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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Oct 17. 2016

이것이 리얼이다! 스파이가 쓴 스파이 이야기

첩보 요원 출신 작가의 소설과 실제 스파이의 삶을 그린 책

                

베일에 싸인 신분, 비밀스러운 업무 수행능력. 지금껏 스파이는 영화나 책, 드라마 속의 매력적인 단골 소재로 등장해왔다. 하나 같이 비범해보이는 그 인물들이 실제 스파이와 같은 모습일까? 실제 스파이 출신의 작가와 실존했던 스파이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을 통해 리얼한 스파이 세계를 들여다 보자.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스마일리의 사람들>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영원한 친구> 등을 쓴 '존 르 카레'는 국제 첩보 스릴러의 대가로 불리는 작가다. 새로운 첩보 소설의 장르를 개척했다고 평가되는 그는 줄곧 '스파이 출신'이라는 소문을 몰고 다니기도 했는데, 그에 대해 2000년 '더 타임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과거를 밝혀 이슈가 되기도 했다.


실제로 영국의 비밀정보부 ‘M15’와 ‘M16’ 소속의 요원으로 활동했던 그는 첫 소설 <죽은 자에게 걸려 온 전화>(1961)을 발표할 당시에도 외무부에 근무 중이었다고 한다. 그런 그를 전업 작가의 길로 안내해준 작품이 바로 <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1963). 냉전 시대 독일을 무대로 한 이 소설은 영국 정보국 베를린 지부의 수장 ‘라마스’가 동독 정보기관의 이중 간첩으로 들어가며 발생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는 이 소설을 통해 그동안 미화되어 왔던 스파이와는 달리, 냉전 시대를 살아가며 다른 두 이념 속에 희생되어 가는 인물로 스파이와 그 세계를 새로이 그려냈다. 이 소설은 출간과 동시에 미국과 영국에서 1년간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인간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뛰어난 문장력을 뒷받침한 작가 존 르 카레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가져다주었다.



데뷔작으로 2014년 에드거 상('에드거 앨런 포'의 이름을 딴 미국의 미스터리 분야의 문학상), 국제 스릴러 작가상 최우수 신인상, '제2의 존 르 카레'라는 극찬을 받은 작가 제이슨 매튜스 역시 실제 스파이 출신의 작가다.


그는 33년 경력의 베테랑 CIA 요원 출신으로 국가공작부(현 NCS)에서 다양한 첩보 작전을 수행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 <레드 스패로우>를 완성했다. 러시아의 스파이와 접속하며 러시아 일급 기밀을 입수 중인 미국의 첩보원을 유혹할 임무를 받은 러시아의 신예 첩보원 '도미니카'. 양국의 첩보원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암투와 배신으로 얼룩진 스파이들의 세계가 스릴 넘치게 전개된다. 존 르 카레가 냉전 시대의 시대적 상황을 작품 속에 녹여내고 있다면, 제이슨 매튜스는 냉전 이후의 세대를 위한 스파이소설을 그려냈다는 차이가 있다. 


<레드 스패로우>는 경험자만이 묘사할 수 있는 사실성과 현장감, 치밀한 작전 속의 위트는 단숨에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21세기 스파이소설의 입문서'로 손꼽히고 있다. 그는 이 데뷔작으로 존 르 카레와 이언 플레밍 등 실제 스파이 출신의 대가들의 계보를 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5년에는 <레드 스패로우 3>과 <레드 스패로우 4>를 출간하여 또 한 번의 성공을 거두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레드 스패로우>는 현재 제니퍼 로렌스 주연의 영화로 제작이 확정되어 2017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파울로 코엘료의 신작 소설 <스파이>는 실존 인물 '마타 하리'의 삶을 그려냈다는 점에서 앞선 두 작품과 차이가 있다. 마타 하리는 20세기 초, 프랑스를 비롯하여 유럽 전역을 사로잡은 네덜란드 출신의 무희로 1917년 프랑스와 독일의 이중 스파이 혐의로 체포되어 총살된 인물이다. 세간의 비난을 한 몸에 받으며 삶을 마감해야 했던 그녀는 정말 이중 스파이였을까?


마타 하리는 이국적이고 관능적인 춤으로 유럽 전역을 사로잡은 무희이자, 당대의 권력가들과 숱한 염문을 관능적인 팜므파탈의 대명사로 유럽 각국의 최고정책 결정권자들과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그녀의 신분을 의심했던 영국의 정보 기관은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독일 베를린에 머물다가 전쟁 직후 적대국인 프랑스로 무리하게 향했던 마타 하리의 행보에 강한 의심을 품었다. 결국 그녀는 독일의 스파이로 프랑스의 고급 정보를 독일 측에 팔아넘겼다는 혐의로 체포되어 총살형으로 삶을 마감했다. 체포 당시 마타 하리는 스파이 제의를 받은 것은 인정했으나 행위는 전면 부인했다. 


이후 1999년 비밀리에 해제된 영국의 제1차 세계대전 관련 문서에는 따르면 마타 하리의 스파이 활동과 관련된 어떠한 결정적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히고 있다. 그녀의 사망 100주기를 앞두고 출간된 이번 소설을 통해 파울로 코엘료는 이중 스파이라는 의심 속에 가려진 마타 하리의 치열한 일대기를 내밀히 그려내고 있다. 파울로 코엘료는 그녀에 대해 "시대를 앞선 페미니스트로 그 시대 남성들의 요구에 저항하며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독립적인 삶을 택했다."라고 소개한다. 언어의 연금술사의 손 끝에서 그려진 마타 하리는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진정한 자유를 누리고자 했던 시대를 앞선 여성이었다. 


취재 : 임인영(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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