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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Aug 11. 2016

IT 기술이 지배하는 시대... '생각'은 죽지 않는다

김홍기의 세상의 모든 책들

         

※ 지금 세계의 독자들은 어떤 책을 읽고 있을까? 국내 최대 출판 에이전시 임프리마 코리아의 김홍기 디렉터가 유럽·미주·아시아 지역 출판계 동향을 친절하고 재미있게 읽어준다. – 편집자 말

이쯤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디지털 세상에 대한 메타적 반추를 한번 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현재를 사는 대부분의 우리는 아마도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상충되는 갈등을 일상에서 자주 경험할 것이다. 실제로 필자도 외부 미팅을 할 때, 수첩에 필기하지 않고 스마트폰 키보드를 엄청난 속도로 두드리고 있는 스스로에게 흠칫 놀라기도 한다. 

스마트폰, '구글질' 할 수 있는 검색 엔진, '페북질'의 소셜미디어… 이제 테크놀로지가 우리가 생각하고 글을 쓰고 사회적 관계를 맺는 현상에 미치는 영향을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당연한 질문으로 귀결된다. '이것이 바람직한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S)을 쓴 니콜라스 카와 같은 회의론자들은 IT 기술이 접목된 여러 현상들은 즉흥적이고 짧고 깊이가 없다고 지적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날로그 시대에 능동적으로 인간에 의해, 인간을 위해서, 인간 중심적으로 개발되고 축적된 지식과 사고들이 이제는 더 이상 진화할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 펭귄 프레스를 통해 출간된 <생각보다 똑똑한>(SMARTER THAN YOU THINK)의 저자인 클라이브 톰슨(Clive Thompson)은 '이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질문에 절대적으로 'YES'라고 설파한다!


<생각보다 똑똑한> 미국판 표지


토론토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뉴욕타임즈 메거진과 와이어드(Wired)지의 상임 기고가로 활약 중인 클라이브 톰슨은 디지털/IT 분야 전문가이자 칼럼니스트이다. 그의 칼럼들은 이미 여러 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NPR, CNN, FOX 뉴스 등에 다양하게 인용되기도 한다. 매달 약 10만 명의 방문객들이 그의 블로그(smarterthanyouthink.net)를 통해 과학과 테크놀로지, 문화에 대한 보다 깊은 정보들을 얻어가고 있다. 

저자인 클라이브 톰슨이 <생각보다 똑똑한>에서 주장하는 핵심은 '새 술은 새 부대에'라고 요약할 수 있다. 고대의 양피지의 시대에는 두루마리 스크롤 형식의 양피지에 가장 적합한 형태가 서사문학이어서 이러한 문학 스타일이 번성했던 것이고, 인쇄술과 제본술이 발달하면서 종이로 된 책을 넘기는 스타일에 맞추기 위해 현재의 소설의 글쓰기 방식이 번성했을 뿐이라고 역설한다.

그리고 지금 새로운 테크놀로지가 생겨나는 시점에는 그에 맞는 새로운 형식과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며, 이는 현재를 사는 인간이 감히 가치판단을 내릴 수 없는, 당연히 인과적인 역사적 트렌드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인간이 의사소통하고 지식을 창출하는 구조와 그 콘텐츠의 원형 자체에는 변화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새로운 방식으로 더 많이 배울 수 있고, 새로운 형태로 쓰고 읽게 되며, 새로운 방식으로 생각할 수 있다. 바로 테크놀로지의 덕분으로!

이미 한국에도 <생각은 죽지 않는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이 책, <생각보다 똑똑한>에서 저자는 현대 IT기술과 트렌드가 인간을 어떻게 더욱 똑똑하고, 더욱 사려 깊고, 심지어는 더 착하고 좋게 만들 수 있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생각보다 똑똑한>의 한국어판 <생각은 죽지 않는다> 표지


이 책에서 다루는, 그리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테크놀로지는 놀랍고 매우 창의적이며 혁신적이다. 76세의 어느 백만장자는 자신이 하는 행동과 생각 어느 하나라도 절대 잊지 않기로 맹세하고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전부 디지털로 기록하기로 했는데, 놀랍게도 이 작업은 간단하고 의미 있는 방식으로 가능했다.

어느 연구원은 컴퓨터로 개인의 기분을 체크하는 소프트웨어를 고안해서, 가장 적절한 때에 개인에게 전화 메시지가 전달되게 함으로서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소개한다. 독일의 어느 은행 CEO는 '소시오미터스'라는 것을 통해 은행의 전 직원들을 측정한다. 어떤 직원이 어떤 다른 사람에게 얼마나 자주, 오랫동안 이야기를 하는지를 측정하고 디지털화해서, 각 직원들을 효율적인 부서나 상황에 맞게 배치함으로써 전체 능률을 향상시켰다. 

하지만 <생각보다 똑똑한>에서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지금 우리의 생활상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다. 현재 테크놀로지의 발전 속도로 볼 때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의 진화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지, 어떻게 컴퓨터가 우리의 기억력을 구체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지, 인간의 ‘읽는 행위’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지, 어떤 기술이 우리의 지식을 향상시키거나 퇴보시킬지 등을 다양한 데이터와 풍부한 경험을 통해서 흥미롭게 예상하고 제시한다.


글 : 칼럼니스트 김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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