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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터파크 북DB Nov 10. 2016

[조간대] 마구잡이식 개발의 바람에 운다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

                        



바다는 운다. 그 울음은 격정적이기도 하지만 정적일 때가 더 많다. 바다는 육지로 파도를 서서히 밀렸다가 어느새 밀려내곤 한다. 소리 소문없이 혼자서 운다. 그렇게 우는 순간을 우린 밀물이나 썰물로 말을 하곤 한다. 특히 썰물 때 바다의 울음은 속내를 드러낸다. 숨겨둔 비경이 따로 없다. 사람들에게 오라고 손짓한다. 물론 반가운 일이다.


썰물 때 바다는 공존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사람이 혼자 살지 않듯 사람과 자연도 하나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데 우린 그 바다를 메워오기를 수십 차례 해왔다. 바로 내수면이나 공유수면 매립이었다. 바다를 메우면 새로운 땅이 만들어진다. 순전히 사람만을 위한 공간이다. 육지에선 간척사업이라고 하면서 '국토가 늘었다'고 강조해왔다. 새만금도 그렇게 됐다. 아니, 제주바다도 그렇게 돼 왔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각종 개발에 따라, 해안도로의 등장에 따라 바다는 메워지고 있다.


"바다가 메워지면 뭐가 좋을까"라고 물어보자. 바다에 시멘트를 심고, 수많은 사람을 갖다놓으면 뭐가 좋은지. 자연은 글자 그대로일 때가 이름값을 한다. 바다를 메우는 것과 바다를 메우지 않고 생태체험을 하는 것 가운데 어떤 게 더 이득일까.


개발은 계속되고 있다. 제주에서 가장 큰 갯벌을 보유한 성산포 바다도 메워지는 신세만을 기다리는 중이다.



그러고 보니 제주 바다에도 갯벌이 있던가?


물론 있다. 작지만 갯벌이라고 불릴만한 바다는 있다. 육지부의 남해안과 서해안 갯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제주 사람들이 즐기기에는 충분하다. 오히려 육지부와는 전혀 다른 맛이 있다.


우린 그런 바다를 조간대라고 부른다. 갯벌을 포함해 밀물과 썰물이 오갈 때 드러내는 바다에 '조간대'라는 세 글자를 붙여주고 있다. 문제는 언젠가 개발이 진행되면 더 이상 보지 못할 공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조간대는 바닷물이 들어왔다가 그냥 빠져나가는 곳이 아니다. 쓸모없는 바다는 더더욱 아니다. 조간대는 연안습지로 중요성이 매우 크다.


바다를 메우는 일은 현재에서만 가능한 일은 아니다. 과거에도 있어왔다. 조선시대엔 갯벌을 해택(海澤)이라고 불렀다. <조선왕조실록>을 참고하면 바다를 메우는 일은 아주 오랜전부터 해온 사실임을 알게 된다. 세종 8년(1426) "권근이 평택현의 해택(海澤)을 받아 방죽을 쌓고 밭을 만들고…"라는 기록이 나온다. 현재처럼 조직적으로 개간을 하진 않았으나 세금을 거두기 위해, 빈민들을 위해 바다를 개척해 왔다.


바다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개척의 대상이었지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영어권에서도 '습지(wetland)'를 '못쓰는 땅(wasteland)'으로 부르며 개발을 해왔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 본 연재는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 (김형훈/ 나무발전소/ 2016년) 내용 가운데 일부입니다. 


글 : 칼럼니스트 김형훈


위 글은 인터파크 북DB 기사 [조간대] 마구잡이식 개발의 바람에 운다]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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