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동안 60여 개 언론에 보도된 책들을 살펴보고, 가장 많이 주목받은 신간들을 소개합니다. 보도 횟수 자료는 신간 보도자료 릴리스 대행사인 ‘여산통신’에서 제공합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9월 26일부터 10월 2일 사이에 보도된 책 494종 가운데 가장 주목받은 신간 4종을 소개합니다. - 기자 말
[1위] <가치관의 탄생>
저 : 이언 모리스 / 역 : 이재경 / 출판사 : 반니 / 발행 : 2016년 9월 5일
무엇이 인류의 문화와 가치관을 탄생시키는가. 지난주 언론이 주목한 책 1위는 세계일보, 서울신문, 동아일보 등 15개 매체에 소개된 <가치관의 탄생>이다.
인류문명사의 대가로 손꼽히는 이언 모리스는 전작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에 뒤이어 <가치관의 탄생>을 통해 '물질의 힘'이 어떻게 인류의 문화와 가치관을 결정짓는지를 설명한다. 그는 인간 가치관의 거시적 역사를 제시하기 위해 인류의 발전 과정을 에너지 획득 방식에 따라서 수렵채집, 농경, 화석연료의 3단계로 나눈다. 이언 모리스는 이 에너지 획득 방식이 해당 시대의 사회적 가치를 결정하거나 최소한 '한정'했다고 주장하며 "각 시대는 결국 그 시대가 필요로 하는 가치관을 정한다"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이 책이 흥미로운 것은 이언 모리스의 이론에 대한 학자, 문학가의 논평을 함께 수록했기 때문이다. 영국 엑서터대 명예교수인 리처드 시퍼드는 "시대의 필요가 생각을 정한다"는 모리스의 주장을 비판하고 있으며, 하버드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크리스틴 코스가드는 이언 모리스가 도덕가치를 보는 방식의 적절성을 논박하기도 한다. 서울신문 김성호 선임기자는 "이 책은 그런 문명론적 가치관을 보기 좋게 뒤집는다. (중략) 물질의 힘이 인류의 문화와 가치관, 신념까지 한정하고 결정짓는다는 역설이 흥미롭다"라는 후기를 전했다.
[2위] <동아시아 부패의 기원>
저 : 유종성 / 역 : 김재중 / 출판사 : 동아시아 / 발행 : 2016년 9월 28일
흙수저, 갑질, 헬조선 등의 신조어가 씁쓸한 것은 우리 사회의 만연한 불평등을 방증하는 일종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인 <21세기 자본>과는 달리 <동아시아 부패의 기원>은 식민지 역사와 50년대 이후 발전국가로 발돋움한 동아시아의 세 국가 한국, 타이완, 필리핀의 부패 역사를 비교한다. 이 책은 지난주 경향신문, 문화일보 등 12개 매체에 소개되며 언론이 주목한 책 2위에 올랐다.
<동아시아 부패의 기원>은 저자의 논문으로부터 시작됐다. 2006년 '부패, 불평등, 사회적 신뢰의 비교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은 당시 지도 교수의 권유로 한국과 타이완, 필리핀의 사례 연구를 추가하여 단행본으로 재탄생했다.
세 국가는 모두 1945년 식민지 지배에서 해방되어 독립을 맞이했고, 당시 비슷한 사회, 경제적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현재 부패 수준이 현저하게 심한 필리핀의 경우에는 그 당시 타이완과 한국보다도 교육 수준도 높았다. 저자는 필리핀의 부패 이유를 ‘토지개혁’의 역사에서 그 배경을 설명하는 등 한국과 타이완, 필리핀의 부패 역사를 통시적으로 비교 분석한다.
저자는 기존의 상식을 깨고 부패와 불평등 간의 인과적 방향성을 뒤집어 주장한다. 또한 부패의 문제를 해결하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과정에 대해 사회과학적 증명을 들어 심도 깊은 토론을 유도한다.
[3위]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
저 : 천주희 / 출판사 : 사이행성 / 발행 : 2016년 9월 29일
학자금 대출, 신용카드, 불안정한 직업, 대출 상환… IMF 이후 필연적으로 빚과 함께 생활할 수밖에 없는 청년 세대를 일컬어 '부채 세대'(Generation Debt)라 칭한다. 지난주 언론이 주목한 책 3위는 국민일보, 한겨레 신문 등 10개 매체에 소개된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다.
청년 세대를 이야기하는 책들의 가장 큰 모순은 그 세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어른들의 결과물이란 사실이다. 이 책은 학자금 채무 당사자이자 부채 연구자인 ‘청년 문제 당사자’가 직접 쓴 책으로 '대한민국 최초의 부채 세대'로 분류되는 청춘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고 있다. 그는 "청년들이 단지 가난해서 빚을 지는 것이 아니"라고 진단하며, 부채 세대의 원인은 "저성장의 트랙에서 학생들에게 대학을 강요하고 빚지기를 강권하는 사회경제적 구조에 있다"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이러한 상황을 바꾸기 위한 노력으로 '빚지지 않고 공부할 권리'를 들어 설명한다. 돈 때문에 졸업을, 꿈을, 연애와 결혼까지도 유예하는 청춘의 현실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도 함께 거론된다. 저자는 암울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살아가는 청년의 목소리로 개개인이 느끼는 경제적 불안감과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인해 '어른아이'로 살아가는 청년들의 사회를 낱낱히 고발한다.
[4위] <나는 날조 기자가 아니다>
저 : 우에무라 다카시 / 역 : 길윤형 / 출판사 : 푸른역사 / 발행 : 2016년 10월 9일
7월 28일, 정부 주도의 위안부 피해자 지원재단인 '화해·치유 재단'이 공식 출범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한일 외교장관 위안부 합의의 후속 조치다. 이 합의에는 참상의 당사자인 위안부 피해자들의 의견이 조금도 반영되지 않았지만, 일본 정부는 직접적인 사죄없이 금전적인 보상을 들먹이며 책임을 다했다는 입장만을 고집하고 있다. 우에무라 다카시에 의해 일본군 위안부가 최초 보도되었던 1991년과 비교해도 역사 왜곡과 현실을 부정하는 일본 정부의 태도는 달라진 바 없다. 지난주 언론이 주목한 책 4위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최초 보도한 우에무라 다카시 전 기자의 책 <나는 날조 기자가 아니다>이다.
1991년 8월 10일. 당시 아사히신문의 오사카 본사 사회부 기자였던 우에무라 다카시는 서울에 위치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사무실에서 한 조선인 위안부의 증언 녹음을 듣게 된다. 그는 서둘러 아사히신문 서울 지국으로 이동해 기사를 쓰기 시작했다. 기사의 제목은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 전 조선인 종군위안부, 전후 반세기 만에 무거운 입을 열다, 한국 단체가 청취조사.' 다음 날 아사히 신문의 오사카 사회면 톱으로 실린 기사를 두고 교수, 일반인, 직장인 할 것 없이 "중대한 사실 오인" 등을 주장하며 그를 '날조 기자'로 비방하고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날 이후 삶의 많은 부분이 바뀌어버린 우에무라 다카시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을 향한 비방과 공격, 그리고 그에 대한 반증의 기록을 담았다. 또한 그날 이후 현재까지 우에무라 다카시가 한국과 맺어온 관계를 담은 자서전이기도 하다. 그는 지난 날의 시간을 돌이키며 자신의 경험을 들어 수없이 되풀이한다. "나는 날조를 하지 않았습니다"라고.
취재 : 임인영(북DB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