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결산⑦] 2015년 국내 문학상 수상작
일 년 동안 수많은 문학상들이 당선작가와 당선작들을 발표하곤 한다. 이상문학상 작품집의 경우, 출간되었다 하면 베스트셀러로 장기 집권하며 당선작가와 작품을 널리 알리곤 했다. 한 해 동안 발표된 수많은 문학작품들을 모두 찾아 읽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문학상 수상작품집들이 독자들에게 꼭 읽어야 할 작품들을 알려 주는 좋은 매개체 역할을 해 왔다. 유명 작가의 이름을 따 오거나 역사가 오래된 문학상들의 경우, 수상작품집 표지에 저자의 이름이 실리는 것만으로도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리기도 했다.
올해 역시 수많은 문학상들이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늘 대형 작가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던 문학상 수상작 명단에 신진 작가들의 이름이 대거 등장하며 세대교체의 징후를 보였다. 문학동네 작가상을 비롯하여 3개의 문학상을 휩쓴 장강명의 발견과 함께, 주요 문학상을 휩쓴 여성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한 해였다. 올해의 문학상 수상작들, 북DB가 한자리에 모았다.
* 소설 부문
하나도 받기 어려운 문학상을 한 해 동안 3개를 받은 작가가 있다.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문학동네 작가상, <열광금지, 에바로드>로 수림문학상, <댓글부대>로 제주4*3평화문학상을 받으며 순식간에 문단의 중심으로 자리 잡은 작가 장강명은 2011년 데뷔 이후 가장 화려한 한 해를 보냈다.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과 간결한 문장, 선명한 캐릭터 구축과 촘촘한 구성으로 독자적인 위치를 구축한 장강명의 차기작은 또 어떤 느낌일지 기대가 된다.
아직도 문학상이라고 하면 이상문학상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올해의 이상문학상은 묵직한 주제의식과 탁월한 묘사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작가 김숨의 <뿌리 이야기>가 선정되었다. 현대인의 불안과 방황이라는 묵직한 소재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 역사적 성찰과 무게까지 더한 중후한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39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현대문학상은 자신만의 개성과 소설미학으로 인정받은 편혜영의 <소년이로>가 선정되었다. 한 집안이 몰락해가는 과정을 두 사춘기 소년의 눈을 빌어 비극적이고 암울하게 묘사한 이 작품은 작가 특유의 스산하고 낯선 느낌을 극대화하여 표현하고 있다. 인간 내면의 고통과 고독, 삶에 대한 의지를 시적 문체로 녹여온 작가 한강의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이 15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이 작품은 잡지사 내 노동쟁의를 소재로 다루고 있으며, 작가의 체험을 바탕으로 비현실적인 찰나의 시간에서의 구원을 그리고 있다. 일곱 살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1970년대의 간첩 조작 사건을 소재로 한 권여선의 <토우의 집>은 18회 동리문학상을 수상하며 진중한 작품세계를 인정받았다. 한 가족에게 가해진 국가 폭력을 세밀하게 다루고 있으며,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을 내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올해는 김숨, 편혜영, 한강, 권여선 등 독특한 개성과 깊이 있는 작품 세계를 지닌 여성 작가들이 문학상을 수상하며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냈다.
어느덧 중견 작가로 자리 잡은 김중혁 작가의 첫번째 연애소설집 <가짜 팔로 하는 포옹>은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 15주년을 자축했다. 다양한 스타일의 작품들로 자유분방한 필체를 선보였던 저자의 진면모가 발휘된 작품이기도 하다. 제목부터 흥미로운 표제작을 비롯하여 총 8편의 단편들이 수록된 이 작품집으로 동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저력을 발휘했다. 개인의 일대기를 한국의 현대사에 빗대어 함축적으로 그려낸 성석제 작가의 <투명인간>은 채만식문학상을 수상하며 특유의 해학과 풍자를 인정받았다. 올해의 이효석문학상은 단단한 문체와 깊이 있는 주제의식으로 인정 받은 전성태 작가의 <두번의 자화상>이 수상했다. 비극적이고 아픈 세상의 현실조차 서정적으로 치환해 내는 저자의 묘사력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권력과 폭력, 그 속에서의 인간의 존엄과 선택을 치열하게 탐구해 온 정찬 작가의 <길, 저쪽>은 요산김정한문학상을 수상했다. 유신 체제와 군사독재시대의 폭력을 배경으로 이 시대의 비극적 선택과 희생을 그리고 있으며, 여전히 잔재해 있는 사회 속 폭력을 치유하고 회복하고자 하는 저자의 목소리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이제는 한국 문학의 주춧돌이 되고 있는 김중혁, 성석제, 전성태, 정찬의 수상은 특정한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작품마다 지닌 개성을 인정한 수상이라는 점에서 축하할 만하다.
올해는 유독 신진 작가들의 돌풍이 거센 한 해였다. 발표하는 작품마다 큰 주목을 받은 황정은 작가의 세번째 장편소설 <계속해보겠습니다>가 대산문학상 수상작이 되었다. 같은 시간, 한 공간에 존재하는 세 사람의 서로 다른 감정의 진술을 각각의 온도로 느낄 수 있으며, 인물들의 행동 하나하나 대사 한 줄에까지 밀도 깊은 감정을 부여하는 작가의 재능이 탁월하게 발휘되고 있다. 이미 대산대학문학상과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차세대 주목받는 젊은작가로 떠오른 윤고은 작가의 <알로하>는 김용익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신랄하게 현실을 고발하기보다는 세련되게 주제의 완결성을 맺고 있으며, 삶에 대한 통찰력을 내보이고 있다. 1996년을 배경으로 한 고1여학생의 성장소설로 20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한 한은형 작가의 <거짓말>은 독특한 문체와 인상적인 언어의 호흡으로 자연스럽게 이야기의 흐름을 이끌고 있다. 이미 <위저드 베이커리>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구병모 작가의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은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며 저력을 다시 한 번 인정받았다. 정지돈 작가의 <건축이냐 혁명이냐>는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하며 새로운 감각과 대담한 정신을 인정받았다. 패기와 독특한 작품세계로 기존의 대형 작가들에 맞서고 있는 신진 작가들의 수상은 새로운 작가들의 발견이라는 측면에서 인상적이라 할 수 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연령과 작품세계에 따른 수상이었기에 어느 때보다 흥미로운 문학상 수상작들을 만나 볼 수 있다.
* 시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으나 작가의 수상 거부로 인해 올해 수상작 없음으로 기록된 문학상이 있다. 김사인 작가의<어린 당나귀 곁에서>는 창비가 주관한 만해문학상의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으나, 저자가 수상을 고사하였다. 김사인 작가는 수상 거절의 글에서, 예심에 해당하는 시 분야 추천과정에 관여했으며 시집 간행 업무에 편집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상 주관사와의 관련성이 있기에 정중히 수상을 거절한다고 밝혔다. 이런저런 잡음들이 들리던 올해 문학계에 소신을 위해 문학상을 거절한 작가의 양심을 인정하기에, 비록 저자는 수상을 거절하였으나 올해의 문학상 수상작으로 추천하고 싶다.
이기성 작가는 <굴 소년의 노래>로 60회 현대문학상을 수상했다. 동시대의 삶의 사회적 기능을 놓치지 않으면서 격정을 조절하고 단정함을 유지하는 작가 특유의 시적 미학이 수상에 영향을 끼쳤다. 반세기 가까운 시간 동안 타국에서 의사로 살아가며 이방인의 외로움과 조국에 대한 그리움을 맑고 투명한 시에 담아 온 마종기 시인의 <마흔두 개의 초록>은 대산문학상을 수상했다. 이번 시집은 저자의 등단 55주년을 맞아 새롭게 출간되었으며, 어머니와 지인들을 떠나 보내는 상실의 아픔을 시인 특유의 간절하고 지순한 목소리로 전하고 있다. 정현종 시인의 <그림자에 불타다>는 등단 50주년을 맞아 출간되었으며, 비스듬히 존재하는 그림자들을 향한 애뜻한 시선을 보낸 작품들로 김달진문학상을 수상했다. 문정희 시인의 <응>은 독자적 개성으로 무장한 저자 특유의 에너지를 발휘하며 8회 목월문학상을 수상했다. 오래도록 자신만의 시 세계를 닦아온 작가들의 수상 소식은 그래서 더 반갑다.
천천히 자신만의 시상을 닦아 온 정끝별 시인의 <은는이가>는 생과 사의 낯빛을 적나라하게 담아내며 청마문학상을 수상했다. 섹시한 은유와 도발적 상상력으로 독보적인 시 세계를 구축해 온 김이든 시인은 <히스테리아>로김춘수 시문학상을 수상했다. 매혹적인 시어로 사랑 받은 최정례 시인의 <개천은 용의 홈타운>은 깊이 있는 저자의 시 세계를 담아내며 미당문학상에 선정되었다. 단아하고 서정적인 김후란 시인의 <비밀의 숲>은 녹색문학상을 수상하며, 꿋꿋히 지켜온 서정시의 미학을 인정받았다.
올해 시 수상작들은 오래도록 연마해 온 자신만의 시 세계를 인정 받았다는 점이 인상적이며, 오래도록 시를 써 온 거장들에 대한 존경의 의미 역시 담겨 있다. 미처 읽어 보지 못한 시가 있다면, 한 편쯤 펼쳐보고 조용히 읊조려 보는 것도 행복한 일일 것이다.
* 아동/청소년 부문
근래 들어 다양한 청소년 문학상들이 생기고 있다. 아동문학이라는 범주 안에 넣지 않고 충분히 다양한 세대들이 읽을 수 있는 이 작품들을 공정하게 평가하고 소개하고자 하는 의도가 들어 있기에 올해의 문학상으로 함께 소개하고자 한다.
공지희 작가의 <톡톡톡>은 낙태나 생명 경시 등 신선하지 않을 수 있는 소재를 세련되고 깔끔하게 구성해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으로 선정되었다. 강한 주제의식을 이야기 속에 잘 녹여내고 있으며, 세련되게 구성하여 세대를 아우르며 읽을거리를 제공해 주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살림문학상은 정현정 작가의 <그림자 실종 사건>에 살림어린이문학상을, 박하령 작가의 <의자 뺏기>에 살림청소년문학상을 수여했다. 전통적 소재와 기막한 상상력이 만나 스릴 넘치는 판타지 동화로 탄생한 <그림자 실종 사건>과 너무도 다른 쌍둥이 자매의 성장기를 흥미롭게 그려낸 <의자 뺏기>는 각각의 개성과 재미로 신진 작가의 발굴을 이끌어냈다.
이선주 작가의 <창밖의 아이들>은 절대 모성애를 가진 엄마가 되지 않겠다고 선언한 소녀의 이야기를 다루며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저자는 차분하고 진실된 시선으로 한 소녀의 쉽지 않는 삶을 조망하고 있으며, 가난을 있는 그대로의 실체로 마주하고 있다. 최영희 작가의 <꽃 달고 살아남기>는 열여덟 살 박진아의 요절복통 성장기를 흥미롭게 담고 있다. 여고생 진아의 험난하고도 진실한 자아 찾기가 인상적인 이 작품은 8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했다. 따뜻한 시선으로 청소년들의 삶을 그린<사과를 주세요>는 푸른문학상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며 청소년들의 현실을 담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