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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Jun 22. 2016

필모그래피 속 숨은 소설 찾기

박찬욱·봉준호·변영주···한국 감독을 매료시킨 원작 소설과 만화들 

[기사 수정 : 6월 27일 오후 5시]


"소설이 너무 매력적이라 영화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세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를 '아가씨'(6월 1일 개봉)로 영화화한 박찬욱 감독은 그 이유를 위와 같이 밝혔다. '소설이 얼마나 매력적이었길래!'라고 할 정도로 호기심을 자아낸다. 박 감독의 신작 흥행은 자연스레 그 원작소설인 <핑거스미스>를 호출한 도화선이 되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소설을 읽고, 혹은 소설을 먼저 읽은 독자들이 영화를 본다. 그리고 인터넷 게시판에는 영화와 원작소설이 어디까지 같고 어디부터 다른지 비교하는 게시물들이 올라온다. 창작물과 재창작물을 즐기는 또 하나의 방법이다. 


이렇듯 '이야기'라는 공통분모를 공유하는 영화와 소설(혹은 만화)은 간혹 상대의 영역으로 건너가기도 하고, 상대의 건너옴을 환영하기도 하면서 공존했다. 단순히 원작 내용을 영상에 그대로 옮겨오는 게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에 새로운 해석을 가미해 재창작의 묘미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가씨’를 비롯해 소설이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 제작이 이전보다 흔해진 것을 볼 수 있다. 박찬욱, 봉준호, 변영주 등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들이 매료되어 영화로까지 만들어진 원작들을 함께 살펴보자.  



[박찬욱] 같은 이야기, 다른 공간 


박찬욱 감독의 이름을 관객들에게 깊게 각인시킨 영화 '올드보이'부터가 동명의 만화를 원작으로 만들어졌다. 원작은 일본 만화가 쓰치야 가론의 작품으로, 한 남자가 15년간 이유도 모르고 골방에 갇혀 있다가 그곳을 나와 복수극을 펼친다는 기본 골격은 공유한다. 박찬욱의 또 다른 영화 '박쥐' 또한 19세기 프랑스 소설가 에밀 졸라의 <테레즈 라캥>을 원작으로 삼은 영화다. 영화에는 뱀파이어라는 설정이 가미되긴 했으나 다른 가정의 여성에게 매혹돼 불륜을 벌인 후 불안을 겪는다는 설정은 공유한다. 


최근 개봉한 '아가씨'는 영국의 추리소설 작가 세라 워터스의 작품 <핑거스미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배경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서 한국 일제강점기로 옮겨왔지만 계급이 서로 다른 여성 간의 사랑이라는 공통분모를 공유한다. 박 감독은 도널드 웨스트레이크의 소설 <액스>를 원작으로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봉준호] 원작의 묘미를 그대로 살리다 


아마도 영화 '설국열차' 이야기가 먼저 나와야 할 것 같다. 개봉 당시 영화가 프랑스의 만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사실이 화제가 됐다. 일부 캐릭터와 스토리라인은 바뀌었지만 '세계 멸망 이후'라는 디스토피아적 설정과 기차 칸이라는 공간, 철저한 계급사회는 두 작품이 공유하는 부분이다. 한편 봉 감독의 출세작인 '살인의 추억' 또한 '경기남부연쇄살인사건'을 다룬 연극 '날 보러 와요'를 원작으로 한다. 영화에서도 빛난 특유의 유머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구성은 연극에서 빌려온 것임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변영주] 여성 소설가들의 작품을 영화로 


변영주 감독은 '독서량의 대부분이 소설'이라고 말할 만큼 소설광임을 자처하는 영화감독이다. 그녀는 주로 여성 소설가들의 작품을 영화화 했다. 다큐멘터리 '낮은 목소리' 이후 처음 제작한 멜로영화 '밀애'는 전경린의 <내 생애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을 영화화 한 것이다. 소설 속의 섬세한 감성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전해진다. 


한편 변 감독은 이후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화차>를 동명의 영화로 제작하기도 했다. 배경은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뀌었지만 빚이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망가뜨리는 사회 현상과 소설 전반에 깃든 긴장감이 영화에도 그대로 서려 있다. 현재 변영주 감독은 미야베 미유키의 또 다른 작품 <이유>를 영화화 할 예정이라고. 


이밖에 이한 감독은 김려령 작가의 소설 두 편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을 영화화 하기도 했고, 강우석 감독은 윤태호의 만화 <이끼>를, 정지우 감독은 박범신의 소설 <은교>를 각각 영화화 했다. 이윤기 감독도 우애령 작가의 <정혜>를 ‘여자 정혜’로 영화화 한 바 있고, 송해성 감독은 공지영 작가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천명관 작가의 <고령화 가족>을 동명의 영화로 제작해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취재 : 주혜진(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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