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로 읽는 5분 세계사 [파스타]
파스타(pasta)의 어원은 그리스어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그리스어로 파스타는 ‘보리죽’을 의미했어요. 이 단어는 라틴어로 들어가 ‘밀가루 반죽’이라는 의미로 쓰였고, 똑같은 형태와 의미로 이탈리아어에 유입되었지요.
파스타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긴 파스타는 스파게티(spaghetti)이고, 짧은 파스타는 마카로니(macaroni)랍니다.
여기서 스파게티는 ‘끈’ ‘실’을 뜻하는 이탈리아어 스파고(spago)의 작은말 스파게토(spaghetto)의 복수형이니,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작은 끈들’ 정도가 될 것 같네요. 마카로니는 16세기 말경 이탈리아 남부 지방 방언 마카로니(macaroni)에서 나온 말이에요.
이들은 본래 이탈리아 남부 지방 음식이었어요. 주로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먹었지요. 지금은 많은 이탈리아 사람들이 스파게티나 마카로니를 즐겨 먹어요.
파스타의 본고장은 어디일까요? 얼핏 보면 이탈리아 같지만 사실은 중국이랍니다. 중국인은 오래 전부터 국수를 ‘다이어트’ 음식으로 먹어왔어요. 중국 신장 ‘투루판’에 있는 한 무덤에서 만두의 잔여물로 보이는 것이 출토되었죠. 이 잔여물이 800년 무렵의 것으로 추정된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지요?
누가 파스타를 중국에서 이탈리아로 가져온 것일까요? 많은 사람들은 그 주인공을 <동방견문록>의 저자로 널리 알려진 이탈리아의 여행가 마르코 폴로로 지목합니다. 마르코 폴로가 17년간 중국에 머무르며 중국 국수를 먹어 보았고, 1295년 베네치아에 돌아간 뒤 그것을 이탈리아 사람들에게 전해 주었다고 말이지요.
오늘날 학자들 중에는 이러한 설명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아요. 마르코 폴로가 중국에 갔다는 유일한 증인은 그 자신뿐이라고요. 그렇게 단언하는 이유는 마르코 폴로가 몽골의 쿠빌라이 칸을 만난 일도 없고, 황제의 칙사로 지낸 일도 없을 뿐만 아니라, 북경은커녕 그가 직접 가 보았다고 주장하는 다른 도시들도 실제로 가 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마르코 폴로가 <동방견문록>을 다른 책에서 베끼거나 아니면 상상으로 꾸며냈다는 것이지요.
이런 주장을 하는 학자들이 제시하는 근거는 첫째, 10년 이상 중국을 여행했다면 당연히 보았을 것들, 예를 들어 만리장성과 같은 것들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 둘째, 중국 문헌에는 마르코 폴로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 셋째, 마르코 폴로의 여행 경로를 뒤쫓는데 상당한 무리가 있다는 점. 넷째, 낯선 도시나 나라의 풍습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 다섯째, 여행에서 본 경치와 도시에 대해 객관적으로 서술해 놓은 것과 달리 마르코 폴로 자신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랍니다.
여러분은 이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 분야에 조예가 깊은 역사학자가 아닌 이상 뭐라고 말하기가 어렵겠지만 앞에서 언급한 다섯 가지 근거가 모두 사실이라면 마르코 폴로의 설명과 주장은 더 이상 믿기 어려울 것 같아요. 그렇게 되면 그의 <동방견문록>은 <동방상상록>이 될 것 같네요.
[1분 세계사] 다이어트는 원래 건강한 식단을 의미하는 말?
다이어트(diet)는 원래 ‘체중 감소나 건강 증진을 위한 식이 요법’이에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살 빼는 데 도움이 되는’이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어요. 이 둘 사이에는 좀 거리가 있지요.
이 단어의 어원은 그리스어 디아이타(diaita)예요. 당시의 의미는 ‘의사가 처방한 대로의 생활 방식’이었어요. 지금보다는 더 넓은 의미로 사용한 거죠. 이 그리스어가 라틴어에서는 디아에타(diaeta)로, 고대 프랑스어에서는 디에떼(diete)로, 13세기 영어에서는 지금처럼 다이어트가 된 것이에요. 이때는 ‘평소에 먹는 음식과 음료’라는 의미였어요. 14세기부터 ‘제한’이라는 의미가 서서히 더해졌지요. 그래도 과식하지 않는다는 정도의 의미였지, 지금처럼 체중을 줄이기 위해 음식을 먹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었답니다.
한국 사람들은 마른 몸을 선호해 음식을 지나치게 가리는 경향이 있어요. 이것은 다이어트의 본래 의미와 많이 다르다는 사실을 꼭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가장 건강한 다이어트는 음식을 ‘골고루’ 먹는 거랍니다.
* 본 연재는 <단어로 읽는 5분 세계사>(장한업, 글담출판사, 2016)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사진 : 글담출판사 제공
글 : 칼럼니스트 장한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