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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Oct 17. 2016

 "2017년은 현대사 가장 중요한 갈림길"

[함세웅·주진우 인터뷰 2]

                    

☞ 1편에서 이어집니다.( [함세웅․주진우 인터뷰 1] “백남기 죽음, 현대사 속 무수히 반복돼왔다” )           



인터뷰는 <악마 기자 정의 사제>에서 시작해 현대사를 거쳐 백남기씨 이야기로 흘렀다. 함세웅 신부는 신학적 지식을 동원해 온화한 태도로 설명하다가도 잘못된 현실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쓴소리를 내뱉었다. 주진우 기자는 정권에 대해서는 특유의 날선 발언을 하다가도 함세웅 신부에 존경심을 드러낼 때는 세상에서 가장 부드러운 남자가 되곤 했다.


<악마 기자 정의 사제>는 현대사를 바탕으로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하는 책.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어 나가야 할까? 함세웅 신부․주진우 기자로부터 더 나은 정치,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방법에 대해 들어보았다.  


Q 두 분이 오늘날의 정치에서 위기를 느껴 현대사 콘서트를 시작하셨듯, 일반 시민이 생활 속에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정치 실천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주진우 기자(이하 주) : 모든 젊은이, 모든 시민이 행복하게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 개인의 행복보다 더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해요. 국가는 개인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는 거잖아요. 국가가 개인의 행복을 침해하는 것에 깨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가에선 4대강 파고, 자원외교 해서 계속 돈을 빼돌리고 있어요. 매일 싸울 순 없지만, 어느 정도 상황이 오면 자기 의사를 분명히 말해서 더 행복해질 수 있어요. 


함세웅 신부(이하 함) : 나 개인의 존엄과 가치에 대한 확인도 중요하지만, 더불어 타자에 대한 확인도 중요해요. 상대방의 존재가 나와 똑같이 귀중하고 소중하다는 생각에서 인간의 가치와 공동선이 형성되는 것이거든요. 동물들도 다 자기 새끼들 사랑하지 않습니까. 그건 동물적 사랑이에요. 거기서 승화된 사랑은 이웃을 배려하는 사랑이죠. 그것이 정치의 원리이고 사회의 원리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를 다 내어줄 순 없잖아요. 그러니 49%는 내가 갖고 51%만 내어 놓자는 거예요. 가정 내 부부 관계에서, 이웃과의 관계에서, 정치 관계, 남북 관계에서도 이런 원칙을 적용하면 좋겠죠.



Q 책에서 함세웅 신부님이 하신 ‘미래와 대화하는 사람이 되면 현재를 잘 견딜 수 있다’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성서는 다 고난의 역사잖아요. 앞에는 아름다운 미래가 열려 있고요. 미래로써 현실의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거예요. 이걸 그리스도교 관점에서는 '부활신앙'이라고 해요. 지금 고난의 얘기가 미래에 얘기할 수 있는 문학적, 신학적으로 아름다운 주제가 돼요. 현재에도 고통받는 청년서부터 청소년, 주부, 노동자들이 있죠. 화려한 꿈일 수 있지만 현재를 넘어선 미래를 꿈꿔야 해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선조의 격언도 그런 뜻이겠죠. 


Q 주진우 기자님은 2012년 대선 때의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계십니다. 대선 이후 여러 건의 소송을 당하셨고, 그때의 경험(?)을 살려 <주기자의 사법활극>이란 책까지 쓰셨죠. 소송은 어느 정도 마무리가 되셨나요? 


 : 아직 많이 있어요. 박근혜 대통령이 고소한 것이 아직 남아 있고요. 박근혜 대통령 동생이 고소한 것이 아직도 여섯 건 남아 있어요. 다른 건도 좀 남아 있습니다. 4년 전 선거 때 제가 했던 말을 다 녹취해 놓고, 그걸로 소송을 걸어서 재판받고 있습니다. 제가 재판은 부자예요. 재판을 하도 많이 받다 보니 재판 관련된 책도 냈고요.


"고통받는 청년부터 노동자까지, 현재 넘어선 미래 꿈꿔야" 


Q 함 신부님은 유신 시대 독재정권에 대항하다가 감옥에 다녀 오셨고, 주 기자님은 권력의 부정을 파헤치는 취재를 하면서 많은 재판도 받으셔야 했는데요. 거대한 권력과 싸울 때의 두려움은 어떻게 이겨내시나요? 


 : 물론 두렵죠. 하지만 당할 것을 두려워한다고 해결되는 건 아니니까 빨리 정면 대결을 해야 해요. 빨리 껴안아서 녹여버리는 거죠. 저는 아픔과 힘든 걸 빨리 망각하고 기쁘고 좋은 건 잘 기억하는 편이라 비교적 낙관적으로 이겨낼 수가 있었어요. 성서적으로 은혜죠. 또 한 가지 저는 신자이기 때문에 힘들고 어려울 때는 ‘예수님의 고통에 동참하는 것, 순교자들의 고통에 동참하는 것, 순국선열의 고통에 동참하는 것’이라는 동참의 의미로 해석하며 다시 힘을 얻을 수가 있었어요. 


 : 가장 효과적으로 잘 써먹는 방법은 일단 자는 거예요. 어제 제 친구 하나가 굉장히 고통을 받았어요. 새누리당이 뻔히 최순실을 가리려고 김제동을 띄워서 국감에 세워 거짓말쟁이로 만들려고 했어요. 얘는 천성적으로 멘탈이 약하고 순한 애여서 그런 얘기에 굉장히 상처받거든요. 어제 같이 자면서 "잘했다. 자고 일어나면 잘 될 거야." 이렇게 말해줬어요. 고통 받는 사람에게 저는 주로 동네 바보처럼 다른 얘기도 하면서 같이 하루를 지내요. 다음 날 보면 그 고통의 무게가 절반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요.



Q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현대사를 알아야 할 이유, 현대사가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 생각하세요?


 : 저는 신부님을 만나기 전까지 우리 역사에 대해서 자부심이 별로 없었어요. 침략하지 않았고, 백의민족이라는 식의 얘기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 이후에도 가장 비겁한 자들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해서 회의감이 컸어요. 우리는 왜 이렇게 후질까, 왜 우리는 이렇게 저열한 사람들에게 지배받을까 그런 생각이 많았어요. 그럼에도 함 신부님 같은 분들이 곳곳에서 역사를 올바른 방향으로 밀어내는 게 보여요. 역사는 유유히 진보하고 있어요. 그런 생각을 젊은 친구들이 가졌으면 해요. 


 : 젊은 세대가 더 많이 현대사를 알게 됐으면 좋겠어요. 현대사 콘서트에 대한 생각과 계획은 대부분 주진우 기자가 한 거예요. 나는 이 분이 차려놓은 밥상에서 수저만 든 것이고요. 가정도, 세상도 젊은 세대가 이끌고 나가야 하니 나는 옆에서 참고가 되는 얘기만 해준 거죠. 다 주 기자와 ‘쪽말’ 이분들이 만든 겁니다. 이 책을 젊은이들에게 바칩니다.(웃음) 


Q 앞으로의 계획을 묻기가 가장 곤란한 두 분이 아닌가 싶습니다.(웃음) 그때그때 터지는 사안에 대응해야 하는 일이 많으니까요. 그래도 계획 중인 일들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 일단은 감옥에 안 가는 것이 계획이에요.(웃음) 다만 이 책을 많이 팔면 내년을 위해서 제가 몇 가지 계획을 생각하고 있어요. 내년이 우리 현대사에서 가장 중요한 한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역사가 앞으로 가느냐 뒤로 가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다는 판단으로, 제가 가장 모든 노력과 역량을 내년에 퍼부으려고 합니다. 현대사를 위한 다큐멘터리도 준비하고 있고, 대규모 강연 프로젝트와 특집 기사 서너 가지를 준비하고 있어요. 


 : 내년이 6월항쟁 30주년이에요. 박종철 열사, 이한열 열사가 돌아가신 지 30년이 된 거죠. 6월항쟁 30주년을 기리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어요. 또, 내년 겨울에 대통령 선거가 있는데, 6월항쟁 정신, 전두환을 타파했던 정신으로 민주주의를 다시 회복해야 해요. 과거엔 양김이 분열됐었지만 내년에는 어떻게든 우리의 힘을 모아서 민주주의 정권을 세우고, 훌륭한 대통령을 뽑는 대선으로 나아가야 하잖아요. 시민과 여러 단체들이 힘을 모아서 역사를 새로 정립해야죠. 민주주의 또 민족 화해를 위한 통일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한 일들을 해나갈 겁니다. 


사진 : 남경호(스튜디오2M)

취재 : 주혜진(북DB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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