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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Aug 16. 2016

세상에 이런 수영복이... '핵폭탄'급 대담함

단어로 읽는 5분 세계사 [비키니]



중세 사람들은 몸에 물을 적시는 것을 극도로 꺼렸어요.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지요. 당시에는 수질이 좋지 않아 자칫하면 피부병에 걸리기 쉬웠어요. 또한 성직자들이 신체의 노출을 가능한 한 자제하라고 권유했지요. 어떤 사람은 자신의 두터운 신앙심을 보여 주기 위해 몇 달 동안 몸을 씻지 않았다고도 해요. 

세월이 흘러 19세기에 유럽 의사들은 우울증을 치료하는 한 방법으로 수영을 권유하기 시작했어요. 수 세기 동안 온몸에 물을 적시는 것을 극도로 꺼리던 유럽 사람들은 이때부터 서서히 호수나 바다에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물에 들어가면서 새로운 고민이 생겼어요. 옷이 너무 불편했거든요. 초창기 수영복은 외출복 디자인을 모방했어요. 여성 수영복은 목에 깃이 달려 있고 팔꿈치까지 오는 소매가 달린 상의, 무릎까지 내려오는 스커트와 검은 스타킹으로 구성된 하의, 삼베로 만든 굽이 낮은 운동화가 표준이었어요. 이러한 의상을 갖추고 물속에 들어가는 사람들은 수영을 즐기기도 전에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경우가 많았어요.

제1차 세계대전 직전에 몸에 붙는 원피스 형태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소매가 달려 있었고 길이도 무릎까지 내려와 불편했지요. 1930년대에 들어와서야 맨살이 드러나는 부분이 많아졌고 마침내 투피스 형태의 수영복도 등장했어요.

수영복 역사에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은 바로 비키니(bikini)의 등장이지요. 1947년 프랑스 디자이너 루이 레아르는 자신이 개발한 수영복이 신체 부위를 최소한으로 가린 옷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르 미니몸(Le minimum)'라고 명명했어요. 1947년 7월 5일 파리에서 그가 수영복을 발표할 때 사람들은 그 대담함에 놀랐지요. 어떤 사람은 당시 모든 언론의 '주요 이슈'였던 비키니에 비견할 만하다고 해서 '비키니'라고도 불렀어요. 

비키니는 1946년 7월 1일 미국이 핵 실험을 한 태평양의 마셜 제도의 환초 이름이에요. 당시 프랑스 언론은 이 실험의 1주년을 맞아 '비키니'라는 이름을 거론 중이었지요. 루이 레아르는 자신의 수영복이 '르 미니몸' 대신에 '비키니'라고 불리는 것에 큰 불만이 없어 내버려두었다고 하네요. 

1964년에는 '모노키니(monokini)'라는 말도 생겼어요. 이것은 비키니의 비(bi-)를 '둘'이라고 생각하고 '하나'를 의미하는 모노(mono-)로 대신한, 잘못된 말입니다. 이러한 오해는 계속되어 1967년에는 트리키니(trikini)라는 용어까지 생겼어요. 실제로 아직도 비키니에서 'bi'를 '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 안타깝습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모르면 용감하다"라는 말이 생각나요. 여러분, 언어에도 생명이 있어요. 언어는 중요한 문화의 일부분이면서 '사고의 집'인 만큼 함부로 만들어내서는 안 됩니다. 


[1분 세계사 ] 손수건 두 장이 브래지어의 시작?

비키니는 브래지어와 팬티의 형태로 이루어지죠. 흔히 브래지어(brassiere)를 '브라자'라고 발음하는데, 이것은 일본식 발음이에요. '브래지어'나 '브라'라고 하는 것이 좋아요. 

브래지어는 20세기 초 프랑스어 브라시에르(brassière)를 본떠 만든 말이에요. 브라시에르는 13세기에 생긴 말로, 본래 '몸에 착 달라붙는 여성용 내의'를, 19세기 중반에는 '고운 천으로 만든 긴 소매가 달린 짧은 유아용 옷'을, 20세기 초반부터는 오늘날처럼 '여성의 가슴을 덮는 일종의 속옷'을 지칭하게 되었어요. 

오늘날 브래지어는 어떻게 생긴 걸까요? 약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볼까요? 1910년대 초반 미국의 사교계 여성이 새로 산 옷을 입고 연회장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새 옷을 입고 보니 가슴이 너무 훤히 비쳤어요. 궁여지책으로 손수건 두 장을 묶어 가슴을 가렸지요. 파티에 모인 사람들은 그녀의 이런 기발한 착상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어요.

이 여성은 여기에서 착안해 1914년 미국 특허청에 디자인 특허를 냈습니다. 하지만 장사 수완이 별로 없어서인지 큰돈을 벌지 못했고, 어느 한 회사에 그 특허를 헐값으로 팔아버렸다고 해요. 그것이 오늘날 브래지어가 된 것이랍니다.


※ 본 연재는 <단어로 읽는 5분 세계사>(장한업, 글담출판사, 2016)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글 : 칼럼니스트 장한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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