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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Aug 23. 2016

 "외식업계 SM이 목표... 월드스타 키울것"

맛집매니저 김유진 칼럼니스트 작가 인터뷰

<장사는 전략이다> 저자 김유진은 요즘 잘나가는 푸드 칼럼니스트다. 올해 7월 출간 후 일을 조금 줄이긴 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11개의 방송 출연과 7개 매체에 기고를 하며 '연예인' 스케줄을 소화했다. 그런데 그의 직업은 대중에게 알려진 푸드 칼럼니스트가 전부가 아니다. 5개 정도의 직업을 갖고 있는 그는 종종 자신을 '국내 최초의 외식업 매니저'라고 소개한다. 망해가는 식당도 그의 손을 거치면 대박이 난다고 한다. 지금까지 그의 컨설팅으로 성공시킨 레스토랑만 300곳이 넘는다고.

 
신간 <장사는 전략이다>는 '맛집 조련사', '외식업계의 전설', '제우스' 등의 별명으로 불리는 김유진이 25년간 음식 관련 업계에 종사하며 얻은 장사의 노하우를 모두 쏟아부은 책이다. 창업 준비부터 상호, 간판, 차별화된 주력 메뉴 선정, 인테리어와 메뉴판 디자인, 뭔가 달라 보이는 고객 응대까지 장사에 필요한 모든 것을 책 한 권에 담겠다는 각오로 꼬박 2년을 준비한 결과물이다. 책이 나오자마자 반응은 폭발적이다. 음식점 창업 관련 서적으로는 이례적으로 출간 26시간 만에 4쇄를 찍었고, 20일 만에 1만 부가 넘게 팔리며 경제경영 부문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무협지를 연상시키는 검은 바탕 위의 희고 굵은 궁서체 제목은 식당 열 곳 중 여덟 곳이 1년 안에 문을 닫는다는 대한민국 외식업계의 현실을 말해주듯 비장한 느낌이다. '레드오션 중의 레드오션'인 '식당 무림'에서 살아남는 자는 누구이고, 사라지는 자는 누구인가. "다 망해도 나는 살아남는다!"고 큰소리치는 김유진은 과연 어떤 기발하고 독특한 전략을 갖고 있는 걸까. 음식과 식당에 관해서라면 마치 알파고처럼 어떤 질문에도 막힘이 없는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사람들은 어느새 '나도 식당 하나 차려볼까' 하는 생각을 슬그머니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음식점은 콘텐츠 비즈니스... 외식업에 연예 매니지먼트를 접목"

Q "장사의 모든 것을 한 권으로 끝내겠다"는 각오로 책을 쓰셨다고요. 

앞으로 10년 동안은 음식점 창업과 관련해 이것을 뛰어넘는 책은 나오지 않을 겁니다. 2014년 <한국형 장사의 신>을 쓰고 나서 1년 3개월을 공부하며 자료를 모으고, 9개월을 꼬박 집필에 매달렸어요. 탈고했을 때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나왔어요. 출판사에서는 다 내자고 했지만, 밥장사 하는 분들이 편하게 봐야 하는데 너무 두꺼우면 부담이 될 것 같아 최종적으로 100페이지를 덜어냈습니다. 버리기엔 너무 아까운 내용들이라 줄이는 과정이 쓰는 것보다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다른 훌륭한 책들에 비해서는 미미하겠지만, 음식점 창업 관련 책으로는 놀라울 만큼 반응이 좋습니다. SNS에 삽시간에 퍼져나갔어요. "알고 지내는 고깃집 사장님이 소개해줘 읽었는데, 미치셨어요? 이런 걸 다 털어놓으면 어떡해요?" 같은 반응이 엄청 많아요. 우리나라 외식업 역사 100년이 넘었는데 여태까지 그 어떤 놈도 이런 이야기를 안 했단 말이에요. 이 책을 읽고 음식점 사장님들이 한 뼘씩만 더 크고, 망하는 것을 멈춰줄 수 있으면 좋겠어요. 

Q 반응이 좋으니 열심히 쓴 만큼 보람도 클 것 같습니다. 

사실 책에 모든 것을 쏟아냈기 때문에 지금은 소진된 상태예요. 더 이상 글을 쓸 수가 없어서 원고 청탁을 거절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다시 채우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우선 <논어>를 다시 읽고 있어요. 그 다음은 아마 <손자병법>이 되겠지요. 왜 그런 말이 있잖아요. <어린왕자>를 10대, 20대, 30대에 읽을 때 다 다르다고. <논어> <맹자> <중용>도 마찬가지더라고요. PD 생활을 하며 봤을 때와 평론가로서 봤을 때, CEO, 매니저로서 봤을 때 전혀 다르게 다가와요.

인간은 필요에 의한 지식만 받아들인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이 바닥에 살아남으려면 늘 공부를 해야 해요. 심리학, 행동경제학, 설득커뮤니케이션, <중용> <논어> 등 1년치 커리큘럼을 짜놓고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 부족한 부분은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지 판단하는 편이에요. 해외 영상물도 많이 봐요. 유튜브는 전 세계 최고의 대학이이에요. 대학원 가지 않아도 될 만큼 한없이 공부할 수 있어요. 

Q 대중에게는 맛깔난 말솜씨와 글솜씨를 자랑하는 푸드 칼럼니스트로 알려져 있는데, 외식업계에서는 컨설턴트로 더 유명한 것 같아요. 

제 직업이 다섯 개 정도 됩니다. MBC프로덕션 PD로 시작해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제작한 지는 25년 정도 됐고, 외식업체 컨설팅을 한 지는 15년 정도 됐습니다. 지금까지 300곳 이상의 레스토랑을 성공시켰고, 현재 70여 곳의 매장이 저희 회사에 소속돼 있습니다.

사실 저는 컨설턴트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제가 최초로 '외식업 매니저'라는 썼어요. 컨설턴트라면 뭔가 근사한 분석 자료와 그래프 같은 게 떠오르잖아요. 저는 외식업자들의 든든한 조력자가 되고 싶거든요. 그래서 코치, 매니저를 자처합니다. 제가 손댄 곳은 단 한 곳도 망한 곳이 없어요. 제 입으로 말하기 쑥스러워서 책에다 쓰진 못했지만 외식업계에서는 '전설'이라고 해요.


Q 100% 성공률이라니 믿기 어려운데요. 

저는 질 게임은 절대 안 합니다. '이 사람은 돼'라고 나도 확신이 들어야 하고, 상대방도 목숨처럼 내 말을 소중하게 여길 정도로 저를 신뢰하는 사람이어야 함께 일을 합니다. 절대 아무나 하지 않아요. 돈 싸들고 와서 해달라는 사람 다 해줬으면 저는 벌써 이 바닥 떴을 겁니다. 저는 모르고 안 하면 바보로 끝나지만 알고도 안 하면 죄악이라고 말해요. 간혹 제 승률이 100%라고 하면 안 믿는 분들이 계신데, 저한테 5천만 원, 1억 원씩 컨설팅료를 내는데 안 따라올 사람이 있겠어요? 이 업계에서 가장 비싼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저를 찾는 건 다 이유가 있기 때문이죠.


Q 그렇다면 성공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요? 

음식점을 콘텐츠 비즈니스로 접근했기 때문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외식업계에 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를 접목시킨 사람은 저밖에 없어요. 저는 밥장사가 밥장사로 보이지 않아요. 연예인 지망생 같아요.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연습생들에게 댄스 교육도 시키고 발성도 가르치고, 작곡도 가르치고, 무대에 설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가르치듯이 저도 지금은 빛도 안 나고 힘들어하는 음식점 사장님들이 맛도 잡고, 콘셉트도 잡고, 고객도 잡을 수 있도록 혹독하게 훈련을 시킵니다. 이건 단지 '구라' 치는 거랑은 차원이 다른 일이에요.


그래서 저를 만나면 사람이 바뀌어요. 저는 요식업은 재미있어야 하고, 먹고 나면 신나야 되고, 같이 눈물 흘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콘텐츠 비즈니스로 접근하는 사람과 밥장사로 접근하는 사람은 다를 수밖에 없어요. 사실 이번에 책을 쓴 이유 가운데 하나도 내가 하는 컨설팅 방식은 좀 다르다는 걸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Q '외식업계의 SM엔터테인먼트가 되겠다'는 목표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말인가요? 

1년 전쯤 방송에서 아예 공표를 했어요. 제가 이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다 피식 웃어요. 밥장사와 연예기획사, 전혀 어울리지 않는 얼토당토한 말처럼 보이는 거죠. 하지만 저는 이수만 선배가 빚이 6억 원이었을 때부터 지켜보며 소녀시대와 HOT를 세계적인 스타로 키워내는 과정을 다 지켜봤거든요. 어떻게 콘셉트를 잡고 가치 체계를 이어가는지 그대로 배우면서 매니지먼트라는 개념을 외식업에 도입될 시기가 됐다고 판단한 거죠.


그래서 저는 이걸 당당히 쓰는 거예요. 아직 이런 식으로 외식업에 접근하는 사람이 우리나라에 단 한 명도 없어요. 내로라하는 브랜드를 가진 분들이 있지만 가맹점을 늘리는 것과 다양한 브랜드를 제 소속 브랜드로 키우는 건 다르거든요. 제가 발굴하고 코칭한 연습생들을 세계적인 스타로 키울 겁니다.

문제는 브랜드다! 음식점 사장님들한테 '글쓰기'를 가르치는 까닭

Q 책에는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기발한 것까지 100가지 장사 전략이 나와요. 그 중에서도 음식점 사장님들한테 글쓰기를 가르친다는 부분이 가장 신선하던데요. 

다른 것들은 새롭지 않았나요?(웃음) 말하는 것과 생각을 정리하는 건 차원이 다른 일이에요. 글을 쓴다는 것은 주관적인 생각을 다른 사람이 믿고 이해할 수 있도록 객관화하는 작업이거든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야 다른 사람을 설득시킬 수 있어요.

밥장사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이유는 그게 가능해야 자신이 쓰는 식재료나 요리에 대해 논리적으로 생각할 줄 알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되기 때문이에요. 메뉴 이름 하나를 적더라도 그냥 ‘칼국수’라 적는 미련한 짓은 하지 마라는 거죠. 아무런 수식어를 붙이지 않고 김치찌개, 된장찌개라고 보통명사를 자기 메뉴로 쓰는 곳은 대한민국밖에 없어요. 도저히 이해를 못하겠어요. '니 김치가 뭐가 다른데?'라고 물으면 본인의 김치를 정리할 수 있어야 해요. 

또 하나 제가 글을 쓰라고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책을 쓰도록 하기 위해서예요. 맞춤법 틀리고 중언부언하더라도 내가 어떤 생각으로 음식을 만들고, 어려운 고비를 넘어왔는지를 써내야만 비로소 자신의 브랜드가 되는 거거든요. 브랜드는 정말 중요해요. 비즈니스하는 사람은 죽어도 브랜드에 집중해야 해요.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젠 개인들도 자신의 브랜드 가치에 대해 전략적으로 접근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Q 칼국수집은 웬만해선 망하지 않는다고요. 

손님 얼굴에 침을 뱉지 않는 이상 망하기 쉽지 않아요. 마진이 좋고 인력도 많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기본만 충실히 하면 외식업이라는 지난한 마라톤에서 무너지지 않을 수 있어요. 사실 제가 국수를 참 좋아하고, 여기저기서 국수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국수는 혀를 만족시키는 걸로 끝나는 다른 음식에 비해 입술까지 만족시키는 유일한 음식이에요. 심리적으로 만족감이 큰 음식인 거죠.

쌀이 주식인 우리나라에서는 국수는 한 끼 식사가 안 된다는 생각도 있는데, 이럴 때 전략이 필요한 거예요. 국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세트 구성을 통해 바꾸는 거죠. 칼국수와 함께 수육 8점을 내놓는데, 수육은 원가만 받는 거예요. 그러면 고객은 다른 집에 가서는 훨씬 비싸게 주고 먹는 수육을 거의 공짜로 먹으니 이익을 본다고 생각하는 거죠. 메뉴에도 설계도가 필요한 이유가 그거예요. 

Q 앞으로 하고 싶은 계획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요즘 아주 신중하게 '김유진외식전략아카데미' 설립을 고민하고 있어요. 컨설턴트료로 몇 천만 원씩 받고 있는 노하우를 아카데미를 통해 좀 더 대중적으로 풀어볼까 합니다. 10~20명으로 구성해 60시간씩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칠 거예요. 외식업을 가르치는 대학 부설 과정이 몇 군데 있지만 실전을 가르치는 곳은 없거든요. 당장 죽게 생겼는데 이론만 가르치면 뭐해요.


가령 수익을 올리려면 매출을 올리거나 원자재 값을 내려 갭을 벌려야 하거든요. 둘 중 하나는 반드시 해줘야 하는 거예요. 원자재 값을 내리려고 싸구려를 사라는 게 아니라, 똑같은 재료를 싸게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거죠. 협동조합을 만들든 산지 직거래를 하든 무조건 찾아내야 해요. 아카데미를 통해 장사에 필요한 모든 것을 실제적으로 가르쳐주는 작업을 할 겁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2M)

취재 : 이미회(북DB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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