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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칼럼

식물을 통해 세상을 보는 '실험실의 여자'

by 인터파크 북DB

지금 세계의 독자들은 어떤 책을 읽고 있을까? 국내 최대 출판 에이전시 임프리마 코리아의 김홍기 디렉터가 유럽․미주․아시아 지역 출판계 동향을 친절하고 재미있게 읽어 준다. 국가별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부터 우리가 기다리는 글로벌 작가들의 신작 발표 소식까지, ‘세상의 모든 책들’로 생생한 현장에서 전해온 소식에 함께 귀기울여보자.(편집자 주)



지난 2014년부터 출판 기획안으로 처음 공개되어 그때부터 이미 여러 칼럼과 매체들을 통해 주목을 받았던 <실험실의 여자(Lab Girl)>가 지난 4월 5일 미국 펭귄-랜덤하우스 그룹 계열의 크노프(Knopf)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었다. 2014년 당시에 이 프로젝트는 미국에서만 10개의 출판사가 서로 출판하려고 치열한 경합을 벌였으며, 영국 리틀브라운 출판사를 비롯한 중국, 독일, 대만, 터키, 한국 등에 계약되었다.



과학 논픽션 책인 <실험실의 여자 (Lab Girl)>는 출간과 동시에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대부분 매체의 베스트셀러 10위 안으로 진입하면서 현재까지도 그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6월 1주 현재 아마존닷컴 종합순위에서도 300위를 유지하며 여러 출판 비평가들 사이에서도 큰 찬사를 얻고 있다.



20160602100624484.jpg ’실험실의 여자’ 미국판 표지


<실험실의 여자>는 어느 여성 과학자의 세상을 향한 대화로, 우리가 식물을 바라보는 관점을 새롭게 바꿨을 때 이 세상과 자연에 대한 전혀 다른 신선함을 음미할 수 있다는 시각을 담고 있다. 과학자이자 작가인 호프 재런의 첫 작품이 식물의 삶에 대해 알 수 있는 논문이었다면, 이 책은 그 논문에 그녀 자신의 이야기를 덧입혀 독자들에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적이다.



<실험실의 여자>는 한 여성의 단순한 일과 사랑 이야기를 넘어, 산, 꽃, 식물들과 한 인간의 조화로운 교집합을 담고 있다. 재런 박사는 연구하며 발견한 놀라운 일화들과 지금의 자신을 형성한 어린 시절이라는 원천, 어떻게 자신이 과학이라는 분야에 열정을 가질 수 있었는지를 담담히 이야기한다. 실험실에서는 무조건 몸과 마음을 다해야 한다고 배운 재런 박사는 "동료와 실험하는 일 자체가 하나의 모험이자 일상"이라고 이야기하면서, 미국을 건너 태평양, 그리고 북극의 오로라, 하와이의 야자수까지 아우르는 여행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밝힌다.



20160602100634226.jpg ’실험실의 여자’ 영국판 표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재런 박사의 식물에 대한 신선한 시각과 자연에 대한 통찰력을 느낄 수 있는데, 하나의 씨앗이 열매를 맺고, 나무가 되기 위해 수많은 기다림을 인내하듯, 우리의 인생 또한 성장과 변화를 위해서는 기다림의 미덕이 필요함을 과학적으로 설명한다. 나아가 이 땅에 존재하는 잎, 풀, 꽃잎을 비롯해 우리 인생을 관통하는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궁극적 질문에 관한 선명한 직관을 보여주기도 한다.



<실험실의 여자>는 지구 생물학을 연구하는 한 여성 과학자가 연구를 진행하면서 느낀 대지와 식물, 자연의 경이로움을 통찰력 있게 다룬 과학 에세이로서, 이런 현상의 관조를 통해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맞닥뜨리는 철학적이고 심미적인 느낌과 그의 즐거움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있다.



호프 재런은 지구화학과 지구생물학 분야의 권위 있는 학자로서 버클리 대학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후 조지아 기술 협력 재단 연구원과 존스홉킨스 대학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하와이 마노아 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한, 여성으로서 유일하게 풀브라이트 어워드를 수상했으며, 어스 사이언시즈 젊은 탐구자 메달을 받은 바 있다. 재런 박사는 현재 동위 원소 지구 생물학에 관련한 연구를 활발히 펼치고 있고, 타임지가 선정한 100명의 영향력 있는 인물에 선정된 바 있다.


글 : 칼럼니스트 김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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