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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칼럼

과도한 경쟁, 꼭 필요한 걸까요?

원빈 스님의 청춘 고민 상담소

by 인터파크 북DB

학교를 졸업하고 취직한지 7년째 되었습니다. 전공을 살린 직업이라서 그런지 적성에 잘 맞아서 재미있게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간 중간에 회사에서 사람들끼리의 과도한 경쟁으로 나쁜 행동을 하는 경우들을 목격하게 됩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저렇게까지 하면서 직장생활을 해야 되는 건가’’ ’나도 저렇게 해야 되나?’ ’나도 ’기 있으면 물드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듭니다.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당하지 않은 방법도 써야 되는 건가요? 저는 어쩌면 좋을까요?”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 불자들에게 항상 조언해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직장생활과 종교생활을 명확히 구분하라.’



종교생활을 할 때는 성인의 가르침과 모습을 닮기 위해서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서 손해도 볼 줄 알아야 하고, 선한지 않은 행위는 결코 하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직장에서의 모습은 마냥 착하기만 해서는 물어뜯깁니다. 직장은 자본주의 시대의 전쟁터이기 때문입니다.



전쟁터에 나가는 사람이 도덕적인 관념에 사로잡혀 있으면 죽음을 면치 못합니다. 상대를 쏠 수 없으니 그냥 죽어야 되는 것이죠. 전쟁터에 끌려 나간 사람에게 주어진 눈앞의 목적은 생존입니다. 이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살아남지 못하면 삶의 다음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벌지 못하면 생존이 어렵습니다. 돈을 벌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생존하고 있다는 것은 주변의 누군가의 생존을 뺏어 먹고 있는 것이겠죠. 한 사람의 성인으로써 자신의 입벌이는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있을 때 한 사람의 사회인으로써의 생명이 유지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미성년자일 뿐이죠.



직장을 우습게 보면 안 됩니다. 그곳은 전쟁터입니다. 전쟁터의 장수처럼 날고 기는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수많은 적들을 물리치고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도 있겠죠. 하지만 평범한 범부들에게는 살아남는 것이 최우선 과제입니다.



직장에서 선배들이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들은 종교적인 관점에서 부도덕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들은 나름의 방법으로 최선을 다해서 생존의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일 테니까요. 채근담에 있는 한 구절을 소개하겠습니다.



"권세와 이익과 사치와 화려함은 이것을 가까이 하지 않는 사람을 깨끗하다고 하지만 이를 가까이 하면서도 물들지 않는 사람을 더욱 깨끗하다고 한다. 잔재주와 권모와 술수와 교묘함은 이것을 모르는 사람을 높다고 하지만 알면서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더욱 높다고 하느니라."



범부들의 경우 부도덕한 것들은 피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하지만 그 부도덕에 물들지 않을 수 있는 중심이 잡힌 이들은 굳이 부도덕을 피할 필요가 없습니다. 전쟁터에서 진정한 고수는 최대한 살생을 자제하고도 살아남을 수 있죠.



선배들의 부도덕이 마음에 들지 않고, 그것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은 법우님이 그 부도덕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부도덕의 바람에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자신감이 없는 것이죠. 전쟁터에서의 부도덕을 비난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것도 역시 부도덕한 일입니다. 전쟁터에서 상대방이 살아남는 기술을 비난한다면? 죽으라는 이야기니까요!



그러니 그들의 방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곳에 쏠린 관심과 열정을 스스로의 실력을 키우는데 활용하세요.



충분한 실력을 쌓으면



직장에서의 실력이란 결국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전문기술, 둘째는 인간관계입니다. 소모적인 번뇌에 열정 쏟기보다는 직장에서 필요한 사람이 되기 위해 전문기술, 인간관계에 힘을 써보는 게 어떨까요?



여기에 더해 전쟁 같은 삶을 치열하게 살아내면서 생기는 스트레스를 풀어낼 수 있는 건전한 수단을 가져보세요. 운동, 자기계발, 독서 등 무엇이든 좋습니다. 평생을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풀어낼 수 있는 창구를 가지고 있으면 큰 도움이 됩니다. 전 탁구를 열심히 즐기는데 도움이 많이 됩니다.



피할 수 없는 전쟁터에 법우님은 이미 들어왔습니다. 피할 수 없다는 게 중요한 포인트입니다. 그렇다면 그곳에서 실력을 키워 부도덕에 물들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노력해보시는 것을 권합니다. 힘내세요~


부도덕에 물들지 않고도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글 : 칼럼니스트 원빈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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