과 명예, 권력을 모두 손에 넣었지만, 앤더슨 쿠퍼도 어머니 글로리아 밴더빌트도 그리 유쾌하지 많은 않은 인생을 살아내고 있었고, 어머니와 아들 단둘 뿐인 가족이지만 서로 왕래도 없었고 갈등만 안고 지낼 뿐이었다.
<무지개의 왕래>는 이렇듯 사랑, 죽음, 슬픔, 불통, 상실 등의 극적이고 다양한 사건들을 겪어야 했던 한 가족의 솔직한 고백과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책이다. 책은 아들 앤더슨과 어머니 글로리아의 대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면면의 내용을 보면 '가족'이라는 관념에 독자들은 매우 절절히 공감할 수밖에 없다. 앤더슨은 자기가 동성애자인 것을 끝까지 숨겼다고 여겼지만, 어머니는 이미 그가 10대 후반이었을 때부터 벌써 알고 있었다고 밝힌다. 단지 아들이 상처받고 엇나갈까 두려워 대범하게 지켜봤을 뿐이었다고 고백한다. 또 한 예로, 그때 있었던 기억을 꺼내어 이러이러한 아픔이었다고 앤더슨이 말하면, 어머니는 전혀 다른 각도로 그 사건을 바라보고 있었고, 결국 그것은 오해와 해프닝일 뿐이었던 걸로 밝혀진다.
가족구성원들 간에 서로 말하길 꺼리고 숨기고 싶었던 사소한 비밀들, 그리고 서로 다르게 인식하는 사건들에 대해 이 책을 통해서 이 단둘 뿐인 가족, 앤더슨과 글로리아 모자는 소통의 첫발을 내딛는다.
Photo: ASU Center for the Study of Race & Democracy
<무지개의 왕래>는 가족, 삶, 죽음, 용서, 명예 그리고 인내에 대한 어머니와 아들 사이의 사색과 성찰, 소통에 대한 가장 솔직한 기록이다. 독자들에게도 자신의 가족사와 현재의 가족 간 관계와 그 모습을 공감하고 반성하도록 자극을 주는 책이다. 불후의 베스트셀러였던 미치 앨봄의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을 떠올리게 할 만큼 삶과 사랑에 대한 깊은 성찰을 드러내고 있는 이 책은, 결국 부모와 자식 간의 보편적인 깊은 유대감에 대한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나이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에게 공유되어야 할 귀중한 삶의 철학과 지식, 통찰력의 결정체를 저자들은 지혜롭게 들려준다.
아들 앤더슨의 개인적인 성공과 비극, 좌절과 어머니 글로리아가 이런 아들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고 응원하고 슬퍼하는 과정에서 이 두 모자는 가장 사적인 진실들을 이해하게 깨닫게 된다. <무지개의 왕래>는 앤더슨 쿠퍼 특유의 저널리즘적 내러티브와 어머니 글로리아 밴더빌트의 확고한 이상주의와 자신감이 때로는 대립하기도 하고, 때로는 조화를 이루기도 하면서 독자들의 감정을 잠시도 쉬지 못하게 만드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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