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물론 샬로테는 거절한다.
그녀는 떠나고 싶지 않다, 아니, 떠날 수가 없다.
하지만 그들은 윽박지른다, 더 꾸물댈 시간이 없어!
안 돼요, 아빠를 버리고 싶지 않아, 샬로테가 되풀이한다.
가짜 여권이 마련되면 널 뒤따라갈게, 그렇게 달랜다.
안 돼, 떠나기 싫어, 떠나고 싶지 않아요.
파울라와 알베어트는 이해할 수 없다.
단지 알프렛만이 진실을 알고 있다.
그가 보기에 샬로테의 태도는 어이없고 지나치다.
죽음을 무릅쓸 만큼 가치 있는 사랑은 없어, 그렇게 생각한다.
여기서 우릴 기다리는 건 죽음뿐인데.
샬로테는 도통 들으려고 하지 않는다.
자기 뜻대로 할 뿐, 그러니까 마음이 가는 대로.
끊임없이 ‘당신을 떠날 수 없어요’를 반복하면서.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죠, 참혹한 고통일 거예요.
그는 샬로테의 두 손을 잡는다.
물론 그는 샬로테를 이해할 수 있다.
격정적이고 뜨거운 그녀의 기질을 사랑한다.
두려움보다 더 강한 사랑의 아름다움.
그러나 지금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샬로테를 윽박지를 수밖에 도리가 없다.
지금 떠나지 않는다면, 널 영원히 보지 않을 거야!
샬로테는 알프렛을 너무나 잘 꿰뚫고 있다.
이건 절대 허튼 소리가 아니야.
내가 떠나지 않으면, 그이는 내 삶에서 사라질 거야.
이게 그녀가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유일한 협박이다.
약속할게, 남프랑스에서 당신을 꼭 만날 거야.
하지만 어떻게 하려고요
나도 더러 연줄이 있어, 그녀를 안심시키는 알프렛.
이 사람을 어떻게 믿는담
더 이상 그럴 수가 없다.
난 내 삶을 버리고 싶지 않아.
난 여기서 태어났어.
왜 나는 아직도 고통을 감내해야 하지?
떠나느니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어.
그녀는 진지하게 죽음을 생각해본다.
아버지가 샬로테를 보고 싶어 한다.
딸의 손을 부드럽게 잡는다.
그리곤 되풀이한다, 얘야, 부탁한다, 넌 떠나야 해.
그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아버지의 우는 모습을 생전 처음 보는 샬로테.
온 세상이 그의 얼굴 위로 흔들린다.
그녀는 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준다.
순간 알베어트는 프란치스카를 떠올린다.
이 장면에서 두 사람의 첫 만남이 되살아난 것이다.
전선에서 멀지 않은 곳, 그가 수술에 여념이 없을 때.
프란치스카가 손수건을 꺼내 코를 닦아주었지.
그 두 장면이 그의 내면에서 공명共鳴한다.
어머니와 딸이 같은 제스처로 하나가 된다.
그리고 깨닫는다, 더 이상의 동요는 없을 터.
이 제스처를 통해 샬로테는 떠나야 함을 받아들인다.
by 다비드 포앙키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