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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심취해 살인까지? 조선시대 세책거리를 엿보다

[사진]

by 인터파크 북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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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9세기 한양에는 '소설 읽기'가 새로운 도시문화로 떠올랐다. 조선 후기의 사람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소설에 열광했다. 당시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소설 읽어주는 사람(전기수)'과 같은 사람들도 속속 등장했는데, 이덕무의 <아정유고> 권3 ‘은애전(銀愛傳)’ 중에는 소설 읽는 것을 듣다가 영웅이 가장 실의하는 대목에 이르러 갑작스레 이성을 잃고 전기수를 칼로 찔러 죽인 사람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것은 당시 조선 사람들이 소설 읽기에 얼마나 심취해 있었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앞선 사례가 극단적이기는 하지만 조선 후기의 '소설 읽기 문화'가 하나의 시장으로 확장된 것은 분명 큰 발전이었다. 어쩌면 조선 후기의 사람들 덕분에 오늘날의 출판시장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설에 열광했던 당시의 상황을 만나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전시회를 눈여겨봐도 좋겠다. 8월 9일부터 오는 11월 30일까지 진행되는 국립중앙도서관의 기획전시 '세책과 방각본'이다.

당시 관판본 위주의 서적은 어떻게 민간의 출판과 유통으로 이어졌고, 그것은 또 어떻게 오늘날의 책방으로 이어지게 되었을까? 소설 시장과 그 문화의 확장을 시간의 순서대로 조명한 '세책과 방각본'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에 밀려 책 읽기에 소홀해진 우리 사회의 오늘을 돌아보게 한다.

전시는 다섯 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1부 '상업 출판이 움트다'에서는 17세기 전후 조선의 상황과 동시대 동아시아, 서양의 상업 출판 동향을 살펴보는 순서다. 이곳에는 당시 관판본 위주의 서적 출판에서 민간의 출판과 유통이 생겨나는 상황을 개괄하고 있다. 또한 동시대 중국과 일본의 출판 동향 및 상업 출판이 출현하기까지의 상황을 비교 조명하고 있다.

2부 '소설의 열풍 속으로'는 본격적으로 한양의 새로운 도시문화로 자리 잡은 소설 읽기의 열풍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다. 글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소설을 읽어주는 '전기수'라는 새로운 직업군의 등장을 비롯하여 소설로 먹고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조선 후기 소설 열기를 간접 체험 할 수 있다.

3부 '세책거리를 거닐다'에서는 돈을 받고 소설을 빌려주던 '세책'이 발달함에 따라 자연스레 생겨난 '세책점'의 모습과 번화했던 당시의 시장 모습을 재현하여 소설을 빌려주던 저잣거리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속에 나오는 세책점의 모습을 영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4부 '소설 대중화의 주역, 방각본'에서는 목판을 이용하여 책을 대량으로 찍어냈던 '방각본'의 발달로 인해, 서울뿐만 아니라 전주와 안성 등 지방으로 확산된 소설 열풍의 상황을 담았다. 특히 해당 지역에서 출판된 방각본을 목판과 함께 전시하여 같은 작품이지만 각기 다른 내용을 담고 있었던 베스트셀러 <춘향전>을 비교해서 볼 수 있도록 한다.

마지막 5부 '딱지본의 등장, 세책점을 기억하다'에서는 새로운 인쇄기술이 도입됨에 따라 국수 한 그릇 정도의 싼값이라 '육전(六錢)소설'로도 불리던 딱지본으로 변한 세책과 방각본, 책 대여점의 모습 등을 볼 수 있다.

놀 거리와 볼거리가 변변치 않았던 시절, 현실을 벗어나 새로운 세상을 만나게 해주었던 소설 읽기는 조선시대 사람들에게 팍팍한 삶의 유일한 탈출구였을 것이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그 시대의 소설 읽기를 경험하며, 우리가 잠시 잊고 있던 소설 읽기의 특별함을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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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 임인영(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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