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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Sep 05. 2016

어른의 발자국이 없는 시대… 고요한 공부의 시간

<천년의 내공>

                   

우리에게 새벽은 각별하다. 새벽은 익숙한 어제와 결별하고 새로운 하루를 가늠하는 극적인 변화의 시간이다. 그래서 스스로가 달라지기를 원할 때 가장 먼저 취하는 행동은 고요한 새벽에 일어나 자신과 마주하는 공부를 하는 것이다.


우리에게 공부는 특별하다. 공부는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이라도 나아지게 만들기 위한 내공을 쌓는 과정이다. 그래서 공부를 상징하는 단어가 있다면 바로 ‘변화’일 것이다. 스스로가 달라지기를 원하는 간절함이 생길 때, 우리는 공부를 시작한다.


우리에게 어른은 간절하다. 시대의 어른들이 세상을 떠날 때마다 추모 행렬이 이어지는 까닭은 그만큼 지금 여기에 어른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어른이란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들었고, 그 확신에 책임을 지는 단단한 사람이다. 그래서 어른은 타고난 재주로는 흉내 낼 수 없으며 오직 공부를 통해 수많은 오늘을 쌓아가야 도달할 수 있는 어떤 경지다.


<천년의 내공>(조윤제/ 청림출판/ 2016년)은 바로 이에 대한 이야기다. 고요한 시간인 새벽, 어제보다 나은 오늘을 차곡차곡 내공으로 쌓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천년의 지혜를 책에 담고자 했다. 중국의 대학자 지셴린(季羨林, 1911~2009)이 모든 것을 걸고 역사에 부딪쳤던 성현들의 치열한 고민들이 담긴 고전에서 뽑아낸 '엑기스'를 <말공부>(흐름출판/ 2014년)의 저자 조윤제가 우리 감각에 맞게 정리한 책이다.


지셴린은 13억 중국인의 큰스승으로 원자바오나 장쩌민 같은 지도자들도 결단을 내리기 전에 그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그는 평소 <주역>부터 쑨원의 시에 이르기까지 천 년을 책임졌던 어른의 성찰을 담은 고전들에서 148개의 정수를 뽑아 주변에 자주 권했다. 실제로 지금도 시진핑, 리커창 등 중국의 리더들은 지셴린의 명구를 연설이나 담화에서 자주 인용한다. 13억을 이끌며 G2시대를 연 그들의 힘 뒤에는 바로 지셴린의 내공이 있었던 셈이다.


살아갈수록 삶이 어려워지고 인생의 내공을 쌓기는 요원하다. "저녁이 있는 삶"이 간절한 희망이 될 만큼 버거운 시절이다. 지금 여기를 가리켜 누군가는 '헬조선'이라고까지 일컫기도 한다. 그러나 그 바탕에는 타자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 내린 섣부른 혐오와, 그 잣대를 자신에게는 들이대지 않는 방종함과, 자신의 방종함을 받아주지 않는 사회에 대한 어리광이 있다. 


먼저 길을 연 어른들의 발자국이 없는 시대에서 버티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어른으로 변화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저녁이 없는 세상에서 우리가 오직 나를 위해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은 새벽뿐이다. 13억을 이끄는 막중한 자리가 아니라도 우리에게는 변화가 간절하고, 그래서 새벽 공부가 간절하다. <천년의 내공>이 어제와 다른 새로운 벽을 세우는 데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기대한다.


글 : 권미혜(인터파크도서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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