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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Jul 14. 2016

죽음의 순간, 위대한 작가들은 무엇이 달랐을까

김홍기의 세상의 모든 책들

                       

* 지금 세계의 독자들은 어떤 책을 읽고 있을까? 국내 최대 출판 에이전시 임프리마 코리아의 김홍기 디렉터가 유럽·미주·아시아 지역 출판계 동향을 친절하고 재미있게 읽어준다. – 편집자 말


<보랏빛 시간>(VIOLET HOUR) 미국판 표지


지난 3월 미국 랜덤하우스 출판사에서 출간된 <보랏빛 시간>(THE VIOLET HOUR)은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여러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작가 케이티 로와프(Katie Roiphe) 지적인 에세이, <보랏빛 시간>은 독자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책이다.


프린스턴대학교 문학박사이자 뉴욕대학교 미디어연구소 펠로우인 케이티 로와프는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의 인기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그녀는 <보랏빛 시간>에서 수전 손택, 지그문트 프로이드, 존 업다이크, 딜런 토마스, 모리스 센닥, 제임스 샐터 등의 위대한 사상가와 문학가들의 '최후의 순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저자는 직접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다시 찾은' 생을 살며 돌아본 죽음의 의미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마치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살아간다. 우리는 죽음을 의식하지 않고 일상을 보내며, 죽음에 대해 인식하는 순간에도 이에 대해 말하기를 꺼린다. 하지만 저자는 가까스로 죽음을 모면한 뒤로 죽음에 대한 공포에 사람들이 어떻게 대처해 나가는지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비로소 독자들에게 죽음을 정면으로 바라볼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어떻게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되며, 또 어떻게 자신 역시 소멸하게 되는가? 저자 특유의 세련된 필체로, 우리를 둘러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호소력 있게 전달한다. 


<보랏빛 시간>에 그려진 여섯 지성인들의 이야기는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느냐'의 문제를 넘어서서 '살아 있는 동안 무엇을 선택하고 추구할 것인가'에 대한 통찰을 던진다. 불멸이 불가능한 인생을 어떻게 채워나갈 것인가? 용기와 비겁함, 추함과 아름다움, 냉소적 금욕과 문란함, 자기애와 자기파괴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삶을 채우며 죽음에 다다르는 이들 지성인들의 모습을 케이티 로와프는 가슴 아프면서도 아름답게 서술한다.


생각과 창조성의 극한까지 가봤던 이런 지성인들에게 과연 본인의 죽음은 어떤 의미였을까? 이들에게 소멸은 어떤 의미였으며, 불멸이 불가능한 인생을 어떻게 채워나갔을까?

                         

<보랏빛 시간>(VIOLET HOUR) 영국판 표지


<보랏빛 시간>은 '불가피한 최후' 혹은 '필연적 외로움'에 귀결되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인간과 삶에 대한 애정을 잃지 않고 있는 작가 케이티 로와프의 노련미가 돋보이는 책이다. 글쓰기를 불멸의 수단으로 삼으려 했던 작가들의 고매한 창조정신과 함께, 병원 입원 중 침대에서 뒹굴면서 어떤 간식을 먹고 반려견과 무엇을 하고 놀 것인지를 고민하는 일상적인 자신의 이야기를 함께 소개함으로써, 책이 지나치게 감정적이거나 무거워지지 않도록 완급 조절을 하고 있다. 독자는 이 책에서 '죽음'에 대한 추상적 감상에 그치지 않고, 죽음이 일상 속에 자리 잡는 법칙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죽음에 대한 관조와 그 '거리두기'에 관한 책들이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계속 인기를 몰고 있는데, <보랏빛 시간>은 좀 더 특별하게도, 우리가 인정하는 지성인들이 평소에 바라보고 생각한 '죽음'은 어땠으며, 그들은 최후를 어떻게 맞이했는지를 좀 더 의미 깊고 세련되게 탐구한다.


특히 고대 철학자 플라톤의 '불멸'의 개념을 현대적 의미로서 새롭게 해석하여, 실제로 인생을 가장 현실적으로 살았으며, 현실적 작품과 사상을 펼쳐냈던 다양한 지성인들의 유한한 삶과 그들이 남긴 '불멸'의 유산들을 매우 의미 깊게 분석한다. 


글 : 칼럼니스트 김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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