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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Aug 31. 2016

4대보험 벗어던지고 아이슬란드로! 힙스터 여행자 김윤정

              

※ 패션 매거진 '나일론(NYLON)', 여행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 '더 트래블러(The Traveller)' 출신의 피처 에디터 김윤정 작가가 아이슬란드 힙스터 가이드북 <아이슬란드 컬처 클럽>(이야기나무/ 2016년)을 출간했습니다. 그녀는 최근 노르웨이 트롬쇠로 이주해, 글 쓰고 노래하는 아티스트 그룹 '아크틱 콜렉티브(Arctic Collective)'를 결성했습니다. 이야기나무 출판사 편집부가 김윤정 작가와 한 인터뷰를 북DB 독자들을 위해 이곳에 옮깁니다. – 편집자 말

셀리야란스포스, 신비로운 폭포 뒷면


Q 여행 기자라는 타이틀을 뻥 차버리면서까지 아이슬란드에 가고 싶었던 이유가 있나요?

아이슬란드는 평소에 아이슬란드 밴드 뮤직비디오에 나오는 모습을 보면서 언젠가 꼭 가봐야지 하고 생각했던 곳이에요. 그런데 마침 기회가 왔죠. 친하게 지내는 전 직장 선배가 아이슬란드에 함께 가자고 제안했거든요. 별로 크게 고민하진 않았어요. 아이슬란드라면 퇴직금을 몽땅 털어서 여행을 가도 후회하지 않을 거라 믿었죠. 퇴사를 결정하고 일사천리로 여행을 준비했어요. 마침내 아이슬란드에 도착했을 때 늘 영화에서 보던 비현실적인 풍경 속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했어요.

Q 여행 잡지 기자는 출장이 무척 잦을 텐데요, 출장과 여행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여행 잡지 기자의 출장은 생각처럼 달콤하지 않습니다. 출장지에선 아침 7시에 호텔 로비에 모여, 밤 12시에 흩어지는 경우가 흔하죠. 온종일 사진을 찍느라 뛰어다니고 가이드가 짜증을 낼 때까지 궁금한 점을 묻습니다. 물론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없는 구역에 들어가거나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한다는 측면에서 흥미로운 직업이지만요.


여행 잡지사에서 일할 때, 전 세계를 누비며 다큐멘터리를 찍는 감독님을 인터뷰했는데 그분이 "해외 출장은 아름다운 배경의 일터에서 일하는 것일 뿐"이라고 대답해서 박장대소한 적이 있어요. 저도 그 말에 200% 공감했거든요. 여행 잡지 기자들도 출장보다 여행과 휴가를 훨씬 좋아한다는 걸 알아주세요.

Q <아이슬란드 컬처 클럽>이 생애 첫 출간작으로 알고 있는데요. 매달 잡지를 만들던 때와 집필 과정이 달랐나요? 책을 받았을 때 느낌이 어땠나요?  

잡지는 한 주제에 대해서 길어야 20~30페이지 정도 이야기를 만들어 냅니다. 대신 한 달간 다양한 주제를 여러 차례에 걸쳐 마감하죠. 단행본 작업도 책을 만드는 일이니 늘 하던 일처럼 수월할 줄 알았는데 그건 저의 착각이었어요. 240페이지를 혼자서 꾸려가는 일이 쉬운 게 아니더라고요. 챕터와 챕터 사이도 훨씬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요. 무엇보다 긴 호흡과 기다리는 힘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마침내 책을 손에 쥐었을 때 편집자와 디자이너에게 감사했어요. 완성된 책을 넘겨보니 편집과 디자인의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스럽게 느껴졌어요.

레이캬비크의 콜라포르티드 플리마켓 내 음반 코너


"컵라면 먹으며 아이슬란드 여행...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떠날 것"

 
Q 아이슬란드는 물가가 비싸기로 유명한데요. 책에서 1만8천 원짜리 햄버거를 한 입 베어물 때마다 3천 원어치씩 없어졌다는 내용을 읽고 웃음이 났어요. 아이슬란드 여행에 든 총 경비가 궁금합니다. 또 여행 경비는 어떻게 마련하셨나요? 

아이슬란드의 악명 높은 물가는 듣던 대로였어요. 그런데 레스토랑에서 먹는 요리 가격보다 더 손이 떨렸던 건 책이랑 음반 가격이에요. 우리나라보다 얼추 서너 배는 비싸더라고요. 사고 싶은 음반을 들었다 놨다 하다가 결국 못 사고 나왔던 기억이 나요.

아이슬란드에서 보름 정도 머무르면서 쓴 비용은 항공권을 포함해서 1인당 350만 원 정도 돼요. 그중 대부분을 자동차 렌트비와 숙박비로 썼고요. 식비는 한국에서 가져간 컵라면과 '3분카레'를 먹으면서 많이 절약했죠. 여행을 떠나기 전에 통장에 쓸 수 있는 돈이 딱 500만 원 정도 있었는데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비행기표를 끊었어요. 지금도 후회는 없어요. 다시 선택하라고 해도 아이슬란드로 떠날 것 같아요. 

Q 아이슬란드에서 아름답고 쓸모없는 물건을 사느라 남들보다 경비를 더 많이 썼을 것 같은데요. 플리마켓에서 코를 박고 고른 물건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무엇인가요?

 
맞아요. 벼룩시장만 들르지 않았더라도 돈을 아낄 수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재미도 반감됐을 것 같아요. 동행과 저는 스스로 벼룩시장 사냥꾼이라 불러요. 다른 나라에 여행을 갈 때도 벼룩시장이나 빈티지 숍에 꼭 들르죠. 그 지역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물건들을 둘러보면서 '저 물컵은 어느 집 찬장에서 나왔을까, 저 모자는 누구네 서랍에서 나왔을까' 하고 물건의 생애를 상상해보는 재미가 있어요.

아이슬란드에서는 레이캬비크에 있는 콜라포르티드 벼룩시장과 링로드에서 우연히 표지판을 보고 따라간 벼룩시장에 갔어요. 들어갈 땐 빈손이었지만 나올 땐 두 손 가득 아름답고 쓸모없는 물건들이 들려 있었죠. 그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촛대들이었어요. 태어나서 그렇게 다양한 재질에, 다양한 모양을 한 촛대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걸 처음 봤어요. 한눈에 반했죠.

플리마켓에 진열된 탐나는 그릇들


Q 작가님이 꾸린 여행단, '아이슬란드 여행자 동맹'은 독특한 방식의 여행을 즐기는 것 같아요. 여행자 신분임에도 현지인의 삶에 녹아들려고 노력하는 모습인데요. 

여행의 가장 좋은 점은 단 며칠이라도 다른 사람으로 살아볼 수 있단 거잖아요. 여행하는 동안은 최선을 다해서 그 나라 사람처럼 살아보려고 노력해요. 물론 아이슬란드로 여행을 떠난 가장 큰 목표는 TV나 SNS에서 본 입이 떡 벌어지는 자연풍광을 직접 보는 거였어요. 여기가 지구가 맞나 싶을 정도로 독특하고 거대한 규모로 펼쳐지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지구의 맨얼굴이 정말 압도적이거든요.

하지만 한편으론 이런 생경한 자연환경에서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하더라고요. 그래서 현지에서 주변의 아이슬란드인들을 훔쳐보면서 그들을 따라해봤어요. 아침 식사로 아이슬란드식 요거트를 먹고, 비 오고 꿀꿀한 날엔 아이슬란드 사람처럼 노천 온천에 풍덩 뛰어들기도 하고, 아이슬란드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크래프트 맥주를 마시거나, 동네를 어슬렁거리면서 산책하면서요. 아이슬란드인 간접체험을 한 셈이죠. 

Q 책 속 'Small Lis'’엔 레이캬비크에서 열리는 뮤직 페스티벌, 아이슬란드의 웃기고 진지한 축제, 소규모 양조장 투어 등 재미있는 정보가 많네요. 이 리스트대로만 여행하면 아이슬란드인의 생활을 간접체험 할 수 있을까요? 

네. 이민이나 유학처럼 장기간 아이슬란드에서 살아가면서 겪어야 할 진지하고 머리 아픈 고민은 배제하고 여행객으로 짧게 머물면서 최대한 아이슬란드인에 가깝게 즐길 수 있는 리스트를 모았어요. 어디서 아이슬란드 가정식을 맛볼 수 있는지, 커피엔 어떤 디저트를 곁들여 먹는지, 가장 맛있는 맥주를 마시려면 어디에 가야 하는지, 백야가 찾아오면 젊은이들은 무얼 하고 노는지 등 책의 부제에 맞게 ‘아이슬란드에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 법’에 대한 정보를 골고루 담았습니다. 

여행 후 노르웨이로 이주... "집 마당에서 보는 오로라 기다려"

Q 수많은 리스트 중에서 '이것만은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걸 하나만 추천한다면요? 

개인적으론 백야에 열리는 뮤직페스티벌에 참여한 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아이슬란드 사람 중 열에 여섯은 뮤지션이라고 알려져 있는데요, 비요크나 시규어 로스 같은 신비로운 음악 이외에도 헤비메탈, 펑크, 힙합 등 다양한 장르가 존재하더라고요. 음악도 음악이지만, 아이슬란드 힙스터 특유의 자유분방한 옷차림을 구경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어요.

여름에 아이슬란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하루만 시간을 내서 '시크릿 솔스티스' 페스티벌에 참여해보세요. 백야의 끓어오르는 에너지를 춤과 노래에 쏟아붓는 아이슬란드의 청춘을 만나볼 수 있을 거예요. 겨울에 오로라를 보러 가는 아이슬란드 여행객들에겐 11월에 열리는 '아이슬란드 에어웨이브'가 기다리고 있어요. 레이캬비크 다운타운의 서점이건 이발소건 커피숍이건 음악 소리가 들리는 모든 곳이 페스티벌의 무대가 된다고 하니, 저도 기회가 된다면 11월에 아이슬란드를 다시 방문하고 싶어요.

시크릿 솔스티스 뮤직페스티벌을 즐기는 자유로운 영혼들


Q 또 엘프 학교 교장 선생님과 아이슬란드에 살고 있는 '보이지 않는 사람'에 관해서 나눈 대화가 인상적이었어요. 그뿐만 아니라 아이슬란드 전통 음식을 소개하는 가이드, 레이캬비크의 아티스트와도 대화를 나눴더군요. 인터뷰는 어떻게 성사됐나요? 여행 중 직접 아이슬란드 사람과 만나서 인터뷰를 한 건가요? 

사실 2년 전 아이슬란드 여행을 할 때만 해도 책을 출간할 계획이 없었어요. 작년부터 여행의 기록을 책으로 남기자고 결심했는데, 준비하면서 아이슬란드인의 생생한 목소리가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아무래도 잠시 여행을 다녀온 저보다는 아이슬란드에서 평생 살아온 사람이 아이슬란드에 대해서 더 정확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으니까요. 그때부터 인터뷰이를 선정해 무작정 이메일을 보냈어요. 먼 나라에서 온 메일에 친절하게 답변해 준 마그누스, 에길, 사라에게 정말 고마워요. 

Q 과감하게 4대 보험을 벗어던지고 아이슬란드로 떠났는데요. 그 후의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아이슬란드 여행 이후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아이슬란드를 여행한 후 베를린, 헬싱키를 거쳐 한 달 만에 서울로 돌아왔어요. 그리고 꾸준히 잡지에 기고하거나, 디지털 콘텐츠를 기획하는 등 프리랜스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어요. 최근엔 좋은 기회가 있어서 북극권에 있는 노르웨이 북단의 작은 도시, 트롬쇠에서 지내게 됐는데 앞으로 2년간 여기에서 글을 쓰고 취재하면서 다음 책을 준비할 것 같아요. 

Q 노르웨이라니 꿈처럼 멀게 느껴지는 곳이네요. 트롬쇠로 떠난 건 아이슬란드 여행에서 영향을 받으신 건가요?  

하하. 안 그래도 노르웨이 친구에게 <아이슬란드 컬처 클럽>을 보여줬더니 노르웨이와 무척 비슷한 모습이라면서 놀라더라고요. 아이슬란드를 여행할 때 ‘만약 내가 여기서 살게 된다면’ 하는 상상을 자주 했는데 그래서인지 북극에서 거주하는 데 거부감이 없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트롬쇠도 온종일 대낮처럼 밝은 백야지만 10월이 되고 밤이 짙어지면 우리 집 마당에서도 오로라를 볼 수 있대요. 매일 추워지기만 기다리고 있어요.

트롬쇠에서, 김윤정 작가


사진 : 김윤정 제공

취재 : 인터파크도서 북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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